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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밤 Mar 13. 2024

극과 극의 신혼부부

집주인이세요? 세입자분인 줄 알았어요

전세를 내놓고 부동산에서 몇 쌍의 신혼부부가 집을 보러 왔다. 


요즘 신혼부부 대부분이 구축보다는 신축 아파트 전세를 원한다는 말을 듣곤 했는데 확실히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결혼을 앞둔 신혼부부들이었다. 


부동산에 전세를 내놓자마자 그날부터 집을 볼 사람이 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 후 부동산에서 집을 보겠다는 전화는 계속 울렸다. 


집을 보러 온 사람들 전부 다 100%가 신혼부부였다. 그런데 여러 쌍의 신혼부부들을 보면서 극과 극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 정도였냐면 사람이 계약하고 싶다고 해도 내가 거절하고 싶을 정도인 사람도 있었다. 


한 커플이 부동산 소장님과 함께 우리 집을 들어왔다. 주변에서 남편과 나를 보며 웃는 모습이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내 앞에 있는 예비부부를 보니 닮았다는 말을 이래서 하는구나 싶을 정도로 둘의 웃는 모습이 닮아 있었다.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 하며 우리 집을 들어왔다. 여기저기 구조를 살펴보며 나에게 말한다. 

<인테리어가 너무 예뻐요>라고 말한다. 


"감사해요, 제가 아끼는 공간이라 들어올 때 세심하게 신경 썼어요"라고 말하니 나에게 임차인인지 집주인인지 묻는다. 집주인이라고 말하니,


<아 그럼 저희가 여기 계약을 하면 선생님께서 집주인이 되시는 거고 저희가 임차인이 되는 거네요?>라는 말에 "네 맞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좋으시겠어요, 오늘 집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며 인사를 하고 마무리를 했다. 

그들의 웃는 모습이 참 예뻤고 기분까지도 좋아졌다. 


그리고 다음날, 또 다른 예비부부가 집을 보러 왔다. 정말 신기하게 사람에게 기운이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표정부터 그 사람의 말투 인상까지 모두 어두웠고 날카로웠다. 


부동산 소장님과 함께 집에 들어올 때 "안녕하세요~" 라며 맞이하니 <네 집 좀 볼게요>라고 말한다.


그리고 집을 보는데 안 좋은 표정으로 <여기는 남향이 아닌가 보네요? 여기는 확장이 아닌가 봐요?>라고 말한다. 


"저희 집은 남서향이고 확장 맞아요, 확장이어도 안방의 경우엔 베란다가 작게 나와있어요" 


싱크대를 보면서 <여기 걸레받이는 어디 있는 거예요?>


"걸레받이는 바로 밑에 보이시죠? 여기가 걸레받이예요"라고 하니


<그럼 식세기는 이쯤에 설치하면 되겠네요>라고 말한다. 


"식세기요? 식세기 설치하시려고요?"


<네>


 "저희 집 식세기 설치하려면 오븐을 들어내고 밑 선반을 다 뜯어야 해서 처음부터 안 했거든요. 식세기 설치는 제가 생각해보지 않아서 남편과 상의해 봐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니


<아~! 집주인분이세요?>라고 물으며 표정이 변한다. 그렇다고 말하니 세입자인 줄 알았다고 한다. 


나는 그 말에 기분이 더 안 좋아졌다. 내가 만약 세입자라면 그렇게 무표정한 표정으로 대하는 게 당연한 걸까? 아무리 세입자라도 하더라도 그 집에 사는 계약기간 동안은 그 사람집에 와서 집을 보는 건데 말이다. 


집주인이라는 말에 바뀐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상대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은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주인도 못된 사람 좋은 사람 있다지만, 세입자도 내가 받고 싶은 사람 안 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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