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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프랑스구나!

프랑스와 독일 사이, 그 틈에서 마주한 오후

by 뮌헨 가얏고

다시 카페를 찾아 헤매다가 결국 광장으로 향했다.

햇볕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그늘 덕분에 앉아 있을 만했다.


메뉴는 평범했다.

플람쿠헨이나 크로크 무슈처럼 간단한 것들뿐.

딱히 끌리진 않았지만, 이 더운 날씨에 앉아 쉴 만한 곳은 이곳뿐이었다.

플람쿠헨(Flammkuchen)은 독일에서도 자주 먹는 음식이라 별로 내키지 않았다.


얇은 도우 위에 양파, 베이컨, 사워크림을 얹어 오븐에 구운 이 음식은

원래 알자스 지방(Alsace)에서 시작됐지만, 지금은 프랑스와 독일 접경 지역 어디서나 볼 수 있다.

벨포르가 딱 그 중간쯤이다 보니, 음식도 문화도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느낌이었다.

프랑스 요리를 기대했던 입장에선 조금 아쉬웠다.


소매치기가 걱정돼 가방은 무릎 위에 올려두고,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

그렇게 약간 긴장된 마음으로 음식을 주문했다.

나는 화이트 와인 한 잔, 딸은 피나콜라다.

딸과 함께 나눠 먹을 크로크 무슈(Croque-Monsieur)도 시켰다.

‘바삭하게 먹는 신사’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식 따뜻한 햄치즈 샌드위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치즈가 듬뿍 들어 있다. 맛있었다.


남편은 맥주를 주문했는데, 첫 모금에 고개를 갸웃하더니 “콜라를 섞은 것 같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취향을 완전히 비껴간 선택이었다.


그때 갑자기 한 손님이 고함을 질렀다. 처음엔 지나가는 행인인가 싶었지만, 그냥 손님이었다.

싸우는 것도 아니고, 무슨 뜻이 있는 것도 아닌, 그저 의미 없는 괴성처럼 들렸다.

독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장면이라 순간 긴장이 됐다.


그런데 그때, 우리 앞 테이블에 엄마와 어린 아들이 다가와 앉았다. 음료를 주문 후, 아들은 광장에서 자전거 타느라 바쁘고, 엄마는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평화로운 모자의 풍경을 보자 나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우리 아들도 저럴 때가 있었지…”

지금은 네팔에서 자원봉사 중인 아들이 문득 떠올랐다.

이제 커서 누군가의 삶을 돕는 어른이 되다니.

그래도 지금 우리 옆에는 딸이 함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순간이었다.

그때, 잔잔한 기타 소리가 귓가에 스며들었다.

뒤편 테이블에 앉은 한 남성 손님이 기타를 꺼내 조용히 연주를 시작한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공연도 아니었다.

혼자 음미하듯, 연습하듯 기타를 치고 있었다.

아무도 제지하지 않았고, 주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 모습이 왠지 프랑스 답게 느껴졌다.


아, 여기가 프랑스구나!

독일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이런 풍경이, 프랑스에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누군가의 감성이, 조용한 오후를 따뜻하게 감싸 안는다.

그 감정이 묵직한 온기로 남는다.

이 낯설지만 포근했던 오후의 한 장면을, 나는 아마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조용한 일상 속 풍경이 오히려 더 깊이 마음에 남았다.

저녁 8시가 넘으니 사럼들이 나타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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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포르 마지막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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