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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NP Jan 07. 2022

ON THE SILKROAD 길 위의 시장 #3

쿠처 바자르



삶아 놓은 돼지머리도 봤고, 소머리로 끓인 국밥도 먹어봤지만, 통째로 삶아놓은 양머리는 처음이다. 이곳에선 귀한 대접 받는 음식이라는데. 맛에 대한 궁금증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허연 이빨과 축 늘어진 혀로만 시선이 가니, 거 참. 게다가 이 녀석은 눈웃음까지 치고 있지 않은가. 그래, 삶은 양머리 고기는 다음 기회에 먹어 보는 걸로.



양고기를 파는 상인들은 대부분 빨간색 파라솔을 펴놓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그건 어쩌면  진열장 안에 분홍빛 형광등을 켜두는 우리네 정육점과 비슷한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다. 35도를 웃도는 뜨거운 날씨에도 그냥 그렇게 걸려 있던 양고기들이 무척이나 신선해 보였으니까.



피자를 닮은 ‘ 따뜻할  먹어야  맛이다.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자꾸 손을 부른다. 낭은 동글동글한 밀가루 반죽을 손으로 꾹꾹 눌러 얇게   화덕에 척하고 붙여 구워내는데, 가게에 따라 매콤한 양념을 뿌려주는 곳도 다. 낭은 가격 착하다. 대형 피자보다도   10개가 40위안, 우리 돈으로 800 정도다. 큼직한   판이면 어른 둘이 먹어도 넉넉한 양이니, 비상식량으로도 제격이다.    



생선가게에서 생선 다음으로 많아야 할 게 얼음인데, 그게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찬 음식을 싫어하는 민족이라지만, 아니 얼음에 생선을 재어놓는 건 생선을 차게 먹기 위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한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 역시도 내 짧은 생각에서 오는 편견일 수 있겠구나 싶다. 어쩌면 이들은 날 생선보다 노릇하게 튀겨낸 생선으로 만든 요리를 더 좋아할 수도 있고, 얼음보다는 기름에 살짝 튀긴 생선이 더 위생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삐삐라고 부르던 기계가 있었다. 정식명칭은 ‘무선호출단말기’ 누군가와 통화하기 위해 사용하던 그 기계는, 핸드폰이 나오기 전까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아주 고마운 기계였다. 카페에서건 집에서건 내가 있는 곳 전화번호만 남기면 어김없이 전화벨로 되돌아오곤 했으니까. 삐삐를 치고 전화 오기를 기다리던 그 설렘. 이제나 저제나 전화벨이 울리기만 기다리던 그 시간이, 그 기다림이 가끔은 그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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