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d Opener Nov 07. 2020

우린 인생극의 '플레이어'일 뿐이다

노는 게 제일 좋은데...

취미였던 노래 부르기를 프로 수준으로 해내리라 맘을 먹었다. 그런데, 막상 제대로 해보려고 하니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좋아하는 일이 싫어하는 일이 되는 것이 '최악의 결과'라는 평소의 생각을 다소 과도하게 반영하여 실행 옮기고 있는데도 말이다.


기한은 십 년 정도로 아주 길게 잡았고, (나이 오십에 노래를 프로 수준으로 해낸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런 만큼 막히거나 힘들면 과감하게 쉬는 기간을 가지되 '절대 포기하지만 말자'라고 정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과 관계된 것이긴 했지만 꼭 내가 잘해야 하는 일도 아니고, 나 스스로와의 약속일 뿐이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도 즐기는 것과 잘해야 하는 것은 차이가 너무나 컸다. 아직 과정에 있을 뿐인 녹음된 내 목소리는 너무나 듣기 싫었으나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반복해야 했다. 나에게 타고난 음감이나 박자감이 이렇게도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으며, 이전에 즐기며 노래를 부르는 방식도 한계가 분명해 바꿔나갈 수밖에 없었다. 연습해도 고쳐지지 않으면 한없이 답답하고, 즐겁게 감상하던 음악도 때로는 분석해서 들어야 했다. 좋아하는 일이니 다른 것보다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결국 나의 착각이었다.


잘 놀기만 해도 인기를 한 몸에 얻었던 뽀로로에 비해 요새 대세 펭귄 평수는 노래, 춤, 예능까지 해내야 할 것이 너무 많다


Player와 Performer의 차이


지금은 자연스러운 '프로+게이머'라는 단어도 한때는 꽤 논란이 되는 말이었다. 놀이를 하는 것에 '프로'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가? 라는 문제였는데, 내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굳히게 된 계기는 게임을 하는 일반인과 프로의 뇌파를 분석한 프로그램을 보고 나서였다. 일반인들은 원초적인 반사신경을 주로 사용하고 뇌 활동은 크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프로들은 굉장히 활발하게 뇌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반인들에겐 놀이였지만 그들에게는 꼭 잘해야 하는 일이었던 것이다.


영어 단어 중에 Player와 Performer라는 말이 이 차이를 잘 보여주는 것 같다. Player는 직업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취미나 즐기기 위해 무대에 서는 사람을 포함하는 말이지만, Performer는 준비되고 제대로 된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사람이다. 혹 결과가 같더라도 플레이어와 퍼포머는 그 준비부터 마음 자세까지 결코 같을 수가 없다.


최소 인생 2회 차 이상일 것 같은 아이들 (정말 그렇다면 좀 부럽다)


이번 생은 처음이라서...

인생이 어려운 것은 모든 것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대사나 연기에 대한 준비는 아무것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인생이라는 무대에 올려져 주어진 상황에 대처해야만 한다. 이처럼 즉흥극에 가까운 인생이 완벽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이번 생이 처음이 아닐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이 있을 리 없을 테니 누구나 실수하고 잘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쉽게 자신을 포함한 누군가의 인생을 평가하고 재단한다. 평가받는 것은 퍼포머일 때 정당화되는 것이지 결과적으로 인생극의 플레이어일 수밖에 없는 보통의 우리에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순간의 문제로 자신을 심하게 몰아세울 필요도 다른 사람을 비난할 이유도 없다.


다만, 실수를 받아들이고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해야 한다. 스스로 무대에 내려와 버리는 가슴 아픈 일은 너무 슬프다. 다시 해보자, 괜찮아, 힘들었지? 등 응원과 위로의 말이 좀 더 넘쳐났으면 좋겠다. 우리는 모두가 이번 생이 처음인 동기들이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숨겨진 다(多)행(幸) 발견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