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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별 Dec 10. 2021

[실실실] 8. 괜찮다. 괜찮아.

막둥이 어린이집 가다

집이 이렇게 조용했던 게 얼마만이었던가!


이제  13개월  막둥이를 어린이집에 12 1일부터 등원시켰다. 애초에 계획은 내년 3월에 젖도 떼고 달릴 정도로 걸을 , 누나  잡고 가게 하려고 했는데 아이 셋을 거의 연달아 가지고, 낳고, 기른  몸이 가을 이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허리가 무너질  같이 아프고 손목은 바닥을 짚을 때마다 씬했으며 체력바닥을 기었다. 일어날 때마다 신음소리가 절로 났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애 셋이 되어서야 너덜너덜하다니 나도 대단해 ㅎㅎ 한때 운동 좀 한 덕이었던가?)


너무 힘들어서 둘째가 재원 중인 아파트 관리동 어린이집 원장님께 여쭤보고 냈다. (우리 집 애 셋의 성장과정을 다 봐오신 믿음직한 원장님. 처음 시작하시던 해에는 원생이 얼마 없어 서로 위로하던 사이였다.) 이번 주가 2 차인데  가슴에 그렇게 집착하던 막둥이는 의외로 나와  떨어져 놀고, 먹고, 심지어 선생님들이 안아주기만 하면  잔단다.


이럴 수가! 그럼 내게 했던 건 다 뭐람?


아니다. 내 허리도 안 오는 작은 아이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작은 몸으로 엄마와 다른 선생님을 인식하고 제 딴에는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고 행동하는 것일 게다.


첫째 주엔 아이와 함께 두어 시간 놀다 왔고

이번 주엔 점심을 먹고 오기로 했는데

점심을 먹고 갑자기 잠드는 일이 한두 번 있더니

수요일부터는 그냥 낮잠을 자기로 해서 이불도 드리고 왔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코로나로  나라가 난리인데 어미는 이제야   만에 임신상태가 아닌 진짜 홀몸이라고  자유로움을 온몸으로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아이가 없는 이번 주에도 실은 늦잠  첫째 유치원 태워주기, 아이들 크리스마스 선물 사서 포장해서 숨겨두기, 집안일, 마트 장보기 등등으로 바쁘다가 금요일인 오늘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고 집에 앉아서 햇살을 느끼고 있으니 정말  고요함이 정리 안된 집안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가 너무 이질적이지만 좋다.


‘아휴 (집은) 더럽지만 (나는) 진짜 좋잖아!’


좀 전까지 등원 준비를 늑장 부리며 옷을 안 입고 딴짓하던 첫째를 소리 지르고 채근하며 혼낸 것에 마음이 아파했던 나였는데, 내가 정말 이러다간 아이에게 깊은 상처를 주겠다 싶어 상담센터를 검색하던 나였는데… 막상 이 고요한 집에 비치는 햇살 한 줌이 나를 어루만지니 그냥 사르르 풀어지는 기분이다.


‘창문을 안 닦아서 뿌옇지만 좋잖아!!’

몇 년만에 직접 드립한 커피인가!

노라 존스의 “december”를 켜 두고

며칠 전에 첫째를 유치원에 내려주고 오는 길에 남편과 함께 좋아하던 동네 커피숍에서 산 원두를 실로 오랜만에 꺼낸 드립 주전자로 내려먹는데 이렇게 향기로울 수 없다.


마음으로는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나도 내가 괜찮다.

멜로디가 잔잔하게 일렁거리고

내 기분도 잠시 그 파동을 함께 타본다.

물 위에 뜬 잎처럼 리듬을 즐겨본다.


‘비록 해서는 안 되는 말과 행동을 했지만

오후에 하원하면 따뜻하게 다시 맞아주자.

한 순간의 실수는 열 번의 진심으로 풀어보자.’


‘미안해.

엄마가 미안했어.’

안 그럴게. 노력해볼게.

다짐하고 다짐하면서 노래도 계속 반복하며 듣는다.


, 둘째야!

너에게도 엄마가 짜증을 자주 내서 미안해. 어제 막둥이 재우느라 안방에 누워있는데 부엌 식탁에서 아빠와 같이 교구를 하며 대화를 하는  들었지. “아빠가 친절하게 말해줘서 좋아.”


그래. 엄마도 놀랐어. 아빠가 어쩐 일로 그렇게 다정하게 너랑 이야기 나누던지 어디서 달달 열매를 먹고 왔나 했단다. 엄마가 아빠 그런 점이 좋아서 결혼했었는데 말이지. 해가 갈수록 방향제처럼 친절이 날아가더라. 그래도 아직 괜찮아 너네 아빠.


평일 휴가를 냈던 남편과 아이들 하원길


아직 살만하다.

괜찮다.

노래는 이미 AI의 추천을 따라

다이애나 크롤의 “Alone again”까지 흘러왔다.

그래, 나 다시 혼자야! 너무 좋다. 이것만으로 됐어.

따지지 마. 즐겨.


오늘은 나도 괜찮으니

당신도 괜찮길 바란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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