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향 Dec 05. 2023

시간의 흔적

귤 하나 책상에 덩그러니 길을 잃었다

온몸으로 밀어내던 세월의 버팀으로

동그란 이마엔 파랗게 이끼를 생산해 놓았다


외출했던 초침이 분말을 뿌려주면

동그란 이마엔 달이 하나 놀러 나온다

밝음에도 여전히 빛나는 하얀 달은

초록빛 꽃을 피워 세상에 빛을 전한다


어둠이 내리고 달이 하늘로 돌아가면

초록은 어느새 검은 그림자 뒤로 숨고

세상에 주저앉아 또 다른 의미를 찾는다


남는 자의 시각이 기록되는 세상 이치로

사라지는 자는 소멸의 길을 가겠지

저 멀리 돌고 돌아 맞이 한 자리엔

바람이 흘리고 간 눈물만 바닥을 뒹군다


시간에 버려진 빛바랜 외로운 귤 하나

깊어가는 주름들 사이로 보이는 

시간의 흔적만 아쉬운 듯 그립다

매거진의 이전글 야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