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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Z Sep 09. 2020

레드벨벳 아이린&슬기 - MONSTER

[MINI ALBUM]


우연히 맞아떨어진 오래된 계획이었을까, 아니면 급하게 구성된 임시방편일까. 작년 웬디의 부상으로 5인조 활동이 불가능해졌던 '레드벨벳'의 첫 유닛 '레드벨벳 아이린&슬기'가 미니앨범 'MONSTER'와 함께 지난 7월 데뷔하였다.


https://youtu.be/rkZ9je4xSIY


아이린과 슬기는 레드벨벳 멤버 중에서 가장 연습생 생활이 길었던 2인이며, 2014년에 둘이 함께 퍼포먼스를 펼친 'Be Natural'의 커버 영상이 존재하기도 한다. 본인들이 실제로 이 영상이 유닛 결성의 계기라고 밝히기도 했다.


<Monster MV 中>

앨범을 나타내는 키워드는 크게 '몬스터'와 '그림자'로, 타이틀곡뿐만이 아닌 수록곡들에서도 같은 테마를 공유하고 있다.

타이틀곡인 'Monster'는 자신들을 꿈속에 등장하는 괴물에 비유하여 청자를 괴롭히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댄서들이 모여 한 마리의 괴물을 만들어내는 안무, 아이린과 슬기의 서로를 쏙 빼닮은 모습 등 비주얼적 측면에서도 두 주제를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아이린과 슬기 본인들도 소절마다 자신의 톤을 바꿔가며 섬세한 보컬 운용을 보여준다. 특히 아이린은 평소엔 기교 없는 정직한 보컬을 구사해왔는데 이를 날카롭고 건조한 톤으로 디렉팅하여 사용한 점이 인상 깊었다.


<Episode 1 '놀이(Naughty)' 中>

'놀이(Naughty)'는 '피카부'와 'Sunny Side Up!' 등에 메인으로 참여한 Moonshine의 곡으로, Monster에 이어 후속곡으로 활동하였다. 앞서 나열한 곡들은 중독성 높은 훅과 묵직한 비트, 고음이 최대한 배제된 듯한 멜로디가 돋보이는데, 놀이도 같은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후속곡으로 활동하는 곡이기에 뮤직비디오도 공개되었다. 퍼포먼스 형태로 올라온 뮤직비디오는 흑백 처리된 고대비의 영상과 같은 코디에 색깔만 다른 옷을 이용하여 '서로의 그림자'라는 콘셉트를 더욱 각인시켰다.

터팅(Tutting)을 이용한 안무도 흥미롭다. 보통 걸그룹에서는 하지 않을 시도인데, 메인 타이틀곡이 아니어서 좀 더 대중성을 내려놓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 같았다. SM은 이전에도 f(x)의 '4 walls' 안무에서 당시 생소하던 보깅을 차용하였는데,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SM의 정신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Mood Sampler #1 The Rooms(EDT) 中>


다른 수록곡들에서도 타이틀곡의 콘셉트를 이어가고 있다. 'Feel Good'에서는 서로를 파괴해가는 가학적인 감정을 노래하고, 'Jelly'는 통통 튀는 밝은 사운드의 곡이지만 가사에는 여전히 농도 낮은 질투의 정서가 배어있다.

'Diamond'는 자신들을 바위 속의 다이아몬드 같은 존재로 비유하는 곡으로, 비트감 있는 댄스곡 사이에서 잠시나마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된 사운드의 R&B 트랙으로 여러모로 앞에서 언급했던 Be Natural이 연상되기도 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슬기의 솔로곡인 'Uncover'는 이전 앨범의 'La Rouge'와 비슷한 위치의 보너스 트랙으로, 힘을 살짝 뺀 슬기의 보컬이 몽환적인 반주에 녹아들어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Episode 3 'Uncover' 中>

놀이에 이어서 멤버 각자의 퍼포먼스 영상도 공개되었다. 아이린은 수록곡을 매쉬업한 트랙을 배경으로 자신의 분신과 같이 춤추는 모습을, 슬기는 춤을 추는 본인의 모습이 거울에 제대로 비치지 않는 연출을 통해 '그림자'라는 키워드를 계속해서 강조하였다.


<Monster MV 中>

항상 해외에서 트렌디한 트랙을 받아오며 아이돌의 아티스트적인 면을 강조하는 SM답게 음악적인 완성도는 흠잡을 데 없다. 퍼포먼스 비디오나 콘셉트 인터뷰 등 여러 가지 수단을 통해 음악 외적으로도 상당히 공들였다는 점이 느껴졌다.

굳이 아쉬운 점을 자면 아이린이 보컬 멤버가 아니기에 활동 전반적으로 드러나는 둘의 역량 차이. 섬세한 파트 분배와 코러스 등으로 둘의 간극을 최대한 없앴지만 절대적인 가창력의 차이는 어쩔 수 없이 다가온다.


하지만 지금까지 레드벨벳 커리어에 없었던 지평을 개척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 둘이 아니었다면 레드벨벳이 이러한 콘셉트에 도전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동시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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