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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조 Mar 05. 2016

음악을 하는 새로운 방법에 관하여

앨범에 얽매이지 않고 음악인으로 살아가기

두 달 전 이름 없는 방구석 뮤지션이란 본래 모습으로 돌아오고 나서 앞으로 음악활동이라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게 됐다. 처음 음악을 목표로 했던 때와 시대는 너무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스트리밍, 유튜브가 대세가 되었고 MCN 같은 개념들이 등장했으며 향뮤직의 매장은 문을 닫았다.


음악을 하던 사람들의 활동도 바뀌었다. 앨범을 내고 텔레비전만 출연해도 되던 시절은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난다. 새로운 콘텐츠가 넘쳐나는 요즘은 거대 기획사의 아이돌 조차도 활동을 주목받기 쉽지 않다. 음악이 뜨려면 무한도전에 나가거나 드라마에 나오거나 카톡 짤방으로 쓰이거나 벚꽃과 관계가 있어야 한다. 


이런 시대에 음악가는 여전히 앨범을 내야 하는 걸까? 물어보나 마나다. 윤종신처럼 감이 빠른 사람은 이미 오래전에 앨범에서 벗어나 자기 채널을 만들고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해왔다. 이미 소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듣지 않는다. 이제는 싱글로 음원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앨범은 점점 음악가의 자기만족에 가까워지고 있다.


나는 여기서 좀 더 나아가 음원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음악 하는 사람에게 정식 음원이라는 존재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보면 원래 음악은 오랜 세월 동안 공연이 중심이었다. 처음 음원이 나왔을 때는 공연을 기록해 음악가 대신 전달하는 역할이었다. 20세기 후반 기술의 발달로 소형 플레이어가 보급되면서 대중음악의 중심은 공연에서 음원으로 넘어갔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 소수의 음원을 만드는 것이 음악의 중심이 된 건 사실 얼마 되지 않은 일이다.


다시 시간이 흘러 기술은 더욱 발전했다. 이제는 누군가의 연주를 실시간으로 보고 듣거나 무한정으로 웹에 저장해 두고 아무 때나 듣는 것이 가능해졌다. 스튜디오 음원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지 않아도 예술가는 온라인을 통해 수많은 관객을 만나고 음악을 전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적으로는 더 이상 정식 음원을 내고 활동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된 거다. 심지어 음원은 돈도 안된다. 


이런 시대에 여전히 음원을 만들고 앨범을 내야 한다면 그건 왜일까? 이 질문은 내 스스로에게 해본 질문이었다. 내 답은 이랬다. 가장 큰 이유는 그게 내가 어디 가서 내세울 수 있는 나의 정체성이기 때문이었다. 앨범은 내가 음악가라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이었다. 전통적인 시스템 안에서는 앨범 즉, 정식 음원이 데뷔와 활동의 기준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 나는 전통적인 시스템 안에서 인정을 바라고 데뷔를 바라는가? 어릴 때는 그게 무척 중요했지만 이제는 누구의 눈치 보지 않고 내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됐다. 누군가의 인정을 받고 안 받고는 중요치 않아졌다. 내 생각만 그런게 아니라 시대 역시 그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창작자들에게는 더 이상 정식 작품과 전통적인 인정이라는 건 의미가 없다. 그저 활동 그 자체가 그들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지속적으로 활동을 해서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의 과정을 거쳐서 올해 앨범을 내려던 나의 목표와 활동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그냥 나라는 사람 그 자체가 콘텐츠이고 내가 평소에 하는 모든 창작과 활동을 다 편하게 기록해서 사람들과 공유하면 그게 바로 창작자로 사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으로는 아래 같은 계획을 세웠다. 


1. 브런치를 중심으로 작품과 활동을 모은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은 글과 다른 종류의 콘텐츠를 쉽게 섞어서 컴퓨터 및 모바일 환경에서 보여주기 좋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가장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글과 사진을 기본으로 해서 내 모든 창작들을 1차적으로 정리하고 알리는 허브로 활용할 예정이다. 검색과 구독, 공유 기능도 좋고 매거진이라는 기능으로 작품을 분류하거나 협업을 하기도 좋다. 


2. 음악은 자연스러운 녹음부터 음원까지 모두


정식 음원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의미이지 스튜디오 음원의 의미를 부정하거나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스튜디오에서만 가능한 작업이 있고 나 역시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나 같은 처지에서 제대로 녹음한 음원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거기에 에너지를 다 쏟기보다는 평소에 연습하거나 공연을 하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녹음들부터 공유할 생각이다. lo-fi라는 거지 습작을 올리겠다는 말은 아니다. (실력 자체가 습작인 건.. 이해해주세요.)


3. 유통은 유튜브와 팟캐스트, 파일로 제공한다.


우선 음원은 누구나 검색해서 들을 수 있게 유튜브에 올릴 계획이다. 인터넷이 안 되는 환경이거나 스마트폰 특히 아이폰에 저장해서 듣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팟캐스트 형태로도 제공할 계획이다.(이건 실험을 해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듯) 그리고 브런치에 mp3파일도 올려서 공유할 생각이다.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형태로 다 제공하는 게 목표다. 여러 가지 나의 활동들 중에 각자가 마음에 드는 것들만 보관해서 들으면 그게 나의 앨범이 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  


목표는 분명한데 남은 건 실천이겠지. 즐겁게 해보자!




아마도 지금 같은 시대에 음악가로 활동하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처럼 방구석인 사람부터 이름 있는 인디나 메이저까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같이 이야기해보고 나누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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