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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 Nov 01. 2021

[SA 2] 스포츠에서 라이벌이 중요한 이유

feat. 신명호는 놔두라고

통계적으로 라이벌 관계가 선수들의 퍼포먼스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논문이 있다. 재미있게도 스포츠 분야의 논문이 아닌 경영학과 논문이다. Kilduff 라는 학자가 2010년 발표한 이 논문에 따르면 라이벌 관계인 두 농구팀이 경기를 하면 선수들의 수비 능력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한다.


그런데 왜 수비능력만 증가할까?

농구에서 공격능력은 내가 "잘해야지!" 마음먹는다고 되는게 아닌거다. 슛 성공률 20%인 선수가 갑자기 라이벌을 만났다고 해서 슛 성공률이 30%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스포츠에서, 특히 농구에서, 공격능력은 말그대로 농잘잘 (농구는 잘하던 놈이 잘한다) 이다. 신명호 선수라고 뭐 3점슛 넣기 싫어서 안넣었겠는가! 평생을 농구만 한 (더군다나 프로 드래프트에서 전체 6번으로 지명된!) 국내 학생 농구선수 중 상위 0.1% 안에 들었던 신명호 같은 선수도 커리어 내내 고생했던 문제이다.


그런데 수비능력은 마음먹기에 따라 향상 되는걸까?

앞서 언급한 Kilduff 라는 학자가 조사해본 바에 따르면 수많은 농구 전문가들이 수비능력은 의지에 따라 어느정도 좌우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안질꺼야!! 하는 정신력을 갖추는 순간 악착같이 상대방에게 따라 붙는다. 우리나라 월드컵 축구대표팀이 아주 좋은 예이다. 1998년 프랑스월드컵 이임생 선수를 기억하는가? 하... 기억한다면 어쩔 수 없는 아저씨... 2002년 월드컵 김태영 선수의 타이거 마스크, 최진철 선수의 붕대. 이것도 기억하면 아저씨... (2002년 생들이 이제 술담배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성인이다...) 아무튼 중요한건! 이상하게 월드컵만 가면 수비수들이 머리에 붕대를 맨다... 물론 공격수인 황선홍 선수도 한번 했다!


Kilduff의 논문에서는 0에서 10까지 11-point 로 측정한 라이벌 관계의 강도가 1만큼 증가할 때마다 블록샷 개수가 평균적으로 0.14개씩 증가했다. 또한 Points per 100 Possessions (한 팀이 공을 소유하고 100번의 공격을 진행했을 때 평균 득점)은 라이벌 관계의 강도가 1만큼 증가할 때마다 평균적으로 0.54점씩 감소했다. 라이벌 강도가 강해질 때마다 그만큼 선수들이 악착같이 수비했다는 뜻이다. 근데 필드골 성공률이나 자유투 성공률 같은 공격 관련 지표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럼 Sport Analytics (스포츠 분석학)에서 라이벌 관계는 어떻게 정의할까?


이번엔 스포츠 논문을 가져와 봤다. Tyler 와 Cobbs 라는 학자들에 따르면 스포츠 팬들의 한 팀의 팬으로서의 아이덴티티 (정체성이라고 번역되는데 조금 어색한 번역이다)나 자긍심을 위협하는 타팀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쉽게 예를 들어 얘기하자면, 내가 내 스스로를 FC 서울 팬이라고 강하게 인식하고 있고 또 그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고 해보자. 이 때 수원 삼성에게 지는 일은 나의 FC 서울 팬으로서의 자긍심을 심하게 회손한다 (상상만으로도 역겹다). 강원 FC 에게 졌을 때 보다 훨씬 더 강하게. 그럼 이때 우리는 수원 삼성을 FC 서울의 라이벌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여기까지 읽었을 때 느낄 수 있듯이 라이벌 관계는 상당히 주관적이다.


라이벌 관계는 주관적이며 관계성에 기반을 두고 있고 심리적인 것이다. 또한 라이벌 관계는 사람들에게 비이성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Mills 라는 스포츠 경제학자가 라이벌 스포츠 팀 팬들을 상대로 Ultimatum Game (최후통첩 게임이라고 번역 됨) 이라는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내가 이 실험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Ultimatum Game 이 우리 인생사를 압축해서 담아놓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게 얼마나 웃긴 게임이냐면, A 라는 사람에게 10,000원을 준 후 B 라는 사람에게 얼마를 나누어 줄지 결정하라고 한다. 여기서 B는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제안을 수용하거나 혹은 거절하거나. B 가 제안을 수용하면 A와 B 는 A가 제안한 비율대로 10,000원을 나누어 가진다. B 가 제안을 거절하면 A와 B 모두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한다. 한마디로 심리 게임이다. A 가 갑이지만 을인 B 가 저항하는 순간 A 도 삿된다. A는 B 의 눈치를 봐가면서 최대한의 이익을 내야 하는 게임이다. 적당히 7,000원 대 3,000원을 제안하면 어떨까? B 의 입장에선 수용하면 3,000원을 가져가고 거절하면 0원이다. 8,000원 대 2,000원은 어떨까? 당신이 B 라면 수용하겠는가? A의 입장에서는 적게 제안할 수록 우리가 좋아하는 고수익 고리스크다. 그냥 수학적으로 따졌을 때는 A는 B 에게 1원을 제시해야하고 B 는 수용해야 한다. 1원이 0원보다 크니까. 하지만 현실에선 절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B 는 거의 100% 거절할 것이다. 따라서 A 는 적당~~히 3,000원에서 5,000원 사이에서 제안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라이벌 얘로 돌아가면, 라이벌 팀 팬들을 데리고 이 실험을 진행했을 때 A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B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라이벌 팀 팬이라는 걸 아는 순간 그 이유만으로 상대방에게 제시하는 금액을 약 8.7% 낮췄다. 예를 들면, A 가 FC 서울 팬이고 B 가 수원 삼성 팬일 때 B 가 수원 삼성 팬이라는 이유만으로 적은 금액을 제시한다. 거절당할 가능성이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Havard 라는 사람의 논문에 따르면, 뭐 이런걸 연구하냐 싶기도 하겠지만, 팬들 중에는 상대팀 선수 혹은 코치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아진다.이런 비이성적 행동은 실제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예외가 아니다. 2016년 Kilduff의 논문에 따르면 라이벌 게임에서 파울이 유의미하게 증가한다. 


그래서! 라이벌 관계로 돈을 좀 벌어 볼까?


아주 좋은 생각이다. 스포츠 리그를 운영하는 입장에선 당연히 라이벌 관계를 의도적으로라도 형성시켜야 한다. 리그 전체의 성공에 아주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스포츠에서는 선수, 코치, 팬 모두 다 함께 라이벌 감정을 공유한다. 따라서, 라이벌 관계는 선수들의 이기고자 하는 Motivation 을 증가 시키고 이는 Performance 로 연결된다. 팬들도 강한 라이벌 의식을 느낄 때 더 많은 관심을 쏟는다! 팬들의 관심은 곧바로 돈으로 연결된다. 더 많은 관중, 더 많은 먹거리 판매 수입, 더 많은 미디어 노출, 더많은 광고 수입. 우리나라 전체 인구중에 연고대 출신이 얼마나 된다고 연고전이 지속적으로 공중파 최고 인기 프로그램들의 방송 소재로 활용되고 있을까? 라이벌 관계는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한마디로, 돈이 되니까 하는거지. 


재미있는 통계분석으로 안 그래도 재미있는 스포츠를 더 재미있게 즐기고 싶다!


스포츠 분석학 (Sport Analytics)에서는 크게 Performance Analytics 와 Business Analytics 를 연구한다. 쉽게 말하면 어떻게 하면 이길까? & 어떻게 하면 이를 통해서 돈을 잘 벌까? 이렇게 두가지 분야를 연구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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