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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비바티 Apr 07. 2024

30대 부부가 서울을 버리고 충청도민이 된 까닭

경기도 수도권도 아니고 충청북도.


해외에 있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서울에서 나고 자라 학교도 회사도 모두 서울에서 다닌 서울쥐.

그런 내가 충청도로 이사 갔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라며 연유를 묻는다. 


내가 재작년에 이사를 온 이곳은 충청북도 충주. 

충주라고 말하면 10명 중 9명은 그게 어디에 있는 곳인지를 묻고, 그 중 5명은 나중에 '청주 산다고 하셨나요?'하고 묻는다. 


사실 나도 충주는 처음이다. 

충주에 연고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이 집을 구경하러 오기 전까지는 발을 한번 디딘 적도 없었다. 


한국 지리 잘 모르는 한국인이라 지도에서 충주가 어딘지를 확인해봤었다.



캐나다와 뉴질랜드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온지 3년쯤 된 재작년의 어느날.

우리 부부는 회사에서 가까운 곳에 복층 원룸을 얻어 살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히는 일이 일상인 서울에 살면서, 집에서도 나만의 공간을 갖지 못하고 서로 아웅다웅하는 일이 잦아지자 둘다 지쳐가고 있었던 때였다.


계약이 반년 쯤 남았던 때, 이 다음으로는 어디에서 살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 시작했고,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점점 서울에는 우리가 있을 곳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우리의 작고 소중한 보증금에 대출 받을 걸 더하면 집을 못 구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예산에 맞는 집은 회사에서 너무 멀거나, 크기가 너무 작거나, 너무 오래된 집이거나, 이 모든 조건이 해당되는 곳이거나 했다. 


가진 것도 없이 결혼해서 1.5룸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한 우리 부부였고, 큰 욕심 없이 살아왔지만 점점 사는 곳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당시 다행히도 우리는 둘다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회사에 다니고 있었고, 과감히 먼 경기도권과 인천으로 조사 반경을 늘려보기로 했다. 


나의 고향 서울. 미안하지만 더 이상은 안되겠어.


하지만 서울 밖으로 멀리 나가면 조건이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 했던 기대와는 달리, 출퇴근에 한시간 반씩 걸릴 거리에 떨어진 곳도 여전히 비쌌다. 그럴거면 뭐하러 이렇게 멀리 나오나 싶다가도, 그래도 서울보다는 사람이 적고 그래도 서울보다는 숨통이 트이는 풍경에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 

환경이 좋은 곳을 찾다보니 우리의 후보 지역은 점점 넓어지기 시작했고, 우리는 주말마다 차를 끌고 방방 곡곡을 살펴보러 다녔다. 


그러다 남편이 검색으로 찾은 곳이 충주였다. 

서울에서 차로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 정도 걸린다고 나오는 곳이었고, 우리의 예산 내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넓은 근 신축 아파트들이 있었다. 가서 어떤 곳인지 구경이나 해보자는 마음으로 드라이빙을 갔고, 놀랍게도 우리가 그동안 주말마다 봐오던 시골 지역과는 다른, 깔끔하고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다. 


바로 근처 부동산에 연락해서 집을 몇 군데 볼 수 있는지를 문의했고, 우리의 조건에 맞는 아파트를 몇 군데 돌아볼 수 있었다. 

그러다 발견한 곳이 우리 집이었다. 

세번째 집으로 구경한 곳이었고, 거실 창문에서 저 멀리 산들이 보이는 탁 트인 풍경은 서울쥐들의 마음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설명을 해주시던 부동산 중개인 분은 사실 여기보다는 이 전에 본 집이 더 인기 있는 레이아웃이라고 했지만, 나는 이 집이 너무 좋았다. 사실 더 경치가 괜찮은 집도 있었고, 상가가 가까워서 편의성이 좋아 인기있는 집도 있었지만, 우리에게는 이 집이 가장 맞는 곳이라고 확신했다.



거실에서 바라본, 하루를 아름답게 마무리해준 풍경


우리는 2주 후 집을 계약했고, 몇 달 후 공식적으로 충청도민이 되었다.

주민센터가 아닌 면사무소에서 전입신고를 하고 나오는데, 매연 가득한 도로가 아닌 한강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너무나 무대포로 보일 수 있는 행보였지만, 우리에게는 최고의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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