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리그, 새로운 도전
저자특강을 무사히 마쳤다.
태어나 처음으로 책을 썼다.
작가가 되었고, 처음으로 저자특강을 했다.
줌에서 모임이 많아졌다. 수업을 듣기도 하고, 독서모임도 한다.
짧게 내 생각을 말하며 모임을 여러 번 해봤지만, 혼자서 한 시간가량 강의 하는 건 20대 이후로 처음이었다.
"저자 특강 꼭 해야 해요?"
내 라이팅 코치가 저자특강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했을 때, 나는 주저했다.
과연 몇 명이나 들으러 올까 의문이 들기도 했고, 내가 특강을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단 한 명이 오더라도, 그분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온 것이기 때문에 열심히 설명해 주면 된다고 했다.
바쁘다는 핑계로 슬금슬금 날짜를 미루다가, 결국 저자특강 날짜를 잡았다.
2024년 4월 9일 9시 30분 pm
내가 준비해야 할 부분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한 시간 분량의 특강 내용 구성하고, 말하는 연습하기
두 번째는, PPT 자료 만들기
나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익숙지 않다. 많이 떨리고,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 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나 자신을 잘 알기에, 반복 연습을 하기로 했다.
'아무리 떨려도, 반복하면 나도 모르게 술술 말하지 않을까?'
내가 최근 살면서 터득하고 실천하고 있는 방법이다.
이미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이론이다. 하지만 과거의 나는 실천보다는 마냥 걱정만 앞섰다.
그러나 이번 특강을 준비하면서는 크게 걱정 안 했다. 대신 연습했다.
반복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약간 있었다.
평소 일과 시간이 꽉 차 있었다. 따로 연습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중얼중얼 말하는 연습을 했다. 하루 한~두 번 일주일 정도 한 것 같다.
출근 시간이 대략 25분 정도 걸린다.
내 소개부터 책 쓰게 된 계기까지, 특강 내용의 첫 부분을 연습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며칠 후에는 그 다음 중간 내용을 파트별로 연습했다.
주말에 차로 30분 거리의 미용실을 가면서도 역시 혼자서 떠들며 연습했다.
그러다가 두 번이나 길을 엉뚱한 데로 들어서서 예약시간보다 30분이나 늦고 말았다.
PPT 자료도 틈틈이 만들고 특강 며칠 전부터 시뮬레이션도 2~3번 돌려봤다.
그 와중에 나는 주위에 홍보를 했다.
사람이 많을수록 떨리겠지만, 이왕 준비하는 거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떨리는 건 그때 가서 떨고, 우선 소문부터 내자.'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와주었다.
내 학창 시절 친구들도 몇 명은 들어오겠다고 했고, 또 몇 명은 약속이 있어 늦게라도 들어오겠다고 했지만,
아쉽게도 단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다. 모두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하지만 사회에서 만난 지인들이 그 자리를 모두 채워줬다.
특강 시작 당일에 얘기한 분들도 있었는데, 흔쾌히 특강을 들으러 와주었다.
인간관계는 나름의 역할이 있고 모두 다르게 내게 영향을 준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학창 시절 친구는 그냥 존재만으로도 내 친구다. 함께 지난날을 추억하고, 편하게 언제든 연락할 수 있다.
지금 나의 새로운 도전과 성장의 바운더리 안에는 그들이 없다.
사회에서 만난 친구는 함께한 과거의 추억은 별로 없다. 하지만 현재를 끊임없이 소통하고, 미래의 계획을 서로 나눈다. 나의 도전과 성장의 길에 함께 발맞추어 나가고 있다.
다양한 모임의 멤버들은 서로 응원하고 도와준다.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나눠준다. 배우고 나눈다.
모두 내게 소중한 존재들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각각 함께 한다. 내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고 나를 발전시키는데 도움을 준다.
저자 특강 전날까지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
당일 두 시간 전부터 떨렸다. PPT 자료를 계속 펼쳐보면서 리마인드 했다.
특강 시작 25분 전에 줌에 접속해서 준비한 동영상은 잘 재생되는지 등 확인을 해 보려 했으나,
20분 전부터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시작시간이 거의 다다랐을 때 줌 화면에서 사람들이 하나둘 점점 늘어나는 게 눈에 보였다.
아는 얼굴과 이름을 볼 때마다 반가웠고 고마웠다.
내 마음의 떨림과 반가움이 함께 상승했다.
'그냥 내 얘기 잘 전달한다고만 생각하자.'
광고 전문가이자, 강연가인 박웅현의 <여덟 단어> 책 내용이 떠올랐다.
그도 처음에는 심각할 정도의 무대 공포증이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광고계에서 프레젠테이션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두려움과 공포심은 너무 잘하려고 한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해야 할 말을 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저자는 말했다.
프레젠테이션의 본질은 내가 멋있어 보이는 게 아니라 준비한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준비한 얘기를 진솔하게 말하듯이 풀어내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좀 긴장되었지만, 내용에 집중했다.
준비한 내용을 빠짐없이 천천히 전달하려고 했다.
특강을 시작하고 PPT 화면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모든 참여자들이 내 눈에 다 들어오지는 않았다.
몇 명의 반응만 살피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처음 보는 분이 화면 상단에 보였는데,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모든 표정으로 내 얘기를 공감해 주었다.
그런 반응이 내게 힘을 주었고, 나는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특강 마무리에서 메시지를 하나 넣었다.
"내 인생은 나만의 리그입니다.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꿈과 계획을 살아나가세요.
당신의 2024년 올해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특강 후 많은 분들이 후기를 적어주었다.
후기에서 나는 한번 더 감동도 받고 힘도 얻었다.
다른 이들은 모를 거다.
저자 특강은 나만의 리그 안에서 새로운 도전이었다.
와서 들으라고 홍보했지만 정작 나에게는 이 또한 도전이었다.
나는 도전했고 해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또 다음 꿈을 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