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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May 16. 2023

오월

아직, 잉크는 세상과 타협 중이다


시간은 언제나 내 편이 아니었고

묻어가던 호흡마저 저 마치 밀려나 버렸다

그런 순간에도 놓아버린 것들이 전하는

부르르 떨리는 안부에 대답하는 환한 치열

몇 개의 호출은 느린 걸음으로 돌아오곤 했다


뉴스가 더위를 잡아당기는 소리에

동쪽에 기울던 해가 서쪽으로 넘어지면

간헐적으로 울먹이는 개구리의 외로움과

차마 놓지 못한 농경의 단내가 날아들었고

출렁이는 커피잔 속에는 피곤이 소복이 쌓여만 갔다


그런 시간뒤에 어김없이 소환되는

어쩌면 루틴이 되어버린 것인지도 모를

지나간 것들이 미세먼지처럼 꾸역꾸역 날아든다


오래전, 내 어머니 분주한 손끝에는

인동화가 뿌려놓은 하얀 멀미가 넘실거렸고

꽃내음 보다 더 진하게 배어 나오던 땀내 뒤에는

자각의 여유조차 놓쳐버린 불행이 녹아있었다


유년은 뿌리내린 거머리였을까

아파도 놓지 못한 웃음만 한가득 삼키고 있었으니


오월은 장미의 빨간 가시다

설익은 풋사과를 매달고

유월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그렇게 온통 찔린 손끝만 멍하니 바라본다


오늘은 집안 가득 땀내가 따갑게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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