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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Jul 17. 2024

집사야 어디 갔다 왔냥

냥이들을 집에 남겨둔 집사의 1박 2일

집사라는 이름이 나에게 주어진 이후 처음으로 집을 비우는 여행을 했다.

작년부터 하기 시작했던 1, 2호 생일맞이 여행.


작년 이맘때는 고양이들이 없어서 우리의 여행은 가벼웠지만 이번에는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매 끼니 밥을 챙겨줄 수 없으니 자동급식기를 사야 했고, 화장실 모래도 넉넉히 준비해야 했다. 혹시 놀다가 다칠 우려가 있는 것들은 미리 치우기도 했고, 출발하는 날 아침에는 가장 좋아하는 습사료를 선사했다. 집 어딘가 구석에 좋아하는 간식을 숨겨두기도 했기에 많은 걱정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처음으로 장시간을 아무도 없이 지내야 하는 냥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발걸음이 마냥 가볍지만은 않았어야 했건만 집을 나서는 우리의 발걸음은 이미 여행에 들떠 있었다.


너희들을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고 우리는 아주 조금 미안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놀고 올게~라고 외치며 종종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계획했던 사이언스 박물관에 도착해서 신나게 즐기고~ 5시가 조금 넘어서 숙소에 체크인했다.

그리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녀석들은 우리 없을 때 무얼 하며 놀고 있을까?

그런데 웬걸? 카메라로 확인해 보니 자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까 박물관에서 점심때즈음 확인했을 때도 자고 있었는데 같은 위치에 같은 자세로 자고 있었다.


오잉?

중간에 자동 급식기에서 사료가 나왔을 텐데… 카메라가 고장 났나?


그러고 어플을 확인해 보니 아뿔싸. 자동급식기를 와이파이에 연결하느라 초기화를 시켰다는 것이 생각났다.

냥이들에게는 집사와 식구들이 모두 아침에 게 눈 감추듯 먹었던 맘마와 함께 사라졌던 것이다.

정말 제대로 미안해졌다. 들리지도 않을 걸 알면서 ‘오구오구 배고팠지? 미안 미안’ 뒤늦은 사과를 하며 어플을 이용해 사료를 급식하고 카메라로 확인해 보니 사료가 또로로록 떨어지는 소리에 녀석들은 이미 앞에 와있었다.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사람도 고픈데 배도 고프다니…


자동 급식기를 구매했지만 내 실수로 모든 설정이 없어지는 바람에 집에 있을 때처럼 시간 맞춰 배식을 해야 하는 내가 참 웃겼다. 워낙에 허겁지겁 사료를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키는 녀석들이라 토가 잦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금씩 자주 주고 있었는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두세 시간에 한 번씩 사료를 떨어뜨려야 하는 나는 꼭 냥이들도 함께하는 여행 같았다.


다행히 녀석들은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룻밤이었지만 녀석들에게는 집사와 식구들이 없었던 유난히도 추웠던 겨울밤이 아니었을까?

돌아온 날 저녁 육퇴 후 남편과 [지락실의 뛰뛰빵빵]을 시청하고 있는데 무릎냥이인 고등어가 살금살금 다가오더니 내 무릎 위에 자리를 잡았다. 평소에는 늘 엎드린 자세였는데 오늘은 배부터 발라당 까고 누웠다. 얼른 만질만질 해달라는 듯이 이미 모터소리 장착한 채로 나를 쳐다보더니 집사의 손길을 만끽하며 누운 채로 내 품에서 잠이 들었다.

없어져 봐야 소중함을 깨닫는다고 했던가?

너희들 집사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 좀 깨달았냥?

그러니 우리 평소에 서로에게 잘하고 살아보자!! 매일 너희들의 갸르릉 소리가 끊이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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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육아 #고양이애교 #애교냥 #무릎냥

#없어봐야깨닫는 #집사의소중함 #있을때잘하자   

#나크작 #앤크작 #작가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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