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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과장 Oct 16. 2020

그렇게 싫어하던 술 덕분에 내가 얻게된 것들

안녕하세요, 고과장입니다.

직장인으로 그리고 투자자로 살아가고 있는 저의 삶과 생각을 표현한 글입니다.

오늘은 직장 생활 잘하는 법과 자신의 타고난 기질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직장생활 성공 매뉴얼 / 직장생활 성공을 위한 꿀팁)




알아가기도 전에 이미 질려버린, 술


친구들이 나에게 서운해한다.

나는 친구들을 만나면 술을 마시지 않는다. 왜냐면 난 술에 질린 사람이기 때문이다. 육군 장교였던 아버지는 단합이 중요한 직업 특성상 거의 매일 술을 드셨고, 술을 사랑하셨으며 술을 즐기셨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두 부류로 나뉘게 되는데, 아버지를 따라 술을 즐기거나 혹은 술에 질리거나이다. 나는 후자였다. 후천적으로 술에 질려 술을 즐기진 않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월한 유전자는 물려받았다.

그렇다. 나는 술에 쉽게 취하지 않는다. 그래서 친구들과 술을 마시더라도 뒷처리는 항상 내 담당이 되었고, 이 일이 더 나를 술에 질리게 만들어버렸다. 술을 즐겨보지도 못한 채 술에 질려버린 사람. 그게 바로 나였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꼭 한명 쯤은 부러워하거나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여튼 술에 대한 나의 히스토리는 이렇다.




당신의 타고난 기질이 무엇입니까?


사람은 각자의 타고난 기질이 있다. 그것을 돈버는 쪽으로 연결하자면, 나는 사람과 소통하고 만나서 관계를 쌓는 일과 같은 단체 영업에 소질이 있다(고 한다). 직장 상사의 표현으로는 너무 아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안 하지도 않지만, 솔직하게 생각을 표현하면서 영업 상대에게는 안정감을 주고 함께 있는 사람을 불편하지 않게 하는 재주가 있다고 했다(카더라). 이러한 기질에 나의 술에 취하지 않는 유전자가 더해져 회사에서는 더 없이 유리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내 닉네임만 보고 남자 사람으로 알고 계신 분이 의외로 많은데, 나는 여자 사람임을 미리 말해둔다. 이런 말을 내 입으로 하고싶진 않지만, 우리나라 사회생활의 실태를 솔직하게 말해보자면 아직 여성에게 유리천장은 존재한다. 실제로 우리회사 임원 비율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가 되지 않는다(이것도 타 기업들에 비해 많은 편이라 생각한다). 이상하게도 내가 입사할 당시, 우리회사는 술 문화를 꽤나 중시하는 회사였는데, 이 점이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줄은 몰랐다.

내가 속한 사업부는 총 5개의 팀으로 구성되어있고, 나는 그 중에서 영업과 실무를 함께 담당하는 팀의 사원으로 입사했다.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회식을 하게되고 자연스레 주량을 물어보는데, 사실 나는 내 주량을 모르기 때문에 소주 2병이라고 말했다. 첫 회식 때 그걸 입증(?)했고, 이 소문은 옆 사업부장님과 상무님까지 도달했다. 옆 사업부장님은 여자 사람으로 회사에서 실력과 영업력(술)을 인정받고 계신 분이었는데, 이런 내가 꽤나 마음에 드셨는지 그 이후로 함께 자리를 많이 갖게 되었고, 나는 나중에 이 사업부장님의 사업부로 팀을 이동하게 된다.




타고난 기질을 활용해서, 직장에서 인정받는 방법


담당하는 팀의 팀원이 아니었음에도 옆 사업부장님의 눈에 띄어 우연한 기회(회식자리)에 발탁되어 간 해외 출장에서 나의 이러한 기질과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전자는 큰 몫을 하게된다(아빠, 감사합니다). 내가 가장 막내였고 우리 회사에서는 상무님과 사업부장님(그러니까 꽤나 불편한 자리)부터 차장님, 과장님 등 총 6명이 가는 미국 출장이었다. 우린 당시 우리 회사의 슈퍼 갑인 A사 해외 주재원장분과 일주일 내내 함께 지낼 기회가 있었는데, 업무시간에는 일정을 소화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함께 관광명소를 다녔으며, 숙소로 돌아와서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하루에 쉬는 시간없이 3~4시간을 자며 진행되는 강행군이었지만 타국에서 누군가와 일주일을 함께 한다는 건 특별한 이벤트였고, 한국에서는 시간내어 만나기 힘든 분과 일주일이라는 기간 동안 함께 경험하고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깊이 알아가며 공감대와 공통된 추억을 만들게 되었다.

이 슈퍼 갑 해외 주재원장분은 이듬해 한국으로 돌아와 승진에 승진을 거듭하시고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만나고 싶은 분이 되셨음에도 불구하고, 일 년에 두 세 번은 꼭 일부러 시간을 내셔서 우리 출장 멤버를 찾아주신다. 나는 이 분에게 인연을 소중히하고 진심을 다해 사람을 대한다면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다는 오픈 마인드와 마음가짐을 배웠다. 또한 이 분과의 인연 덕분에 신입 때부터 회사 내에서 나의 입지를 견고히 다질 수 있었고 상사들로부터 신임을 얻게 되었다. 시작이 좋았기 때문에 이 선 순환이 계속 이어지다보니 특별 승진도 하게 되었고, A사는 고과장이 맡아야지 하는 인식이 생기게 되었다(나는 비록 지금 타 부서로 팀을 이동했지만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더라).

오랜시간 내가 가장 싫어하고 질려했던 술로 인해 나는 조금은 편한 시작을 할 수 있었다. 술에게 고맙다. 그렇다고해서 내가 다시 술을 좋아하게 된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가진 기질을 부정하지 않는다. 굳이 먼저 드러내지 않지만 내 역할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나는 망설임 없이 나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좋고싫음과 상관없이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최대한 활용해야


살아가면서 하기 싫은 일을 해야할 때가 있다. 그게 나에겐 술 마시는 일이다(다행히 술자리 분위기는 좋아함). 입사 초반에는 이런 나를 좋아해주고 인정해주는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를 잃어가면서까지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에 날 끼워 맞추려 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나를 잃지 않으면서 회사를 나에게 맞추어 가고 있다. 돌이켜보니 나를 잃지 않도록 노력한 것이 내가 지금까지 한 회사를 오랫동안 다닐 수 있는 비결같다.

개인으로 존재할 땐 총명하게 반짝이던 눈이, 조직이라는 그룹에 들어가는 순간 빛을 잃어가는 경우를 많이 보았기에 나는 오늘도 나를 지키면서 살아가고 있고 내 후배들에게도 항상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선배들에겐 비밀로 하는걸로).

세대교체가 되면서 시대가 많이 변했다고 한다. 코로나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회식을 좋아하던 우리회사도 회식문화가 사라졌으며 예전의 으쌰으쌰하는 분위기도 많이 사그라들었다. 내가 후배들에게 해주고싶은 말은 그거다. 그래도 아직 우리와 다른, 아직은 예전의 사고방식을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세대가 회사 내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다. 아무도 그들과 친해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들이 좋아하는 방식을 알면서도 하려고하지않는다면, 이건 당신에게 기회가 왔다는 의미다.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 걸 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일이 본인의 기질과도 맞는다면 말이다. 자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건 자기 자신밖에 없다. 남들이 하는 다 똑같은 걸 하지 말고, 남들이 하기 싫어하지만 나는 할 수 있는 걸 하자. 그걸 한 번 할 때 제대로 하자(여러번 하면 힘들다). 당신이 이 글을 여기까지 읽었다면, 그리고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다면 축하한다. 당신은 회사생활을 편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비장의 카드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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