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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P Jan 07. 2022

ON THE SILKROAD
누란의 미녀

신장 박물관 & 카레즈



누란의 미녀. 신장 박물관에 있는 여인의 미라에 붙여진 이름이다. 3800년 전 죽어 묻힌 이 여인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다. 40세 전후에 죽었다는 것과 키가 155센티미터라는 것 외에는. 일본인 소설가 이노우에 야스시는 모래 폭풍에 사라진 누란왕국과 그 모래 폭풍 속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이 여인을 소재로 소설 <누란>을 쓰기도 했지만, 소설은 어디까지나 소설일 뿐이니 이 여인의 삶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아니 앞으로도 여전히 물음표로 남았으면 좋겠다. 지난 3800년 동안 그랬듯 앞으로도 영원히 '누란의 미녀'란 멋진 이름으로 남을 수 있도록.




카레즈는 지하수로다. 톈산(天山)산맥에서 녹아내린 만년설을 각각의 도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파낸 인공수로. 거미줄처럼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카레즈의 총 길이는 5,500여 킬로미터에 이른다. 중국인들이 카레즈를 만리장성, 경항대운하와 함께 중국 3대 역사(役事)라 부르는 이유다.



투루판(吐魯番)은 중국에서 손꼽히는 포도산지다. 여름철 지표온도가 80도에 이르고, 연강수량이 16밀리미터에 불과한 이 척박한 땅에서 포도라니.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이곳 포도는 다른 어느 나라의 포도보다 당도가 높고 맛이 좋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 카레즈다. 포도의 당도를 높이는 고온 건조한 기후에 풍부한 지하수를 제공하는 카레즈가 더해져 포도재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투루판 포도를 두고 '천혜의 기온과 인간의 노력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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