집사도 혼타임이 필요하다
남편도 아이도 모두 잠이 들어 고요한 시간. 나만의 이야기를 마음껏 끄집어낼 수 있는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듯한 소중한 시간.
노트북을 연다. 스크리브너를 열고 일기라도 적어볼라치면 살금살금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엄마 뭐 하냥?
이제 혼자니까 우리랑 놀아줄꺼냥?
치즈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 하는 나를 감시라도 하듯이 맞은편 의자에 무심히 엎드린다.
애교 많은 고등어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 키보드를 치고 있는 내 팔로 파고든다.
노트북과 나의 거리는 점점 늘어난다. 뭐라도 끄적이려 모니터를 보려면 움직이는 고등어의 머리를 요리조리 잘 피해서 봐야 한다.
만져 달라고 머리를 들이밀다가, 집사의 얼굴로 엉덩이를 들이밀어 보기도 하고 키보드 치는 집사의 손목에 고개를 얹어 보기도 하는 고등어가 가끔 귀찮을 때도 있지만 치명적인 애교에 녹아버리는 날이 대부분이다.
낮에는 아이들에게, 밤에는 고양이들에게 인기 만점인 나는 어디도 피할 곳이 없다.
혼자 있고 싶은 시간이 간절하지만 엄마의 품이 또는 집사의 품이 그리운 시간이라면 내어줘야겠지.
나의 간절함보다 너희들의 간절함이 조금 더 절실할 때는 지금 뿐일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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