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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미 Oct 15. 2023

정리, 누가 날 잡고 하나요

정리하는 것을 제법 좋아한다. 정리  정돈된 모습에서 뿌듯함을 넘어 쾌감을 느낀다. 그렇다고 항상 깔끔하게 정리하고 사는 것은 아니다. 회사 노트북 바탕화면에는 정렬되지 않은 바로 가기 파일들이 지뢰밭 마냥 한가득 이다. 집안 수납장을 열면 조금의 틈도 허락하지 않은    있던  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정리를 할라치면 제대로 마음을 먹어야 한다. “, 이번 주말에는  정리해야지.” 마음 먹지만 평소에는 절대 되지 않는 . 명절 연휴나 되어야 하루 정도 시간 내서 할까 말까다. 게다가  정리는 남편 도움도 필요하기 때문에 남편이 귀찮아 하지 않는 적절한 타이밍 눈치도 봐야 한다.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내가 정리하고 싶은 공간 1순위는 베란다였다. “우리, 시간 내서 베란다   정리하자. 추석  하루  잡아서 하는  어때?”   전부터 남편을 꼬드겼다. 캐리어, 이불  처치 곤란  짐들이 가득 처박혀 있던  베란다를 뒤집어엎고 싶었다. 그저 환기할 때만 문을 여닫을  안쪽까지는 감히  디딜  없던  공간. 방치된다면 이사  때가 되어서야 어떤 물건이 있는지 확인 , 일부는 버려지고 나머지는 그대로 옮겨질 것만 같았다. 베란다의 짐들은 부피가 크다 보니 남편의 힘이 필요했다. 일단 모든 물건을 거실로 꺼내줄 것을 부탁했다.


이게 아직도 있었어?” 결혼  한참 캠핑 다닐  썼던 고철 램프부터 “참나. 그렇게 찾을  없더니 이게 여기 있네.” 쌀쌀해진 날씨에   며칠을 찾아 헤맨 이불까지 판도라의 상자가 따로 없다. 정리의 시작과 끝은 비움이라고 했던가? 일부 중고 거래가 가능해 보이는 컨디션의 아이템  개를 제외하고는 비워냈다. 그러고 나니 딸이 베란다에서 뛰어놀  있을 정도로 깨끗하고 여유 있는 공간이 생겼다.  옮기느라 지친 남편을 붙잡고 얘기했다. “공간이 있으면 물건이 쌓이기만 한다. 여보. 앞으로 물건 3 정도 버렸을   물건 1 사는  어때?”


 베란다 정리 이후,  머릿속에는 정리가 필요한 공간과 물품들이 자동으로 리스트업 되었다. , 거실 붙박이장, 회사 캐비닛 . 최근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가을 옷을 주섬주섬 꺼내 걸으려니 공간이 부족했다. “주말에    정리해야겠네.”라고 중얼거리다가 차일 피일 미루느니 적당히 빨리 하는  낫겠다 싶었다. 매의 눈으로 여름 옷을 스캔하고 올해 한번  입지 않았거나 내년에  입을  없는 컨디션이  옷들을 꺼내 모았다. 그리고 과감하게   수거함에 넣어버렸다. 비워진 공간에  팔을 꺼내 걸면서 가을 옷도 체크했다.    덜어냈다.  정리는 30분이   걸렸고 정리 과정도 결과도 심플했다. 정리라는   마음을 먹지 않아도 손쉽게   있구나.  어느 때보다 쾌감이 컸다.

 

요즘 하루  혼자 있거나 나를 위한 자투리 시간으로 최소 1시간 이상을 확보한다.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멍도 때린다. 나와 대화하고 내가 원하는 , 해야  것을 찾아서 일상 시간에 배분한다. 그리고 실행한다. 얼마 전부터  시간에 정리도 한다. 다이어리 정리, 양말 정리, 부엌 정리. 대단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샤워를 하며 욕실 세면대를 닦는다거나 설거지를 하고 부엌 찬장을 정리하거나 하는 식이다. 대청소나 보다야 쾌감이 작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쾌감의 크기보다는 빈도가 나에게 좋은 기분을 선물한다. 어느새 일상 속에 내가 있도록 도와주는 ‘정리라는 데일리 루틴이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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