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아들아, 아빠는 누나를 이렇게 키웠단다.
“주말에 뭘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어. 심지어 (상대적으로) 이게 훨씬 저렴해.”
누나는 한글을 다 떼기도 전부터 영어를 익혔어.
음.. 함께 익혔다고 볼 수 있지.
어느 한 언어를 배운 뒤 이를 기반으로 다른 학습을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지만,
그건 보기의 단계에서 읽기의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더 필요한 것이라 생각했어.
언어에 대한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어는 곧 정서이고 문화이기 때문에 두려움을 갖는 걸 줄이고 익숙함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어.
그 결과 누나는 아침마다 아빠를 깨우며 ‘Daddy, Daddy, Wake up!!’ 하거나
(한국어로 깨우면 안일어나도,, 영어로 깨우니 일어나게 되더라. 아주 그냥 정신이 번쩍 들어.),
제대로 배운 적도 없으면서 동영상을 보면서 들었던 ‘ABCDEFG’ 알파벳송을 흥얼거리기도 했어.
재밌는 건, 누나의 독특한 능력(?) 이었어. 영어의 한글화!!
영어로 배운 표현들과 한글로 배운 표현들을 서로 섞어가며 사용했지.
이미 알고 있는 표현을 기반으로 새로운 표현을 습득하다 보니,
어른들이 듣기에는 우스운 표현들도 많이 있었어.
‘Mommy, Mommy, look at me’ 를 배우곤 ‘마니마니 무겄니’라고 하거나
‘Help’와 ‘me’를 각각 따로 발음할 때는 잘 하다가 합쳐서 ‘Help me’를 하라고 하면 ‘할부지’라고 했지.
두 언어를 혼용해서 쓰는 탓에 정확히 알아듣지 못해 소통에 다소 어려운 적이 있었지만,
즐거움이 더 컸고 여러 표현을 쓴다는 점에 칭찬도 많이 할 수 있어 대화의 분위기 좋아졌었단다.
영어 표현들은 대부분 토요일에 하는 영어학습 프로그램을 하면서 배운거야.
엄마 친구 중 육아 선배 한 명이 ‘잉글리쉬 에그’라는 영어 학습 프로그램의 책을 물려주면서 알게 된건데,
감사하게도 가까운 곳에 학습센터가 있었어.
주 1회 고정수업을 잡아야 하는데,
가능한 시간이 많지 않았어.
주말 시간을 잡으면서 주말은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약간의 죄책감(?)도 있었지.
평일 가능한 시간은 오후 4~5시였는데,
엄마랑 아빠가 둘 다 오후까지 일을 하다 보니까 현실적으로 케어가 어려워,
할 수 없이 토요일로 고정수업을 잡았지.
심지어,,, 하루의 딱 중간인 오후 1시 40분.
수업이 40분가량 진행되기 때문에 2시 20분에 끝나고, 리뷰 후 주차장을 빠져나오면 3시였어.
어딜 가기엔 너무 애매한 시간이어서 사실상 토요일은 다른 주요일정을 잡을 수 없었어.
심지어 어린이집 친구랑도 영어학습센터 체험수업(과자집 만들기)으로 만났다니까.
주변에는 잘 이야기 하지 못했어.
‘돈지랄’ 의 아이콘으로 인식돼 색안경을 끼고 누나를 대할까봐 그랬지.
이건 비밀이었는데, 사실 까고(?)보면 그렇지 않았단다.
누나와 비슷한 월령의 친구들 부모님들께,
“주말에 뭐하세요?” 라고 물어보면,
“매주 키즈카페 가요”라고 답하는 분들이 가장 많았어.
키즈카페가 보통 주말에 어린이 2만원(2명), 보호자 5천원 정도이니 합이 5만원 정도지?
영어학습 프로그램은 스텝 1~3 책값이 300만원이고, 총 60권을 매주 1권씩, 2명하니까 한 번에 2.5만원이야.
수업비는 12주마다 38.4만원, 1주에 3.2만원이니까 도합 5.5만원이야.
이러면 단순히 키즈카페가 5천원 저렴해 보이지?
그런데 식사나 간식비까지 하면 키즈카페 내부의 물가가 바깥보다는 비싸니까 이걸 고려해야 하고,
결정적으로 키즈카페에서는 내가 계속 누나를 따라다녀야 하지만,
잉글리쉬에그에서는 수업하는 동안 가만히 쉴 수 있지.
여기까지도 못 받아들이겠다면,,,
정확한 비교를 하려면 수업형식으로 놀이를 제공하는 키즈카페랑 비교해야 하는데,
그런 곳은 부모비용이 없는 대신 일반키즈카페보다 2배정도 비싸니까,
동일 조건으로 따지면 잉글리쉬에그가 1번에 5천원 이상 저렴한거지.
여기에,
평일에는 주말 수업 예습 및 워크북 복습을 하면서 하원 후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어.
순서에 맞춰 하다보니 고민할 필요가 없어지고 누나도 학습과정을 따라갈 수 있었지.
마치 학습지를 하나 더 하는 효과였어.
나중에는 누나 스스로 어떤 걸 ‘이미’ 했고, ‘아직’ 안 했는지, 지금 무얼 해야 하는지 알려줬어.
영상을 봐야하는 순간에는 늘 영어학습 영상을 보고,
가끔은 영상에 나오는 것들을 아빠와 직접 해보기도 했어.
영어학습이 놀이와 학습의 나침반이 된거지.
이 글을 쓰는 시점에 아들은 아직 책도, 수업도 접하지 못했지만,
‘Can you wash your face?’, 'Can you swim in the pool?' 등의 질문에,
놀랍게도 ‘Yes, I can.’으로 답하곤 했어.
영어식 표정과 제스처를 따라하고 함께 율동을 하기도 했지.
누나와 함께 노출한 결과였지.
이거 말고도 놀라운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지만 최고의 이점은,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래도 무언가 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있다는 거야.
이전에는 다음 주말에는 무얼할지 지난 주말부터 고민했었어.
또, 평일 저녁에는 그저 시간을 떼우다가,
이상한 트집으로 누나를 울리곤 했었지.
하지만 영어학습을 시작하고 나서는 그런게 사라졌어.
그냥 그걸 하다 보면 파생되는 새로운 것들이 생기고,
그렇게 웃고 떠들고 춤추다 보면 잠잘 시간이었어.
심지어 그 어렵다는 영어 자연발화도 경험하고 말야.
아, 물론 그렇다고 영어학습 만이 주말 활동의 정답이라는 건 아냐.
아빠는 우연히 잉글리쉬에그를 알게 돼서 이걸 했던거고,
키즈카페보다는 정기적인 학습이 더 효과적이며 효율적일 수 있다는 거야.
어설프게 한두번 할꺼면 분명히 더 비싼 ‘돈지랄’일 수 있지만,
제대로 하면 훨씬 아끼는 길일 수 있단다.
문득 ‘브리다(저자 파울로 코엘로)’라는 책의 내용이 떠올라 덧붙인다.
P.134
아버지는 그녀에게 바닷물의 온도가 괜찮은지 알아보라고 했다.
다섯 살인 그녀는 아버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신이 나, 바닷물에 다가가 두 발을 담가보았다.
“발을 집어넣어봤는데 차가워요.” 아버지에게 돌아온 브리다가 말했다.
아버지는 그녀를 번쩍 안아올려 바닷물까지 데리고 가더니, 아무 말 없이 물 속에 풍덩 집어넣었다.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곧 이것이 아버지의 장난이라는 걸 알고 재미있어 했다.
“물이 어떠니?” 아버지가 물었다.
“좋아요.” 그녀가 대답했다.
“그래. 이제 앞으로 뭔가를 알고 싶으면 그 안에 푹 빠져보도록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