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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Jul 25. 2024

집사의 프라이버시 따위는 냥이 줘버려

집사야 뭐 하냥

이제는 좀 익숙하다. 첫 아이가 태어나서 엉금엉금 기어 다니며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닐 때부터 화장실은 내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물론 신생아 때는 급하면 품에 안고 들어가야 했으니 그건 예외로 치고 내 두 발로 혼자서 화장실 문을 여는 순간 문을 닫는다는 것은 아주 큰 사치였다.


엄마가 눈앞에서 없어지면 코와 입을 꿈찔 꿈찔거리며 대성통곡을 할 준비를 마치고, 있는 힘껏 울음을 발사하는 아이를 키워본다면 화장실 문 따위는 그저 장식품일 뿐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안다.


지금도 3살인 둘째는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절대로 혼자 두지 않는다. 화장실조차도 용납할 수 없다. 큰일을 보고 있는데 무릎 위로 올라오지 않을 만큼 컸다는 사실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런데 고양이 두 녀석을 키우다 보니 아이들이 모두 어린이집과 학교에 가서 텅 빈 낮 시간에 누리던 자유마저 없어져 버렸다.


아기냥이었을 적에는 힘이 부족해서 문을 밀어 열지 못했는데 이제는 몸무게가 성묘만큼 커서인지 힘주어 밀 수 있는 문은 덜커덕 잘도 연다. 습관이 무섭다고 아이들 때문에 문을 딸각 닫지 않고 보이지 않을 만큼만 살며시 닫는 행위가 이제는 몸에 배었다. 아이들이 없는 낮시간에는 그냥 제대로 닫아도 되는데… 내 손 끝이 딱 얼마만큼만 닫아야 하는지를 기억한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문을 살포시 닫아 놓고 큰 일이라도 치르고 있으면 어느새 문이 빼꼼히 열린다. 마음은 벌떡 일어나 닫고 싶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다. 나는 그저 내 손 끝을 원망하며 녀석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제일 먼저 들어오는 녀석은 고등어. 들어오자마자 야옹 거리며 내 무릎 위로 앞 발을 올리고 코로 내 얼굴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뒤이어 문이 조금 더 빼꼼히 열리고 나면 푸짐한 치즈 한 덩어리가 살곰살곰 엉덩이를 씰룩대며 걸어 들어온다.


그리고 내 발 밑에 쪼그리고 앉아 불침번을 서기 시작한다.

마치 ‘집사 뭐 하냥, 내가 도와 줄까냥?’ 묻는 것처럼 나를 쳐다보기도 하고.

앗! 이 냄새 뭐냥…. 하는 표정이지만 사실은 하품을 하는 중이었다.

졸기라도 할까 봐 다시 정신 차리고 집사가 뭐하는지 집중하다가.

이 냄새 도저히 못참겠다냥! 하는 표정 아니고 또 하품.

끝날 기미가 도저히 보이질 않으니

어째 약속이라도 한 듯이 그루밍을 시작했다.


집사가 혼자 있는 것은 절대로 봐줄 수가 없는 관심 넘치는 냐옹이들 덕분에 우리 집 화장실은 오늘도 복작복작 인다.


내일부터는 꼭 힘주어 문을 딸깍 닫으리라 냥냥이들을 보며 다짐한다.

아무리 익숙해졌다 해도 집사는 여전히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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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육아 #고양이관심 #관심냥  #집사야뭐하냥 #집사의하루 #집사의일생

#집사의프라이버시 #혼자가필요해 #제발집사좀혼자있게해줘   

#나크작 #앤크작 #작가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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