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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경이

by 소향

길가에 자리 잡아

누구의 발길에 밟혀도
다시 잎을 펼치는 풀

길 위에 드러누워
묵묵히 하늘을 품고
돌아오는 발자국마저
자기 삶의 무늬로 새겨 넣는다

화려한 꽃 대신
푸른 인내로 살아가는 것
아무도 보지 않아도
뿌리는 더 깊어져 간다

나는 그 앞에서
작은 생의 진실을 배운다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마음
그것이 삶을 지탱하는 힘임을


밟혀야 비로소 번성하는 삶을

견뎌야 이어가는 세대를

그렇게 몸으로 세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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