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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P Jan 07. 2022

ON THE SILKROAD
지워진 역사

쿠처 고성



쿠처(庫車) 고성은 당나라 시절 안서도호부가 있던 곳이다. 640년 가오창 국을 멸망시킨 당나라는 서역으로의 영토 확장을 위해 도호부를 이곳 쿠처로 옮겼다. 쿠처는 고선지 장군, 혜초 스님과도 인연이 깊다. 안서도호부의 절도사였던 고선지 장군은 이곳을 서역원정의 전초기지로 삼아 서역 72개국을 정벌하며 ‘서역의 지배자’로 불렸고, 한국인 최초로 인도에 다녀온 혜초 스님은 4년에 걸친 그의 천축국 순례를 이곳 쿠처에서 마무리 했다. 혜초 스님은 쿠처에 대해 ‘왕궁의 장려함은 신의 거처와 같고, 외성은 장안성과 흡사하며 집들은 장려하다’거나 ‘군대가 대대적으로 집결되어 있으며, 절도 많고 승려도 많다’는 내용을 왕오천축국전에 남기기도 했다.



쿠처) 고성을 찾아가는 길. 몇 번이나 길을 잃었다. 아니 잃을 수밖에 없었다. 잡풀과 쓰레기로 가득한 그곳은 차마 길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였다. 그렇게 몇 번이고 갔던 길을 되돌아 나오고서야 어렵사리 푯돌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푯돌에는 이슬람어와 한자로 뭔가 적혀있었지만 불에 그을고 낙서로 뒤범벅 된 글의 내용을 파악하기는 쉽지 않았다. 푯돌만큼 토성의 상태도 위태로워 보였다. 고랑처럼 이어진 토성을 따라 몇 걸음을 옮겨보지만 이곳에서 고선지 장군과 혜초의 흔적을 찾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아니 성의 흔적을 온전히 더듬어 보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세월에 쓸리고 무관심에 방치된 고성은 그렇게 초라한 모습으로 우리를 맞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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