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을 다시 장롱에 넣었다!
동화에 나오는 공주와 왕자는 마지막에 성대하게 결혼식을 올린다. 그래서 공주와 왕자는 영원히 행복하게 잘 살았다. 과연 그럴까?
그런 이야기는 세상물정 모르는 아이들의 이상일뿐이다. '그들은 그 후로 아들, 딸 낳고 행복한 날도 많았지만,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고 화해하고 이혼을 꿈꾸다가 아이들 생각해서 접고 다시 행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게 훨씬 더 현실적일 것이다.
나는 면접 보러 가는 아들의 양복을 샀다. (이전 글'아들의 양복을 샀다'에 있으니, 관심 있으시면 이전 글을 읽어 주세요!)
그런데 면접에서 떨어졌다. 얼떨결에 기대도 안 했는데 간 면접이지만, 최종까지 간 사람들은 알 것이다. '떨어지는 사람도 있어. 그게 '나' 일수도 있어!'라고 생각하고 가지만, 아무도 그게 '나'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대학 졸업 전이고, 다행히 기회를 주어졌으나 합격하리라 당연히 기대를 안 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거짓말이다. 한껏 기대를 하고 합격 후를 상상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런데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아들은 '괜찮다!'라고 얘기했지만, 적잖이 실망한 것 같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모두 '합격'이고, 한 명이 '불합격'이어도 그것이 '나' 일수 있는 게 면접인 것이다.
'아들아! 그런데 인생이 그런 거야! 넘어져도 계속 일어나서 내 갈 길을 뚜벅뚜벅 갈 줄 아는 사람이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거란다. 물론 너보다 빨리 도착하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1등은 한 명이야. 내가 1등을 못했다고 계속 실망하고, 누워있으면 아무도 너를 일으켜 세워주지 않는단다. 왜냐면 너는 성인이니까. 성인은 자신이 알아서 일어나야 하거든. 100명이 목적지를 향해서 뛰었어도 한 명만 일등이잖아. 그럼 99명은 실망만 하고 있어야 하나? 그건 아니잖아. 그냥 넘어져서 묻은 흙을 툭툭 털고, 다시 목적지를 향해 뛰면 되는 거야.'
나도 할 말은 많았다. '아들이 조금 더 노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하지만 아들 자신이 제일 아쉽고 속상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면접을 보거나, 아들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는 못한다. 엄마는 옆에서 '일어날 수 있다'라고 말해주고 '응원'밖에 할 수 없다. 그리고 너의 뒤에서 항상 손잡아 줄 준비를 하고 있을게!
너는 여전히 엄마의 자부심이란다. '아들, 사랑해! 우리 천천히 끊임없이! 가보자고!' 파이팅!
(그리고 양복은 다시 장롱에 넣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