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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향 Jan 09. 2024

불면

새벽기도

아주 지랄을 한다

밤새 싸질러놓은 흥건한 이브자리

그 질척대는 가식을 깨닫기 전에는

아마도 새벽을 깨웠을 것이고

잠을 설쳤을 날들 뒤에

매달아 놓은 기도를 뒤집어쓰고는

올해도 할 만큼 했노라 최면을 걸고 있을


겨자씨,

알 수도 없는 비교의 대상

그보다 한 없이 작은 믿음을 깨닫는 순간

어둠이 말을 걸어온다

등을 돌리면 멀쩡하던 벽이 무너져 내리고

반대로 돌아누우면 잠이 줄행랑을 친다

눈을 감으면 그 속에 갇힌 기억들의 아우성


결국

잠을 걷어차고야 말았다

정갈한 행위들과

그렇지 못한 엉킨 생각들

작아지는 것은 외부가 아니었음을


도둑걸음으로 졸음이 방문할  때쯤

기도는 이미 제목을 잃어버릴 것이고

현실은 아마도 후회가 준 선물에

꾸벅꾸벅 감사를 할 것이다


알람이 노크를 한다

현실과

계획과

낡은 신앙 사이에

5분 간격을 두고서


주섬주섬 현실을 입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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