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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수꾼 Jul 14. 2023

Ep.1-4 제발.. 책 좀 그만 봐

[교육] 아들아, 아빠는 누나를 이렇게 키웠단다.

“하아…. 얘를 어쩌면 좋지…. 책을 다 버릴 수도 없고…. 휴우….” 


누나를 낳기 전부터,

아빠는 개인적으로,

어린 아이의 천재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와~ 놀라워. 대단하다’보다는 ‘이상하다…’라고 생각해왔어.

왜냐하면 전자는 한두 번 경험한 것을 어른들에게 보여주는 경우이고,

후자는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다고 생각한 것을 보여주는 경우이거든.

때문에 엄마나 주위 사람들이 누나의 모습들을 보곤 ‘얘 (이 분야) 천재 아냐?’라고 했을 때,

쉽게 동요하지 않을 수 있었지. 


현재까지 누나는 어느 쪽인거 같아? 두렵게도,, 후자 쪽인 부분이 없지 않아.

누나는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낯을 가리지 않았고,

돌이 되기 전부터 이미 한 자리에 1시간 이상 앉아 있었어.

이 밖에도 이상한 점이 많았지만, 특히 책에 대한 흥미가 남달랐어.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겠지만,

곱씹어봤을 때 다른 친구들의 육아 방식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있었던 건,

아빠의 설익은 육아 방식과 넉넉치 않은 형편(?)때문인 거 같아. 


구체적으로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다소 늦은 출산으로,

주변 지인들로부터 책과 장난감을 많이 받아왔는데,

집은 좁고,

책장과 정리함이 부족해서,

그나마 있는 정리함에 장난감을 넣고,

책은 세워두거나 구석에 끼워넣고 쌓아 놨었지.

이게…. 누나의 책에 대한 이상함(?)의 발단이었던거 같아. 


누나는 정말이지 매일같이 책을 읽어달라고 했어.

엄마나 아빠, 다른 어른이 놀러오면 그 어른….

누구든 한 번 간택(?) 되면 목이 쉴 정도로 읽어야 했어.

‘끄~읕!!’을 외치기도 전에 누나의 두번째 손가락이 하늘을 가리켰어.

‘한 번 더, 한 번 더.’를 외치면서 말야.

한 번에 20권은 기본이었지. 


행여 책과 친해지려는 누나의 마음이 닫힐까봐,

처음에는 더 이상 ‘한 번 더’를 하지 않거나 자연스레 다른 행동으로 바꿀 때까지 계속 읽어줬지.

하지만 이게 습관이 돼버리니까 간택 받은 어른은 적어도 1시간은 꼬박 책을 읽어야 했어.

시리즈라면 1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읽어야 했고,

단권짜리 책이었다면 끊임없이, 여러번 반복해 읽어야 했지.

책을 읽어주어야 잠이 드는 지경에 이르렀어.


나중엔 너무 힘들어서 대체 얘가 왜 이렇게 된걸까 생각했어. 

곰곰히 거듭해 생각해보니 누나가 갓난 아기 때부터 머리맡에 책을 쌓아둔 게 시작이었어.

정돈할 곳이 부족하다 보니까 아기 침대부터 일반 침대로 넘어와서 까지,

머리 쪽에 책을 쌓아두고, 프레임과 패드 틈에 책들을 끼워뒀지.

누나는 잠에서 깨면 울기보다 사운드북을 누르고 책을 펼쳐보며 놀았어.

아빠가 좀 놀아주고 했어야 했는데, 집안일도 해야 해고, 다른 업무도 봐야 하니,

혼자 잘 놀고 있다는데 감사함을 느끼며 그냥 놔뒀어.

그랬더니 책에 대한 흥미가 이상하다고 느낄 정도의 수준까지 올라온거야. 


매번 같은 책들만 읽다가,

새로운 책이라도 집에 들이면,

그 땐 어른 한 명을 간택한 뒤 도무지 책상을 떠나려 하지 않았어.

심지어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딸기도 나눠주는 누나가,

책은 ‘다~아~ 내꺼야’하면서 나눠주지 않았다니까아.

이번에도 국제유아교육전에 가서 딱 한 권 구입하고, 사은품으로 한 권 더 받아왔는데,

발견하자 마자 엄마를 끌고 가 앉더니 여러 차례 읽었어.

눈은 어찌나 초롱초롱하던지, 다른 사람은 끼어들 틈도 없는 집중력이었지. 


그런데 사실, 이제까지 새 거를 사준 건 3권도 채 안될거야.

물려받거나 중고로 구입하거나 사은품으로 받은 게 대부분이었어.

아, 영어학습 책들은 새거로 샀다. 이건 새거로 사야만 센터 수업에 참여할 수 있었거든.

하지만 이건 평소에 읽기보다는 영어학습 때 주로 읽은거라 학습지의 성격이 더 강하지. 


이만큼이나 어릴 때 경험이 중요한 걸까?

누나는 책을 읽기도 하지만,

책으로 길을 만들고, 집도 만들고, 케잌도 만들었어~

책과 장난감의 경계가 모호하다고 느껴질 정도야.

갓난 아기 시절에 머리맡의 장난감들(책들)로 익숙해진 덕분인 것 같아. 

반면에 아들은 머리맡에 책을 두지 않았었어.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 책장을 몇 개 중고로 구입했거든.

덕분에 머리맡에 책을 둔 적이 거의 없었고,

그래서인지 책을 장난감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 같고, 

아직까진 책에 대한 흥미가 누나에 비해 현저히 낮아.

가끔 팝업북 등에 관심을 보이기도 하지만,

금세 다른 장난감을 찾아나서지. 


다소 힘든 점이 있긴 하지만,

아이가 흥미를 느끼게 하는데는,

머리맡을 공략(?)하는 게 효과적인거 같아.


누나 @ddoongdemoiselle

       https://instagram.com/ddoongdemoiselle?igshid=MmU2YjMzNjRlOQ==

아들 @mr.j_0308

       https://instagram.com/mr.j_0308?igshid=MmU2YjMzNjRlO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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