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이른 시간에 카톡을 십여 명에게 보냈다. 나에게나 받는 사람에게 별로 중요하거나 유익하지도 않은, 그냥 그런 내용이었다. 다섯 시가 좀 지난 시간이었다. 정신이 번뜩 들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건가?' 지우려 했지만 시간이 지났다. 지운다 해도 알림 음이 이미 울렸고, 흔적이 남아 아무 소용이 없다. 여섯 시가 되기 전 카톡을 받은 사람의 기분을 잘 안다. 내가 늘 못 마땅히 여겼었기 때문이다.
같은 날 또 다른 일이 있었다. 나는 가끔 혼자 있을 때 라면을 끓여 먹는다. 지금 라면 용기에 물이 펄펄 끓는다. 라면봉지를 뜯어 라면을 넣는 대신 달걀을 먼저 깼다. 보통 때라면 라면을 넣고 나서 달걀을 깨 넣고 풀었다. 달걀을 먼저 넣으면 냄비 바닥에 눌어붙기 쉽다. 순간, ‘내가 왜 이러지?’ 깨져 질질 흐르는 달걀을 엉거주춤한 자세로 우선 다른 용기에 쏟았다. 다시 내가 하던 순서대로 라면을 넣고 나서 따로 둔 달걀을 부어 끓였다. 평소 잘 아는 사람 이름이 안 떠오를 때가 가끔 있다. 오늘 같은 일을 연속 겪은 것은 분명 인지기능이 떨어진 것이다. 내게 치매가 온 건가. 이러다가 어쩌지? 위기감마저 든다.
경기도 이천에 사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조카의 딸이 모 대학병원에 의사로 있단다. 내게 앞부분에 쓴 일이 있었던 것을 알기라도 한 듯, 손녀 뻘 되는 의사가 J제약회사에서 개발한 치매예방약을 강력히 권해 복용 중이라며 내게도 권한다.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뇌혈관질환, 뇌기능개선제라 적혀 있는 의약품이다.
치매에 관한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의 조언을 들어 본다.
-치매 아직 특효약이 없지만 불치병이 아니라 40%는 예방이 가능한 난치병이다.
-혈관 건강이 중요하다. 뇌가 몸 전체 혈액의 1/5을 사용한다. 피는 에너지를 생산하고 산소를 공급하며 노폐물을 걸러 준다.
-좋은 식습관을 들어야 한다. 음식은 적게 골고루 그리고 살아있는 야채와 과일에서 비타민을 섭취해야 한다. 특히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며 식탁공동체라 말한다. 모여서 수다를 떨며 즐겁게 먹으라는 말이다.
그는 ‘수다’와 ‘공동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독거노인’ 보다는 사람을 자주 만나 수다를 떨라고도 한다. 신앙공동체를 말하기도 한다.
-뇌가 병들지 않으려면 운동, 독서, 글쓰기를 권한다. 운동이 약보다 좋다고 한다. 햇볕을 자주 쪼이라고도 한다.
또 다른 교수는, 치매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며 약은 보조라 생각하고 먼저 생활습관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과음, 흡연을 피하고, 운동하고, 숙면을 권한다.
좋은 생활습관, 식습관 그리고 운동 열심히 하고, 공동체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겠다. 친구가 권하는 약도 먹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