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진작 아들의 고군분투를 알아채지 못했을까
처음엔 믿어지지가 않고
그 다음엔 이해가 되더니
그 다음엔 속이 많이 상하고
일부러 진정시키고 - 다시 속이 상하고 후회와 자책의 감정이 들다가 - 다시 진정시키고를 반복하다가
마침내 어제서야 정말로 이번일이 우리에게 일어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자기 방어적인 생각이 아니냐고 반문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위로가 잠시의 위안은 되었지만 다시 후회와 자책, 속상함으로 되돌아 갔던 것 처럼
이제는 남들이 '그건 자기합리화 아니냐?'고 해도 내가 이 일을 계기로 깨달은 것이 크기에
남들의 시선과 무색하게 정말로 나는 괜찮아졌다.
물론 감정적으로 회복, 아니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는 것이지 실질적인 후속 대응책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후속 대응책을 마련하는 나의 마음이 편안하다.
아들의 성장과 발전, 아들과 나의 관계 회복에 정말 도움이 되는 사건이 나에게, 우리에게 일어나주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초등반으로 올라가면서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었던 것일지 이제야 그게 눈에 들어온다.
지난달 말 학급의 소풍을 도와줄 자원봉사 학부모에 자청하여 아들의 소풍에 동행했는데
아들이 친구들과 어울려놀지 않고 내내 내 옆에만 붙어있고, 계속 한국말만 했다.
그때는 그 모습이 그렇게 부족해보이고, 걱정되다가 화가 나는 감정으로까지 번졌다.
솔직히 인정해야한다. 나는 어느시점부터(아마도 풀타임 직장을 그만둔 2년여 전부터) 아이가 내 시간을 빼앗는 존재로 인식하고 귀찮아하고 미워하는 순간순간들이 있었다.
혼자서도 잘놀고, 친구와도 잘노는 (그래서 엄마의 시간을 뺏지 않는) 남의 집 아이들과 비교하며 왜 이렇게 나에게 집착하는지 의문스러워 했다.
혼자서 잘 놀도록 루틴을 설정하도록 도움을 준것도 아니고, 친구와 잘 놀게 플레이 데이트를 열심히 해서 환경을 조성해 준것도 아니면서 그걸 아들의 책임으로 전가시키고 있었던 나를 보게 된다.
이렇게 썼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화나는 감정이 들때마다 이게 아닌것 같아 때때로 육아서, 관련 영상 등을 열심히 찾아봤는데 아이가 엄마를 찾는 이 나날들이 행복한 것이다.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잘해줘라 등의 요지로 들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잡고 잘해줘야지 생각을 했는데 내가 그 육아서나 관련 영상의 핵심을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싫은데 억지로 잘해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들이 고군분투가 보인다.
학교에서의 애씀은 물론이고 가정에서도...
엄마가 제일 편한 존재라(나를 그렇게 생각해줬다는 것도 이제는 정말 눈물 나도록 고맙게 느껴진다. 부족하게 사랑을 준것만 같은 엄마인데도 나를 믿고 나에게 땡깡부리고 했다니 그래도 내가 이녀석에게 꽤 믿을만한 존재였나보다) 심통도 부리곤 하지만 한달, 반년, 일년 이렇게 지나며 이 아이가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를 본다면...
이제 그것을 매일 매순간 알아주고 보듬어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