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최남단에 위치한 수안보는 박달산, 적보산, 월악산, 주흘산 등에 둘러싸여 있다. 물의 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산 속에 들어앉은 모양새다. 수안보에서 꿩요리가 발달한 건 이런 지형적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숲 깊은 산에 새, 아니 꿩이 깃든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은가.
꿩은 예로부터 최고의 보양식으로 알려졌다. 육류지만 100g당 열량이 132kcal에 불과하고, 필수비타민이 풍부한데다 지방이 거의 섞이지 않아 맛이 담백하고 소화가 잘된다. 양질의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과 미용에도 좋다. 이건 아무리 먹어도 살찔 염려가 없고, 먹기만 해도 미용에 도움이 된다는 말씀. 말 그래도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음식이라는 얘기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는 첫날, 꿩고기가 들어간 떡국을 먹었던 건 그래서일 것이다. 하지만 꿩고기 구할 형편이 안 되는 집에서는 꿩고기와 가장 비슷한 닭고기를 넣어 떡국을 끓일 수밖에.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은 여기에서 나왔다.
떡국에 꿩 고기를 넣는 건 맛도 맛이지만 꿩을 길조(吉鳥)로 여긴 탓도 있다. 꿩의 알을 복란(福卵)이라 부르며 귀하게 대접한 것도 같은 이유다. 꿩알은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 음식 재료 1001’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꿩을 길조로 여긴 데에는 꿩 보은과 관련한 설화도 한 몫 톡톡히 했다. 한자 길(吉) 자에는 ‘복(福)’이라는 의미와 함께 ‘아름답거나 착하거나 훌륭하다’는 뜻도 담겼으니 보은하면 떠오르는 꿩이 빠질 수 없다. 꿩 보은으로 유명한 곳은 강원도 원주의 상원사다. 구렁이에게서 자신을 구한 사냥꾼을 위해 종을 울리고 죽은 꿩 이야기는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 봤을 터. 상원사를 품은 산에 꿩 치(雉) 자를 붙여 치악산이라 이름 지은 건 그런 연유에서다. 상원사 꿩 보은 설화만큼 유명한 이야기가 충주의 대표 절터인 미륵대원지에도 남아있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인 마의태자가 관음보살을 꿈에서 보고 절을 세울 때의 일이다. 불사를 위해 제작한 종이 절에 도착했는데 종을 주조한 화주승이 돌연 목숨을 끊었다. 종이 스스로 두 번 울릴 때까지 종각에 걸지 말아달라는 유서를 남기고서다. 며칠이 지난 후, 왕자는 우연히 꿩을 잡아먹으려는 황금구렁이를 발견하고 나뭇가지로 구렁이를 쫓아 꿩을 살렸다. 그날 밤. 왕자 앞에 죽은 화주승이 나타났다. 화주승은 종을 만들기 위해 시주한 재물을 사사로이 사용했고, 그 업보로 황금구렁이가 되었으며, 살기 위해 꿩을 잡아먹으려 했으나 왕자의 자비로 꿩은 살고 자신은 죽을 지경에 이르렀으니 꿩을 살린 자비를 자신에게도 베풀어 육신을 내어달라고 요구했다. 종이 스스로 두 번 울리지 않으면 왕자는 황금구렁이에게 자신을 몸을 내주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때, 종이 두 번 울렸다. 왕자가 살려준 꿩이 종을 치고 산으로 날아간 것이다.
상원사 설화와 비슷한 내용이지만, 이 이야기의 핵심은 왕자도 살고, 꿩도 살고, 심지어 타의에 의해 자비를 베푼 구렁이마저 죄업을 벗고 억겁의 고통에서 벗어났다는, 행복한 결말에 있다. 충주사람들은 이를 두고 일거삼득이라 한다.
훈훈한 이야기 끝에 이런 글을 쓰기가 꿩에게 조금 미안하지만, 보기 좋고, 맛 좋고, 몸에 좋은 꿩고기야 말로 일거삼득에 딱 들어맞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음식은 눈으로 먼저 먹는다고 하는데, 식탁에 오른 꿩요리의 면면을 살피면 그 말의 뜻에 백번 공감할 수밖에 없다.
꿩요리는 대개 코스로 즐긴다. 가장 먼저 연분홍빛 가슴살을 얇게 저민 살코기에 꿩뼈로 육수를 낸 샤브샤브가 나온다. 느타리버섯을 포함한 갖은 채소를 넣고 보글보글 끓인 육수에 살코기 한 점 담가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왜 다들 꿩고기 꿩고기 하는지 알게 된다. 샤브샤브에 이어 육회, 탕수, 튀김, 불고기가 차례로 식탁을 채운다. 맨 마지막에 나오는 꿩만두는 그냥 먹어도, 졸인 육수에 넣어 만두전골로 먹어도 맛있다.
꿩 한 마리로 이처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건 요리마다 다른 부위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가슴살로 조리하는 샤브샤브나 육회와 달리 불고기에는 다릿살을, 튀김에는 다릿살과 날갯살을 사용한다. 탕수와 만두는 나머지 부위를 다져 만든다. 꿩고기는 잡내가 없어 어떤 요리와도 잘 어울린다.
수안보에는 양지말가든과 소라가든을 포함해 30여 곳의 꿩요리 전문식당이 성업 중이다. 이곳에서 한해 소비하는 꿩은 무려 7만여 마리. 1980년대 초부터 충주시에서 지속적으로 꿩요리를 개발하고 보급한 덕분이다. 요리에 사용하는 꿩 역시 수안보면에 소재한 꿩 농장의 것을 사용한다. 찬바람이 부는 이즈음, 왕의 온천이 있는 수안보에서 꿩 대신 닭 아니, 닭 대신 꿩으로 건강한 겨울을 챙겨보는 건 어떨까.
<여행정보>
대중교통
[버스] 서울-충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30분 간격(6:00~23:00) 운행, 1시간 5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20~30분 간격(6:00~23:00) 운행, 1시간 40분 소요.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www.hticket.co.kr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 충주공용버스터미널 043-853-0114, www.cjterminal.co.kr
충주-수안보온천 충주공영버스터미널 버스 정류장에서 240번(살미행) 버스 승차. 수안보 정류장 하차.
자가운전
중부내륙고속도로 괴산 IC → 괴산 교차로 괴산·수안보 방면 좌측 방향 → 스키장 삼거리에서 월악산·수안보 방면 우회전 → 수안보 방면 우측 방향 → 사조마을방면 좌회전 수안보
맛집
양지말가든 : 충주시 수안보면 탑골1길 3, 043-848-2430
언덕너머 : 충주시 수안보면 미륵송계로 9, 043-845-7791
감나무집 : 꿩 요리, 수안보면 미륵송계로, 043-846-0608
소라가든 : 꿩 요리, 수안보면 노포란길, 043-846-7819
대장군 : 꿩 요리, 수안보면 미륵송계로, 043-846-1757, http://daejanggun.oir.co.kr
숙박
패밀리스파텔 : 충주시 수안보면 주정산로 29 / 043-846-1155, http://www.familyspatel.com
리몬스온천호텔 : 충주시 수안보면 온천중앙길 14 / 043-846-3700 / http://www.limonshotel.com
더조선호텔수안보 : 충주시 수안보면 조산공원길 99 / 043-848-8833, www.suanbo.co.kr
코레스코호텔 : 충주시 수안보면 주정산로 49 / 043-846-3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