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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빗소리

by 소향

고즈넉한 기와지붕 위로
쏟아지는 운율은 몽글몽글하다

마가목 가지마다
노랗게 익어 가는 열매들이
빗방울을 품고 고개를 떨군다

잎사귀는 작은 춤꾼이 되어
바람의 노래에 몸을 흔들고
처마 끝에 빗방울 하나
세상을 품고 간신히 매달려 있다

나는 숨소리조차 조심스럽게
그 순간을 팽팽하게 당기고 있다

사라지는 것들 속에서도
더 빛나는 것들이 있음을

떨어지는 빗방울 속에서도

생명은 또 세대를 이어가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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