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배려는 사절이요. 나는 질척거리는 관계가 좋다.
”뭐야? 오늘 모여? “
이번에도 나만 몰랐다.
8명이 들어가 있는 단톡방에서 [오늘은 나는 못 가~ 재밌게 놀아]라는 다른 언니의 카톡 한마디에 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도 물어보려고 했을 거야. 어쩌다 톡 흐름 때문에 물어볼 타이밍을 놓쳤을 거야. 근무 시간이라고 배려하느라 연락 안 한 걸 거야.’
그러기엔 내 속이 너무 좁다.
‘왜 “오늘은”이야? 그럼 오늘 아닌 다른 날에도 만난다는 거야? 왜 다리 다쳐서 걷기도 힘든 언니한테는 나오라고 했으면서 나한테는 연락이 없었던 거야? 근무시간에 만나는 거면 몰라도 퇴근하는 저녁시간에 만나는 거면서 나한테는 왜 안 물어본 거야? 왜왜왜?’
나는 이 모든 걸 따져 묻고 싶지만 생각만 해도 너무 유치해서 싫다. 나는 유치한 사람인데, 유치하지 않은 척해야 되는 사실이 더 싫다. ‘다 이유가 있었겠지’라는 생각이지만 그 이유를 하나하나 다 알고 싶은 내가 싫다. 그래도 참는다. 그건 나의 입장일 뿐이니까. 그들의 생각, 정확하게는 나에 대한 그들의 마음이 나만큼은 아닐 수도 있으니까.
언니들도 일을 한다. 그런데 9 to 6로 일하는 건 나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자주 소외된다. 연애할 때나 느껴보던 서운함을, 결혼 10년 차 마흔을 바라보는 아줌마가 되어서 느끼다니. 그건 내가 그만큼 언니들을 좋아하기 때문일 거다. 언니들은 정말 좋은 사람이니까. 더 친해지기도 싫은 사람이었다면 이런 마음조차 들지 않았을 테니까.
한 번은 나처럼 직장맘인 친한 동생한테 이 서운함을 털어놨다. 언니들이 좋아서 서운함이 더 큰데 이걸 표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이다.
“언니, 직장 다니면 어쩔 수 없어요. 그 언니들도 만날 수 있는 시간에 만나는 건데 어떻게 일일이 다 물어봐요.”
본인이 F라고 주장하지만 T적 기질이 다분한 그 친구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친구 A가 떠올랐다. 그 친구는 넘겨짚는 배려 따위는 하지 않는다. ’ 일이 바쁘겠지,, 육아하느라 정신없겠지,,‘ 같은 추측성 배려보다는 우리 회사 근처에서 서슴없이 전화하고, 우리 동네에 오면 고민 없이 카톡 한다. 그 제안에 내가 응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지만 내 상황이 어떻든 그렇게 연락해 준다는 사실이 정말 고맙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니 더 고맙다.
우리는 늘 핑계를 댄다. 나조차도 타인을 대할 때 배려라는 이름으로 대는 핑계이다.
너가 바쁠 거 같아서,
너가 자꾸 거절하게 되는 것도 너가 미안할까 봐,
너가 퇴근하고 오면 힘들까 봐,
너가 부담될까 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한다면 이런 배려는 안 해주면 좋겠다. 만나자! 보고 싶다! 나와 무조건! 시간 맞춰보자! 질척거리고 적극적으로 애원하고 매달렸으면 좋겠다. (쿨한 거랑은 먼 사람이다 나는)
6살 딸아이한테 속상한 내 마음을 털어놓았더니 해결책을 알려준다. ‘나랑 같이 안 놀면 나 속상해!’라고 외치란다. 그래서 소심한 나는 이렇게 일기장에다가 외쳐본다.
나 정말 속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