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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그레이 Feb 01. 2024

지원동기, 가장 어려운 이유

 분명한 지원동기는 네 안에.

7자소서와 면접 전형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몇 가지 대표적인 질문들이 있는데,

그중 빈출 1순위는 바로 '지원 동기'이다.


지원 동기의 함의는 다음과 같다.

'당신은 왜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은 건가요?'

'당신은 왜 이 직무를 하고 싶은 건가요?'

 

심플한 듯 보이지만, 예상외로 많은 취준생들이 이 질문에 답하기 가장 어려워한다.


'왜일까?'


누구의 강요도 아닌 스스로 입사지원을 결정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같은 주제로 지금까지 수 백여 명의 학생들에게 취업 코칭을 한 이후, 나는 비로소

'그 명확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지원 동기'가 없기 때문이었다.


심리학에서 '동기'란,

'어떤 일에 시간과 노력을 써야겠다고 결심하는 분명한 계기'를 뜻한다.

여기에서 포인트는 '마음을 정하는 계기'이다.  


그런데 마음은 누가 정하는가? 당연히 마음을 소유한 당사자의 몫이다.

그런데 그 당사자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애초에 지원 분야에 대해 아무런 고민을 안 했거나,

혹은 결단을 내릴 정도로 생각의 양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왜 그럴까?'


역시 이유는 간단하다.

지원 분야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바로, 내가 좋아하는 어떤 대상을 떠올려보자.

패션, 음악, 음식, 재테크, 책, 유명인 등 뭐가 돼도 상관없다.


내 경우에는 '패션'이다.

패션에 관심이 많다 보니 패션 유튜브 채널을 다수   구독하며  패션 동향을 정기적으로 파악한다.

못해도 한 달에 2~3번은 꼭 한남동, 성수동, 홍대 등에 모여있는 의류 및 편집 매장을 순방하며

새로 등장한 브랜드와 아이템, 수시로 바뀌는 사람들의 옷차림을 관찰한다.


그렇다고 내가 패션회사에 입사를 꿈꾸는가? 그럴 리가.

내 삶에 활력이 되는 일이라 그저 좋아서 시간과 에너지와 돈을 쓸 뿐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러한 관심이 꾸준하게 쌓이다 보니 지금의 패션시장을 바라보는 나만의 안목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때문에 개똥철학일지언정 만약 내가 패션회사 MD로 입사지원을 하게  된다면,


'패션산업에 관심을 가지 된 계기가 뭔가요?'

'최근의 패션 트렌드가 뭔지 키워드로 설명해 보세요'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와 이유를 설명하세요'

'본인이 패션 md가 된다면 어떤 브랜드를 론칭하고 싶은가요

'본인에게 패션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와 같은 단골 질문에 대답할 꺼리는 애써 준비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학생들에게 자소서와 면접 문항에 대한 답을 고민하기에 앞서,

지원 분야에 대한 자기 안의 '순수한 관심'을 먼저 끌어내 볼 것을 추천한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 십만 개가 넘는 회사 중에 특정 회사와 특정 직무에 지원을 희망한다는 것은

그 분야에 대해 '상대적인 관심'이 분명히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원자 대부분은 사실을 간과한 채 '글로벌 1위 기업', '소비자만족도 1위 기업'과 같은

피상적이고 상투적인 답을 준비하는 데 열을 올린다.


유튜브라는 채널이 처음 세상에 공개된 직후, 크리에이터 중 하나는 자신이 다녀본 전 세계의 맥도널드 이용 후기를 올렸다고 한다. 국가별로 맥도널드의 가격과 맛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업로드한 것이다. 이유는 없다. 맥도널드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상을 맥도널드에서는 사람을 정식으로 채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처럼 기업은 해당 기업에서 생산하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기여방안에 대해서 고민한 흔적을 보여주는 지원자를 원한다. 누가 마다하겠는가.

시쳇말로 '오덕후'가 각광받는 시대이다.




따라서 지원 분야에 대한 '관심 유무'는 지원동기 작성에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 회사를 처음에 어떻게 알게 됐는지, 그 회사의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과 같은 질문에 스스로 답하는 과정에서 내가 그 회사의 일원이 되고 싶은 자연스러운 이유도 찾을 있게 된다.


상담 현장에서 나는 '지원동기'를 '사랑고백'에 종종 비유한다.   

내가 사귀자고 고백한 상대가 '너는 내가 좋은 거야?'라고 반문했을 때,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이 곧 '지원동기(=사귀고 싶은 이유)'가 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나는 네가 예뻐서 좋아'라고도 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말로 상대가 '낯 선' 나의 고백을 선뜻 받아줄까에 대한 확신은 부족하다.  

'예쁘다'라는 보통 형용사를 갖다 댈 수 있는 이성은 그녀 말고도 이미 너무 많다.

그녀 입장에서는  자신보다 예쁜 사람이 나타나면 나의 마음이 바뀔 여지가 있음을 은연중 직감한다.   


때문에 '인사가 만사'인 기업에서는 우리 회사에 지원한 '유일무이한 이유'를 갈구한다.

직무 능력도 있어야 하지만,  높은 조직 충성도를 가지고 장기근속할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서는 다른 회사가 아닌 '반드시 우리 회사 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한 것이다.  

예컨대 '식품회사'가 아닌 '농심' 또는 '오뚜기'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를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난 너의 내면에 정말 끌렸어.

네 인스타 가서 보니까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계속하던데,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는 너의 따뜻한 마음이 정말 인상적이었어. 사실 나도 작년부터 봉사를 조금씩 해오고 있거든. 그래서 너랑 사귀게 되면 우리 함께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이런 나 어때?'


어떤가.

그녀가 나와 사귈 마음이 조금 더 들지 않을까.




지원동기에 옳고, 그름 혹은 정답은 없다.

하지만 평가자의 시선에서 '분명한 동기'와 '불명확한 동기'의 차이는 꽤 선명하다.


'동기가 분명한 사람'은 '어떤 행동을 왜 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아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그 일을 잘하기 위해 '자발적인 노력'을 하게 된다.   

이는 곧, 그가 몸 담고 있는 조직에 '뚜렷한 성과'로 나타난다.  


모든 기업이 지원동기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다.


당장이라도 자소서 문항에 커서부터 갖다대는 조급함을 버려야 한다.

분명한 지원동기은 결국 내 안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취업 준비가 처음인 한 학생에게 '00 기업 지원동기'를 써보라는 과제를 냈다.

수 십 번을 써도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친구들이 부지기수인 것을 감안하면 결과물에 대한 기대는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상담 당일 써온 그 친구의 지원동기는 강의자료에 예시로 쓰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처음 써 보는 데 어떻게 이렇게 잘 썼니?'라고 묻자 그 친구가 답했다.


"선생님, 이 회사는 제가 정~~말 가고 싶었던 곳이거든요"


결국 '진정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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