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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타리즘 Aug 13. 2020

여행썰 ㅡ인도편 8

10. 암리차르 가는 기차

앞에 내용에서 말했듯이 델리에는 올드델리 역과 뉴델리역이 있는데 북인도로 향하는 기차는 올드델리 역에서 승차한다. 기차는 밤 6시에 출발해서 대략 11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믿지 않는다. 연착을 밥먹듯이 하는 인도 기차를 수없이 많이 보았고 나 또한 20시간이 넘게 한 번에 타보기도 했으니 원래 16시간 걸리는 기차가 24시간 걸려 도착한 경험이 있는 나로선 과연 언제 도착할지 그리고 언제 내려야 할지 살짝 걱정은 되었다.

6시 전에 도착해 기차 승강장을 가는데 살살 배가 아파왔다. 아마 하루 동안 짜이 티랑 라씨를 물 마시듯 많이 마신 탓인지 아니면 물갈이 시작인지 모를 일이었다. 처음 배낭여행했을 때는 한 달 인도 여행 중에 2주를 물갈이해서 고생을 했고 또 화장실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물갈이 시작이었다. 이번에도 대략 2주 정도 물갈이를 했다. 그리하여 숙소 구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숙소에 화장실의 유무였다. 인도에는 숙소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흔히 우리가 아는 게스트 하우스부터 인도인들이 쓰는 단체 도미토리룸이 있고 개인 숙박시설부터 으리으리한 호텔까지 돈을 아끼 자고 하면 한없이 아낄 수가 있고 좋은 호텔에서 머무르고자 한다면 한없이 비싼 게 인도의 숙박시스템이다. 이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또 다음에 이야기해보려 한다.


배가 아파오니 슬슬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기차 안에서 화장실 가는 건 너무나 어렵고 열악한 화장실 상황과 함께 더러움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뻥 뚫려서 달리는 기차에서 밑을 바라보며 변을 볼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똥들이 덕지덕지 묻은 변기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차라리 참는 게 나을만한 상황도 생긴다.

그런 경험이 몇 번이나 있기에 웬만해선 기차를 이용하기 전에는 물조차 마시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배아픔의 정도가 한 단계 올라갔다. 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이대로 기차를 탄다면 또 다른 지옥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기차가 오기 5분 전 화장실이 보이지 않는다.

기차 타는 플랫폼에 간이 화장실이 있다고 한다. 미친 듯이 60리터 배낭을 메고 뛴다. 그러다 걷는다.

잘못하면 쌀지도 모른다, 나온다. 안된다. 내정신은 혼미해지고 하늘은 노랗게 변한다.


두 칸의 화장실 공간 중에 다행히 하나가 비어있다. 배낭여행을 문 근처에 벗어놓는다. 가져가면 어쩔 수 없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건 배낭여행이 아니다. 누가 가져가면 어쩔 수 없다. 여권은 배주머니에 있다.

두루마리 화장지만 얼른 꺼내서 화장실 문을 열었다.


잠깐 더러운 상황 쉬어갈게요 ㅡ 매일 튀긴것만 먹다보니 야채가 너무나 그리워 먹었는데 너무나 맛났던 감자 고로케


화장실은 너무나 더러웠다. 인도에서 난 웬만하면 더럽다고 하지 않는다. 여기선 더러운 게 더러운 게 아니다.

한 예로 내가 표지로 썼던 아주머니가 반죽을 말리는 사진은 소똥을 말리는 사진이다. 그 더러운걸 왜 반죽으로 만들어서 말리냐고 하지만 소똥을 말려서 연료로 쓴다. 그들에겐 고마운 재료고 소중한 연료다.

이런 인도에서 내가 정말 더럽다고 말할 정도로 더러웠다. 변기에 볼일을 안 보고 변을 그냥 뿌린 것 같았다.

냄새도 군대에서 겪었던 화장실보다 심했다.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그럼에도 난 여기를 이용해야만 했다. 아니 고마웠다. 이미 내 쪼리를 통해서 그들의 갈색 고체와 액체 그 중간쯤의 것들이 다 묻어있었다. 진흙 같은 느낌의 그 느낌 그래도 나는 볼일을 봐야만 했다. 힘겨운 시간이 흐르고 있는데 열차가 온다고 방송이 나왔다. 마음이 또 급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지금의 상황이 우선이었고 만약 놓진 다면 어쩔 수없다고 생각했다. 그저 엉덩이를 깊이를 알 수 없는 구멍에다가 조준할 뿐이었다.


큰일이 끝나고 진득한 내발을 이끌고 밖으로 나왔다.

내 배낭도 그대로 있다. 이 배낭도 9년 전에 여행한다고 처음 샀던 아이인데 긴 배낭여행을 갈 때마다 많은 것들을 보관해준 고마운 가방이다. 지금은 이 배낭이 없다. 너무 오래되다 보니 재질이 삭으면서 가루가 떨어지고 심하게 상해서 처리했는데 보내줄 때 기분이 너무나 속상했다.

화장실 바로 옆에는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수도꼭지가 있었다. 미친 듯이 씻었다. 비누가 없어 물을 행군 다음에 가방에 있는 치약을 꺼내 발을 씻었다. 찰나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기차는 역시 연착되어 한참 후에 출발했다. 배속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고 발도 안 찝찝했다.


나는 기차에 올라타 내 자리인 2층에 올라갔다. 배낭은 좌석 밑에 잘 깔아놓고 쪼리는 잘 숨겨두었다.

밤에는 1층 자리인 사람이 등받이를 펴는데 그럼 1층과 1.5층이 생긴다. 여기서 다들 누워서 잠이 든다. 내 자리는 말하자면 3층인데 천장이 낮아 앉을 수도 없고 누우면 종아리까지 이어진다. 무릎을 궆히면 엉덩이가 밖으로 나올 정도로 좁지만 항상 감사하게 이용한다. 1층과 1.5층은 낮에는 앉아있어야 하고 새벽이 되면 자리를 접어야 하지만 난 항상 누워있어야 한다. 하하하하


때를 닦는 시기가 지날 만 틈 지나 선풍기 날개는 검은 숯 같은 게 잔득묻은채로 회전을 한다. 더럽지만 더운 지금 선풍기 바람이 내 자리가 가장 시원하다. 삶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감사는 끝없이 이어진다.

그나저나 내 자리에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벽에 위치한 창문 틈으로 어마 무시한 바람이 들어왔다. 기차가 달리기 시작하니 순식간에 소음이 발생했다.

황금사원이 있는 암리차르는 기차로 그 고생을 잊게해 줄만큼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11. 암리차르 가는 기차 2


소음과 급격한 추위에 나는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내 똥 닦은 쪼리를 가져와 그 틈을 메꾸고 안 입는 옷으로 그 부분을 가렸다. 9년 전 가방이랑 같이 산 봄가을용 침낭 안으로 들어왔다. 나만의 동굴로 들어왔다.

몇 시간 동안 너무나 많은 감정선들이 있어서였는지 쉽사리 잠이 들지 않는다.


메모장을 열었다.

그때 쓴 글을 밑에 나열한다.


암리차르로 가는 기차표를 끊고 드디어 기차에 몸을 누워 이제는 기나긴 밤을 향해 기차는 요란한 소리를 내고 출발한다. 설레고 떨리는 마음과 함께 이제 그렇게 고대하고 그리던 펀잡지방으로 향한다. 내 자리는 슬리퍼칸 제일 위칸으로 편하게 누워 갈 생각으로 기차에 몸을 맡겼다.

혼란은 밖에서 끝나지 않았다. 앉을 수도 누울 수도 온전히 다 뻗지 못하는 이 공간이지만 그럼에도 신이 나는 내게 인도 여행은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다. 세 얼간이에서 주인공 친구들이 아미르 칸을 찾아가는 차 안에서 들은  Give me sunshine을 흥얼거린다. 비슷한 감정일까 오랫동안 그리던 곳을 간다는 점에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모두 소등을 하고 가져온 각자의 담요를 꺼내 덮는다. 두꺼운 손가방의 정체는 이거였구나. 선풍기 위에 덮인 수백 년 된 유물에서나 볼 듯한 쌓인 먼지와 내 자리에 먹다 남은 물통들과 음식 흘린 잔여물로 인해 색이 바랜 시트 위 음식물 자국으로 인해 시트는 멍이 들어있다.

이 묘한 자리와 기분으로 인해서 인지 잠이 오지 않아 몇 시간의 뒤 척임 끝에 메모장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이 글을 적고 있다. 소변 탓인가? 개운한 기분이 된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화장실이 가고 싶어 졌으나 더 이상 더러움을 느끼고 싶지 않고 우선 너무 조용해서 나가기가 번잡스럽다.

가끔 차가 멈추면 깜깜한 공간에도 짜이왈라가 소리친다. "짜이짜~이"

그리고 코 고는 소리뿐이다. 새벽 6시 이 시간이 나는 무척이나 감사하다.

그동안 남 탓하며 움직이지 않은 내 자신을 바꾸자. 행동하고 무엇이든 해보자. 내가 바랬던 것들을 이루도록 노력해보자. 나는 움직이지 않아 이루지 못했고 그들은 움직여서 만들어 냈다.


여기까지가 기차 안에서 쓴 메모의 끝이다.

몇 부분은 너무 오글거려 자체 삭제했다. 글은 어렵고 여행은 사람을 감성적으로 만든다.


이제 한 시간 정도면 암리차르 도착이다.



TMI: 글쓴게 여행다녀와서이고 3년간 수정의 시간을 거치면서 현재는 첫여행으로부터 12년전이고 이글을 3년째 수정의 시간을 가져 쓰고 있음을 표기한다. 그리고 얼마전 우연히 연락처를 알게되어 앞에 나온 진석이 형에게 연락을 했으나 형은 이름은 기억나나 내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단다. 아쉬움에 한 글자 적는다. tmi...tmi...t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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