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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Aug 14. 2024

거 뉘 집 아들인지요… 제 아들은 아닙니다만…

멸치도 물고기라네요. 단, 어린이집에서 만요

누가 가르쳤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 아이들은 사회생활을 참 잘한다. 사랑을 넘치게 받는 부모의 품을 떠나 낯선 어른과 또래 친구들을 만나는 아이들의 첫 사회생활인 어린이집. 신기하게도 이 녀석들은 집에서는 고집 불통에 말은 오지게 안 듣는 아이들이지만 어린이집에서는 누구보다도 얌전하게 선생님 말씀을 참 잘도 들었다. 한 번 규칙을 알려주면 두 번 이상 더 얘기하지 않아도 잘 따른다고 얘기하실 때 정말 신기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식사하는 시간은 즐거운 시간이라고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정말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이 아니면 아이들이 원하는 음식으로 차려주려고 노력한다. 두 아이 모두 한 음식에 꽂히면 질릴 때까지 먹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일주일 정도를 돌아보면 대체로 골고루 잘 먹기 때문에 부러 말리지 않는 편이다.


이유식 때는 어떤 음식이든 잘 먹던 아이들이 머리가 좀 커지기 시작하면서 먹는 음식의 종류가 많이 줄어들었다. 채소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주로 늘 입에 당기는 음식만 먹었다. 1호도 그러기를 2년 정도 했을까? 6살이 되어갈 무렵부터 조금씩 남편과 내가 먹는 음식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다 먹지는 않더라도 궁금한 음식은 한 입씩 입에 넣어 맛을 보는 재미를 느끼고 있는 중이다.


이제 갓 네 살이 넘은 2호는 3살 무렵부터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알고 있는 음식 중에 선택하지만 최근에 생선 구이에 빠져서 거의 1일 1 생선을 하다시피 하고 있다. 아이의 생선 사랑은 200% 어린이집 선생님 덕분이다.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생선의 생김새를 눈에 익힐 수 있도록 토막 내지 않고 그대로 한쪽을 통으로 구워 손수 얼마 있지 않은 가시마저도 다 발라서 아이들을 먹여주신다. 그 정성 때문일까? 2호는 생선 구이가 얼마나 맛있는 음식인지 알아버렸다. 그래서 요즘에도 이틀에 한 번 꼴로 물고기를 먹고 싶다고 목청껏 외치고 있다.


호주에서 첫 어린이집을 보낼 때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 4명만 집중적으로 케어를 하는 패밀리 데이케어를 보내거나 20~30명을 케어하는 차일드 케어를 보내는 것. 물론 집중 케어를 하는 패밀리 데이케어의 비용이 훨씬 더 비싸다. 하지만 가격을 거뜬히 무시해 버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장점이 있다. 바로 대부분의 패밀리 데이케어가 도시락을 싸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로 같은 문화권 선생님에게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주된 이유는 음식과 언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집에서 먹는 음식과 비슷한 음식을 어린이집 친구들과 함께 먹는데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는 골라 먹어도 어린이 집에서는 뭐든 잘 먹었다. 심지어 1호는 엄마가 한 요리보다 선생님이 해준 요리가 더 맛있다며 선생님에게 엄지 척을 수도 없이 날리곤 했었다. 지금 2호는? 엄마가 주는 음식은 한 번 확인하고 먹는 반면 선생님이 주시는 음식은 믿고 먹는다. 매일 밥을 두 그릇씩 해치우고 오니 포동포동한 살결은 70% 이상이 선생님 덕분이다.


지금 2호가 다니고 있는 패밀리 데이케어에서는 아이가 하원하고 나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알려주시는 리포트와 함께 사진을 앱에 업로드해주신다. 오늘 어떤 점심을 먹었는지, 친구들과 무엇을 하며 놀았는지 사진을 보면서 아이가 보냈을 신나는 시간을 감상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그리고 가끔은 카톡으로 영상을 보내주시기도 한다. 주로 아이들이 폴짝폴짝 뛰면서 노래에 맞춰 신나게 율동도 체조도 하는 영상인데 보다 보면 하루의 피곤이 어디 있었는지도 모르게 싸악 마법처럼 사라져 버린다. 오늘은 특별히 카톡으로 보내주셨는데 아무래도 리포트를 쓰시고 난 후에 생각이 나셔서 따로 보내주신 것 같다. 그런데 카톡 내용이 이게 맞나? 싶은 내용이었다.

뭐라고요? 선생님? 아니 우리 2호가 멸치를 먹는다구요?


그것도 실멸치나 잔멸치가 아닌 큰 멸치를요????

보고 있는데도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 기가 막혀서 답장으로 ‘그 멸치 먹는다는 아이가 뉘 집 아들일까요?’를 보내고 싶었는데 차마 늦은 시간이라서 보낼 수가 없었다. 사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멸치는 나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큰 멸치로는 국물만 내고 버릴 줄만 알았지 반찬으로 해 먹을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안 해봤다. 그런데 4살 된 우리 2호가 큰 멸치 볶음을 냠냠거리며 맛있게 먹었다는 사실이 팥으로 메주를 쑨다는 것보다 더 신기했다.


너? 낯설다. 내 아들 맞니?


기가 막히면서 기특한 마음이 몽글몽글 샘솟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건강한 식습관을 챙겨주려는 선생님 노력에 눈물겹도록 감사한 순간이기도 했다.


선생님의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는 곳마다 아이들에게 좋은 식습관이 스며든다는 것을…

그분들의 노고를 절대 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오늘 나는 다시 한번 되새겼다.


교육의 현장에서 애써주시는 선생님들 모두 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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