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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작가 Jul 19. 2024

남편의 우선순위

백만원보다 값진 마음


지난주부터 목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병원 약도 안 듣는다. 의사가 성대에 무리가지 않게 조심하라고 했는데, 내 두 번째 직업이 목을 쓰는 직업인걸 어쩌나.

소리튠 영어 회원들에게 피드백을 녹음해서 보내고, 미팅도 하고 조심을 너무 안 했는지, 오늘 아침에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없었던 누런 가래까지 생겼다. 몸이 주는 신호를 무시한 결과다.


남편이 출근하면서, 와이셔츠 두 개를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자기야, 이거 두 개 버려야 할 것 같아. 너무 낡았어."

"응 그래." 

목소리가 안 나와서 짧게 대답했다. 사실 속으로 엄청 뜨끔했다. 남편 와이셔츠를 매일 빨고 널고 하면서도 왜 나는 몰랐을까. 


웬만하면 옷을 잘 사지 않는 남편이다.

"됐어. 그냥 있는 거 입으면 돼."

내가 옷만 사자고 하면 자동 반사적으로 나오는 멘트다. 이럴 때 보면 꼭 우리 아빠 같다.

남편은 내가 매장까지 끌고 가서 입혀야 겨우 옷 하나 산다.

그런 사람이 와이셔츠를 버려야 할 것 같다고 하면, 말 다한 거다.




오전에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자기야, 지금 잠깐 통화 돼?"

"응, 괜찮아."

나 목 상태 안 좋은 거 알면서도, 굳이 전화를 한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자기 뭐 필요한 거 없어?

내가 회사에서 보너스를 받았는데, 그중 백만 원은 자기를 위해 쓰고 싶어서. 나머지는 저금하고."

"아니, 자기가 고생해서 보너스 받은 금액을 왜 나를 위해 써."


들어보니 큰 액수의 보너스를 받은 것도 아니었는데, 그래도 백만 원을 나한테 쓰겠다니.

기분은 좋았지만, 홀라당 오케이라고 하지는 않았다.

남편은 내게 생각해 보고 카톡으로 답을 달라며 얼른 통화를 마쳤다.


전화를 끊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늘 나를 1순위 아니 본인 말로는 내가 0순위란다. 나를 0순위에 놓고 사는 남편이다. 나는 나 바쁘다고 내 위주로 하루 일과를 짜고, 바쁠 때는 방문 닫고 들어가 버리기 일쑤였다. 내가 어떤 생활을 하던 늘 내 옆 그 자리에 있어준 건 남편이었다. 같이 놀자고 하면 같이 놀아주고, 나 바쁘다고 저리 가라고 하면 갔다.

이번에도 힘들게 일해서 받은 보너스를 자신한테 쓸 생각은 안 하고 나를 위해 쓰겠다고 한다.


중요한 건 우선순위다.

살면서 우선순위가 제대로 정립되어 있다면, 아무리 정신없고 바빠도 큰 줄기는 제대로 타고 갈 수 있을 거다.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며, 뒤로 밀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의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질문을 던져 본다.

내 가족이 뒤로 밀려나진 않았는지.

엉뚱한 일에 시간 쓰며 감정 소모를 하지는 않았는지.



100만 원짜리 선물보다 더 값진, 남편의 마음 전달이었다. 그 마음이 고마워서, 하던 일 모두 멈추고 0순위로 내 마음을 글로 적으며 남편에게 감사를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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