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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Jan 20. 2024

그 놈의 학벌타령,,

학교 레벨과 취업 성공의 상관관계

"저희 대학 나와서는 00에 취업 안된다던데요."


취업 상담에서 꽤 자주 듣는 말이다.

안타까운 건 '질문'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질문을 한다는 건 적어도 '아닐 확률도 있지 않나요?'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대부분은 '단정'해 버린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취업컨설턴트로 전직 후,  입학 성적 기준으로 서울 중위권 대학의 학생들과 잦은 인연이 닿았다.  누군가에는 'In-Seoul'로 표현될 만큼 '서울 내 대학'에 입학하는 것 자체가 큰 목표가 되기도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해당 카테고리에 있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상/중상/중/중하/하위권 대학'이라는 기준에 형성된 계급사회 안에서 치열한 고민을 이어나간다.  그리고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경우 자신이 속한 대학보다 사회적인 명성이 높은 대학에 편입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같은 대학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미래 진로에 방해가 되는 학벌이라고 여기는 반면,

다른 누군가에게는 다양한 미래 진로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회의 학벌이 되기도 한다.  


결국 생각의 차이에 있다.




나 때(?)로 돌아가보자. 정확히 2000년 초반이다.  

지금처럼 유튜브, SNS 등 다양한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때였으므로,  '취업정보'에 대한 개념도 불명확했고, 관련 정보를 얻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내 경우만 보더라도 나는 당시에 '방송국 PD'를 꿈꾸며 대학에 들어왔지만, 정작 어떤 준비를 어떻게 해야 방송국 PD가 되는지 몰랐고, 교내 방송국 활동에만 매진하다 결국 꿈을 포기하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입사지원서조차 내지 못했을 정도의 나의 무지몽매함이 원망스럽다.


그렇다면 '정보'란 무엇인가.

과거로부터 누적된 데이터의 집합이다.

특정 분야에서 반복된 경험이 '기록'으로 쌓였을 때, 다른 누군가에는 미래를 준비하는 유의미한 정보가 된다.

그런데 이 '정보'가 모두에게 접근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간판 만능주의'이던 당시에는 좋은 대학 출신일수록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기업이나 분야로 취업할 확률이 높았고,  이 말은 곧 '취업 정보'가 많이 쌓인다는 의미였다.  때문에 중하위권 대학 출신들은 '00 기업 취업족보'를 암암리에 매수하는 일도 있었다.


그럼에도 유리천장은 존재했다.  

서류 전형에서 '학교 가산점'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신입사원 채용 전형에서,

학점, 어학점수, 어학연수 경험 그리고 인적성 필기전형이 핵심 평가 요소이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변별력 없는 요소로 신입사원을 뽑아야 하니 쟤도 얘도 비슷하다면 적어도 고등학교 시절의 노력의 양과 수준을 직관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학벌'을 주요 평가 척도로 삼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크게 부당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좋은 대학 간판이 밥 먹여 주던'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신입사원 채용 시장의 기조가 크게 바뀐 지 수년이 지났다.


'학벌 없는 사회'를 제창하는 여러 단체의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고,

학벌 중심 채용과 업무 생산성과의 연관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기업 내부를 중심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바야흐로 2016~2017년,  그 모든 흐름과 사회적인 요구를 담아 채용과정의 공정성과 직무중심의 채용 문화 정착을 위한 정부 주도의 공식적인 가이드라인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블라인드 채용'이다.   


블라인드 채용의 핵심은 '아무것도 보지 않겠다'가 아니라,

'직무와 관련되지 않은 사항은 보지 않겠다'로 정의된다.

대표적으로 '출신학교, 학점, 성별, 지역'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명칭에서 비롯된 일각의 많은 오해 때문에 '공정채용'으로 정식 명칭 변경했다)


공정채용의 핵심은 '직무역량'이다.

'직무역량'은 '목표 직무에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의미하는데, 대표적으로 직무에 필요한 전공지식과 교육, 관련 자격증, 관련 일 경험과 대외활동 등을 포함하며, 여기 어디에도 '학벌'은 공식적으로 등판하지 못한다.

어디까지나 공개적인 범위에서는 그렇다는 이야기다.


'좋은 대학'을 나왔어도 '직무 역량'이 미비하면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어려운 건

'그렇지 않은 대학' 출신자와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대학 입시로 따지면 '수시전형'과 일맥상통한다. 

나 때의 '공채'가 단 하루의 시험으로 인생 진로가 결정되던 '수능 시험'에 가깝다면,

'직무역량 중심의 채용'은 고등학교 3년 간의 누적된 경험과 노력으로 평가되는 수시전형과 매우 닮아있다.


따라서 지금의 신입사원의 경쟁력은 목표 직무를 향한 대학 4년 혹은 그 이상의 기간 동안에 쌓아 온  

꾸준하고, 다양하며, 밀도 있는 노력과 경험으로 평가받는다.




내가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결국 '관련 근거'에 기반한다. 

지난 6~7년간 내가 상담했던 수많은 학생들의 성공 또는 실패 사례가 그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저희 대학 나와서는 ~~ 로 취업하기 어렵다던데요'라고 말하는 학생들 중에

목표 직무가 명확하고, 그에 부합한 뛰어난 직무역량을 보유한 경우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자신의 역량 부족에 대한 죄책감을 애꿎은 학벌, 성별, 나이 등에 누명을 씌우는 것이다.  


나 역시도 '좋은 대학'출신은 아니었고,

20대 중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사회학'이라는 비실용 전공자로서  

심지어 남성 일색의 전자업종 영업직에 '여성'으로 취업했지만,

분명한 건 그런 모든 부분에서의 '상대적인 열세'를 만회하고자,

동일한 환경이라면 인정받기 위해 더 치열하게 노력했다는 점이다.


그러한 모든 과정에서 '학벌'이 내 발목을 잡는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솔직히 없었다.


1981년에 태어난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선생님, 00 회사에 가고 싶은데,, 우리 대학 나와서 갈 수 있을까요?"


라는 어김없이 무한 반복되는 질문에,

이번엔 말없이 휴대폰 전화번호 목록을 띄우고, 화면을 공유한다.  

'00 기업'으로 입력되어 있는 동일대학 출신의 선배들이다.


놀라움과 멋쩍음에 학생의 눈과 입이 동시에 벌어진다.


"자, 그럼 지금까지 네가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먼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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