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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사 key Aug 17. 2020

08. 온라인 수업 – 선생님들, 출근해서 뭐 하세요?

  나름 열정 넘치는 열혈 교사였으나 육아휴직을 하고 집에서 지내고 보니, 저 역시 그저 평범한 초등 학부모더군요. 온종일 아이와 집에 갇혀 EBS 봐주랴, 과제 출력해주랴, 공부 도와주랴, 밥 차려주랴. 아이 영유아 때만큼 저만의 시간은 하나도 없습니다. 교사들은 아이들도 없는 학교에 출근하여 그리 힘든 일도 없을 것 같은데, 경험해 보지 못한 입장에선 온라인 수업 중인 교사들이 그저 부럽기만 합니다. ‘교사들 하는 게 뭐냐?’, ‘교사가 할 일 엄마가 다하고 있다’ 평소 읽지도 않던 기사의 댓글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한편으론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농촌 지역 **군에 근무하는 5학년 담임 차교사>

1. 출근 후 자가진단 확인. 미응답 학생 또는 부모님께 개별연락 

2. 밴드 라이브로 조회 시작

3. 1~6교시 : 교사가 올린 출석 체크 글과 안내 글 확인 후 학생 수업 참여

  플랫폼 - 밴드와 e학습터 병행. 

  학습 자료 – 유튜브 영상과 EBS 영상 

4. 6교시 끝나면 밴드 라이브로 종례

5. 종례 후 : 회의 참석 (상황 변화에 따라 하루 2~3번 긴급회의가 열리기도 한다.) 

     

 <**시에 근무하는 2학년 담임 박교사>

1. 클래스팅에 당일 학습활동 안내 

  1~2교시 : EBS 초등 라이브 특강 시청

  3~5교시 : 녹화영상 또는 과제제시 (종이접기 영상, 학습지 등)

  동 학년 교사가 번갈아 가며 주 2회 그림책 읽어주는 영상촬영.

  동 학년 교사가 역할을 분담하여 클레이를 이용한 미니어처 만들기 등 미술활동 녹화.

2. 클래스팅 접속으로 출석 확인     


 <대도시 근무 중인 서교사

1. 출근하자마자 전날 e학습터 알림장에 달린 출석 댓글과 진도율 확인

2. 9시 전 당일 수업 오픈 및 알림장 작성 

  (교사의 편지 및 과제, 출석 댓글 안내)

 - 출석 댓글 안 단 아이들에게 전화

3. 다음 날 수업 준비 및 자료 검색 

 - 파워포인트 제작. 수업내용 녹음 또는 녹화 (교사 목소리 또는 AI더빙)

 - 수업자료 : 교사커뮤니티 자료 활용 또는 동 학년 교사 분담 제작     


 <사립초등학교에 근무 중인 이교사>

5교시 중 3교시 또는 4교시까지 교과서와 학급 홈페이지에 탑재한 활동지를 이용한 쌍방향 화상 수업(줌 활용) 

남은 교시는 무용, 미술(회화+도예) 등 예술영역 강사의 녹화 수업을 클래스팅에 탑재.      

교사들은 지역과 학교의 여건, 학부모의 요구사항 정도에 따라 저마다의 방식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은 크게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콘텐츠 제시형으로 나눌 수 있지요. 이 중 쌍방향 수업은 제약이 따릅니다. 줌과 같은 쌍방향 화상 수업은 기본적으로 카메라와 스피커가 장착된 노트북 또는 데스크톱, 태블릿이 필수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둘 이상인 경우엔 더욱 문제죠. 인터넷부터 기기까지, 정부와 학교에서 지원해 주는 기기만으론 모든 수요를 충당하기에 역부족입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각기 다른 교육 환경을 고려했을 때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수업이 바로 쌍방향 화상 수업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립초와 같은 소수의 학교, 또는 학군에 따라 고학년 수업에서 콘텐츠 제시형과 병행하는 정도로만 활용되고 있지요. 그렇기에 온라인 수업의 대부분은 콘텐츠 제시형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온라인 수업 플랫폼으로는 네이버 밴드, e학습터, 위두랑, EBS 온라인 클래스, 구글 클래스룸, 줌(Zoom) 등이 있습니다. 코로나 19의 장기화로 인해 플랫폼들 역시 더욱 다양하게 계발되고 정비 되어 가고 있지요. 교사들이 사용하는 영상에는 유튜브, EBS 영상이 주를 이룹니다.     


 현장에서 교사가 느끼고 있는 온라인 수업의 어려움     


1. 교육부 지침은 맘카페가 먼저

교육현장은 혼란의 연속입니다. 당장 개학은 코앞에 닥쳐오는데 계획의 근거가 될 교육부 지침은 아직입니다. 1안, 2안을 고려하며 준비해 둔다지만 이 학교나 저 학교나 갈피를 잡기 힘듭니다. 이런 때, 교육부 지침은 맘카페와 포털사이트의 속보로 먼저 접하게 되지요. 그때부터 현장은 촉박한 시간 동안 세부 계획을 세우고 안내를 시작합니다. 그 사이에도 학부모들의 문의는 빗발칩니다. “아직도 결정 나지 않았느냐?”, “지금까지도 안내가 없으면 아이 봐 줄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대안을 마련하란 거냐?” 서로가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2. 보이는 것보다 오래 걸리는 준비시간 

모두가 처음입니다. 교육부 지침에 맞춰 학교 계획이 나오고, 학년 계획에 이어 학급의 수업을 계획합니다. 상황 변화에 따라 수십 번의 수정과 번복이 이어집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마련한 자료들이거늘 익숙하지 않은 상황 속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납니다. 아이들이 학습하는 동안만도 ‘접속이 안 된다.’, ‘파일이 열리지 않는다’ 실시간 쏟아지는 민원에 영혼이 털립니다. 특히, 학생의 기기나 인터넷 상태가 문제일 경우 교사가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없음에도 학부모의 불만은 극에 달합니다.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고려하여 가장 이상적인 자료를 고안하려니, 올려진 학습량에 비해 준비시간은 길어지기만 합니다. 지난 시간 올린 과제에 대한 개별 피드백을 하는 날엔 시간은 더욱 부족할 수밖에 없죠.      


3. 학습자 개인 편차 

고학년에게 원격수업은 고양이 앞의 생선입니다. 학부모와 교사가 꼼짝 않고 옆에서 지키지 않는 한, 유튜브 링크를 따라 접하게 되는 무궁무진한 흥밋거리와 유해 한 영상들은 통제 불가능입니다. 당연히 수업에 대한 집중은 기대할 수 없죠. 콘텐츠는 보지도 않고 대충 작성하여 과제를 내는 아이,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거나 수업 참여를 하지 않아 전화나 문자를 하면 답장은 없고, 연락받은 학부모님조차 이런 것까지 내가 신경 써야 하느냐 힘겨워하시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업 결손과 개인별 편차는 이미 심각한 문제입니다. 모두가 예상했듯 학부모 조력 정도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일 수밖에요. 

실제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초등학생 1백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개학과 관련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초등학생 10명 가운데 9명은 어른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듣고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중 36%는 옆에 어른이 있을 때만 수업에 집중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인터넷상에는 강의를 모두 들은 것으로 만들어주는 매크로 프로그램과 사용법이 공유되고 있다고 하네요.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학교 일까지 집에서 일일이 신경 써 줄 여력은 없고, 설령 여력이 있다 해도 엄연히 학교 교사가 존재하는데 상황을 핑계로 모든 할 일을 가정에 떠넘기는 것 같아 불만입니다. 교사 역시, 적은 양의 과제를 제시하면 달랑 동영상 몇 개 올리는 무성의한 교사로 공격당하고, 많은 양의 과제를 제시하면 결국 학부모 숙제라며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말아달라 하니.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요?     


4. 업무의 쏠림현상

컴퓨터를 잘 다룬다는 이유로, 젊다는 이유로 특정 교사에게만 원격수업 관련 업무를 미루고, 당연한 듯 수업 콘텐츠 제작을 그들에게만 모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반면, “나는 몰라”, “난 못해”, “잘하는 사람이 만들어서 공유해줘” 식으로 이 시기를 무임승차의 기회로 여기는 소수의 교사도 있겠지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공평한 역할분담과 협업, 연수참여의 분위기를 학교 차원에서 장려하고 조성해 주어야 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안 될 이유만 찾기보다 더욱 배우며 노력하고 있는 다수의 교사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5. 각양각색의 현장 분위기

모두가 한마음으로 뜻이 통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교사도 사람이 모인 집단인지라 서로의 의견은 충돌하기 마련이죠. 제 주변에 있는 교사들만 봐도 같은 상황에서 학교 분위기는 각양각색입니다. 동 학년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위한 응원 댄스를 만들어 올리고, 과목별로 나누어 수업자료를 만듭니다. 중등처럼 한 과목에 한 교사가 일관성 있게 준비하니 수업의 질이 좋아지고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요. 이렇게 하니 교사 역시 수업 준비에 대한 부담이 줄어듭니다. 학부모들의 호응 또한 뜨겁습니다. (또는 요일로 나누어 역할분담을 하는 곳도 있습니다) 어떤 학교는 학년이 각자 스타일대로 담임 위주의 수업을 합니다. 교과전담 교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이조차도 담임교사에게 떠넘기는 학교도 있지요.

어딘가에 공개되고 시끌벅적 알리는 수업을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선생님 얼굴조차 보기 어려운 지금의 상황에서 학부모는 불안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하는 수업 준비, 아이들 관리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 한 번 더 학생, 학부모와 소통해 달라는 거지요. 댓글은 표정이 없습니다. 목소리도 없지요. 한 명의 교사가 다수의 댓글을 보며 출석과 과제 제출 확인을 하는 것만도 한 시간이 꼬박 걸리는 업무이지만, 다수의 학부모에게 내 아이는 그저 독립된 한 명인 거지요. 대면이 어려운 특수 상황에서 교사가 내 아이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법은 달랑 댓글 한 줄뿐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럴 때 한, 두 번의 전화나 문자는 그 자체만으로 몇 달의 등교 공백을 메꿔주는 위로이자, 내 아이가 존중받고 기억되고 있다 믿게 하는 교사 신뢰의 바탕이 되지요. 모두가 힘든 이때, “OO는 오늘 EBS에서 무엇이 가장 재미있었니?” 묻는 소통의 노력을 교사는 의도적으로라도 해야 합니다. 횟수는 중요치 않습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는 돌이킬 수 없는 차이를 낳죠. 교사가 학생에게 보이는 관심은 얼마든지 티 내도 좋습니다. 

학부모 역시, 학습 자료를 고작 클릭 한 번의 자료로 보지 말고 그 속에 숨은 교사의 노력을 발견해 주십시오. 이러한 노력만이 지금의 상황에서 서로가 지치지 않을 유일한 길입니다.     


 < 코로나 상황 등교수업의 문제점>

1.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어지는 강의식 수업 

- 모둠 활동, 토론, 신체활동은 모두 금지

- 정성스레 녹화하여 올린 수업자료거늘 온라인으로 배운 거는 거의 모름. 

- 새로운 내용 대하듯 하는 아이들로 인해 등교 일 폭풍 강의로 복습 후 새로운 진도 나가기

2. 정해진 쉬는 시간 없이 화장실만 자율 허용 – 지쳐가는 아이들

3. 몰아 보는 수행평가 – 진도의 양이 많아 아이들 집중력 저하

   ‘(온라인 수업내용) 복습 → 진도 → 수행평가’의 반복     


 등교일이라고 딱히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종일 마스크를 쓰고 강의식 수업만 듣는 데다 밀린 수행평가 보러 학교에 갔나 싶어집니다. 교사 역시 답답하긴 마찬가지죠. 특별실 이용도, 활동도 모두 제약이 따르다 보니 가능한 수업은 강의식 수업뿐입니다. 아이들도 교사도 지루한 수업에 지쳐 갑니다. 계획된 수행평가는 진행해야 하고, 온라인 수업으로 이미 가르쳤음에도 처음 듣는 듯한 아이들을 보면 그냥은 못 넘기겠습니다. 등교일 다시 복습, 반복이 이루어지죠. 이어지는 평가들, 등교 일 하루로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하기만 합니다.      

코로나 19 상황에서 현장체험학습, 운동회, 학예회 등 학교의 각종 행사는 취소 및 연기가 되었습니다. 분명 이와 관련된 업무도 줄어든 상황이지요. 물론, 코로나로 인해 추가된 업무도 있지만, 모두가 힘든 이러한 상황에서는 업무가 줄어드는 걸 당연히 바라서도, 편하게 지낼 기회로 여겨서도 안 되겠지요. 활동지와 사진, 유튜브 주소만 잔뜩 복사하여 무성의하게 붙여 놓는 교사가 있어선 안 됩니다. 어떻게 쉽고 편하게 넘어 가볼까 요령만을 체득해가는 교사가 아닌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개별 첨삭과 같은 피드백, 정성 어린 교사의 온기가 묻어나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할 때입니다. 이것이 온라인 수업에 적응해 나가는 교사의 모습이겠지요. 교사들의 이러한 노력만이 쏟아지는 비난과 달갑잖은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전문성을 인정받게 합니다.

‘학교는 왜 있나?’, ‘교사가 무슨 소용이냐?’, ‘이렇게 클릭만 하고 집에서 부모가 다 봐줘야 할 바엔 이참에 학교를 없애자’ 말까지 나오고 있지요. 재미있는 건, 이런 상황들이 반대급부로 학교와 교사는 사라질 수 없다는 걸 증명해 보였다는 겁니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원망이 크다는 건 그만큼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대체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등교와 학교 안에서 이루어졌던 다양한 활동들, 그리고 단지 학교가 학습만이 아닌 인성과 사회성을 기르는 곳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친구와 말 한마디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손 한 번 잡을 수 없는 이 상황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되었지요. 온라인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학교의 기능을 실감하는 중입니다. 학교는 절대 사라지지 않습니다.

배우지 않으려는 부적응 교사들은 결국 변화에 살아남지 못하겠지요. 올해가 지나고 명예퇴직이 늘 거라는 은밀한 추측까지 나오는 걸 보면 당연한 이치일지도 모릅니다. 의사가 새로운 치료법을 배우지 않으면 낙오되듯 교사 역시 끊임없이 새로운 교육법을 익혀야 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또 하나. 이러한 시행착오와 혼란을 겪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가는 온라인 수업은 코로나 종결 후에도 미세먼지 경보 수준과 같은 상황에서 ‘블렌디드 러닝 (blended learning - 온, 오프라인 학습을 결합한 학습방법)’을 활발히 적용할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모든 것을 앗아간 화산 폭발 후에도, 화산재의 풍부한 미네랄은 들꽃을 더욱 아름답게 피워냅니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그 속에 들어있는 미네랄을 찾아낼 수 있는 현명함이 교사와 학부모 모두에게 필요한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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