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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별 May 17. 2022

[애셋맘 구직기] 2. 인생사 새옹지마

시련은 행운의 예고장

구직앱에 뜬 수많은 건들 중에 나에게 잘 맞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골라 스크랩을 하고 몇 개는 원서를 지원했다. 그중 원하던 곳은 아니었지만 내가 전에 해보았던 일인 데다 더불어 재택근무까지 가능하다기에 호기심에 얼른 입사지원을 누르고 빨래를 개고 있었다.


거의 1분 뒤,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워낙 쉬운 번호라 또 잘못 걸린 전화겠거니 하고 받았는데 웬걸? 아주 호전적인 목소리의 남자분이 방금 원서를 봤다고 인사를 한다. 두구두구두구!!



갑작스러워 개던 빨래를 놓고 이야기를 듣는데 거침없이 나에게 여러 경험이 많으신  봤고  우리 화사에 지원했으며, 내가 일을 하게 되면 퍼포먼스를 어디에서    있냐고 묻는다. 당황스러웠지만 재택이 가능한 점이 마음에 들었고 이전에 해봤던 일이 있어  부분이 가능할 거라고 했더니 이미 내가 지원한 분야는 거의 일이 마쳐간다고 한다. (아니, 그럼  공고를 올린 거야? 이 빠른 행동력으로 공고 수정도 하시지…)


그러면서 나에게 재차 재택을 한다면 어떻게 어디에서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 물어본다. 특히나 목소리만 들었지만 눈에서 레이저가 나올 것 같은 강함이 느껴졌다. ‘내가 지원한 분야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내가 어떤 장점이 있는지 그걸 내가 왜 지금 전화로 확인시켜줘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50보 100 보인 분야였기에 이전의 경험을 짧게 이야기했더니 이러저러한 것은 가능하냐고 묻는다.


정말 급하고 센 에너지가 느껴졌다. 모르긴 몰라도 이 분은 왠지 새벽 4시에 일어나서 그날의 to do list를 작성하고 쫙쫙 그어가며 직원들에게 전화로 일의 진척도를 체크하며 일할 것 같았다. 뭐 물론 이것도 나의 편견이겠지만 단 몇 마디 주고받았을 뿐이었는데 나의 기가 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아, 그 부분은 제가 좀 부족할 것 같네요.’라고 말하며 통화를 마무리하고는 잠시 멍해있다가 앱에 들어가 입사지원 취소를 눌렀다. 그렇게 첫 입사지원 취소를 해봤다. 전화로 순식간에 면접을 본 것 같아서 단 몇 분의 통화였지만 기운이 쭉 빠졌다.


‘내가 너무 쉬었구나. 전화로 갑자기 이야기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하다니 ㅎㅎ’


 대표의 태도를 져보기 전에 먼저  태도들은 어땠는지 회고하고 있었다. 그가 잘못된 것들은(이미  되어가는 일의 사람은  뽑는다고 적어둔 건지?)  글을 적으면서야 알게  사실일 정도로 말이다. 얼떨떨한 정신을 부여잡고 빨래는 대충 개키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막내의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으로부터의 전화가 왔다.


“어머님, 00 이가 갑자기 열이 나요.”

“정말요? 곧 첫째 오는데 하원 버스 오면 바로 데리고 병원 다녀올게요.”


아이가 잘 놀다가 갑자기 대변을 보고 난 뒤부터 좀 처지고 열이 나기 시작했단다. 장염인가 의심스러워하며 첫째를 기다려 픽업하고는 바로 막내를 데리러 갔다. 웬걸? 아이는 열이 38도가 넘어가는데 여느 때처럼 신나게 뛰쳐나왔다. “엄마?”


다행이다. 컨디션이라도 좋아서…

우리집 아이들은 참 신기하게 언제 아파도 컨디션은 좋다. 열이 나도 기운은 살아있고 입맛은 잃지 않는다. 우리집 애들이 밥맛이 없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거나 어디서 나 몰래 젤리나 과자를 과식한 거다.


1,3호를 차에 태우고 2호는 어린이집에 그대로 둔 채로 일단 병원을 가는데 쓴웃음이 나왔다. 어미는 일할 거라고 원서를 쓰는데 애들이 그걸 기가 막히게 알고 아프려고 하네 ㅎㅎ 워킹맘들이 어떤 마음인지, 전업주부들이 부러울 때는 이렇게 아플 때 바로 달려가는 거 아닐까?


나는 정말 준비가 된 걸까? 일을 구해도 되는 걸까? 내가 일하게 됐을 때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누가 달려올 수 있을까? 대안은 있나?


취업해야겠다 마음먹기 전에 시뮬레이션 돌려본 상황이 다시 툭 떨어졌다. 마침 빨간불이라 생각이 다 깊어졌다. 하지만 답은 없다. 어쩌랴? 그때그때 양가 부모님 중 가능한 분께 연락하거나 남편이나 나나 빨리 올 수 있는 사람이 달려가야겠지. 정 안되면 최대한 빨리 퇴근한다고 하고 아이를 원에서 대기시키는 수밖에. (아니면 맞벌이를 위한 나라에서 지원해주는 도우미를 써야 할 텐데 이건 대부분 사전 예약이라 이런 상황에서는 사실 어렵기만 하다.)


정말 이런 것도 고민해야 하는 나라에서 애를 셋이나 낳고 자아실현 또는 나의 잉여 노동력과 시간을 물질적 보상으로 바꿔보겠다고 버둥대기 시작한 내가 좀 초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쩌랴? 내가 사는 곳이 이곳인 것을. 내가 이곳에 맞춰가며 살아갈 수밖에.


그날 두 아이를 데리고 늘 가던 친정어머니 친구분의 남편이 계신 소아과를 다녀왔고 오는 길에는 남편이 둘째를 하원 시켜 집에 간다는 것도 알았다. 얼마나 다행인가? 그나마 남편 직장은 칼퇴근도 되고 아이가 아프다면 좀 더 빨리 나오게 배려도 해준다고 하니…


오는 길은 오히려 마음이 좀 편해졌다.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겠구나!


막내는  그저 목이 조금 부었고 나는 애들에게 약값보다 더 많은 약국 장난감과(함께 오지 못한 둘째 것까지 첫째가 챙기려 하길래 내가 최대한 둘째 취향으로 골라 샀다.) 음료수가 털렸지만 뭐 어떤가?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해는 뉘엿뉘엿 우리 차 뒤로 지고 있었고 막내는 아까 사준 배도라지즙을 다 마셨다며 더 달라고 성을 내기 시작했지만 마음은 편안해졌다. 핸들을 잡은 손이 가벼워졌다.


“다 잘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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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고 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역시 신은 나의 역량을 아주 크게 보셨다. (2탄 예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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