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1일에 암이라고 서전에게 이야기를 듣고 맘이 바빠졌다.
종양학자를 하루라도 빨리 만나서 치료방법을 상의해야 하니. 이게 사람들 마음인가보다. 암이라고 알게되면 빨리 치료를 해야 해야 한다는 생각.
사실 수술로 일부 암을 제거를 해서 수술회복도 해야 하는데 말이다.
다행히 전에 일하던 병원에 지인들의 도움으로 PET 스캔을 곧 찍기로 했다. 그리고 PET 스캔 찍는날에 방사선 의사도 만나기로 했고.
11월 6일
한숨도 못잤다.
증상이 1년반전부터 있었는데 이제서야 암이라고 알게되었으니 그사이에 혹시라도 전이가 되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밤새 잠을 못잤다.
일단 전이가 안됬다면 하는 마음이다.
평소에 까마득하게 잊어먹고 있던 묵주를 다시 잡았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한가보다. 지난 오랫시간동안 묵주기도 한번 안하던 내가 물에 빠지니 지풋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었나보다.
안하던 묵주 기도를 하고 묵주를 가슴에 놓고 잤다. 아침까지 묵주가 그대로 내 가슴에 놓여있었다.
11월 7일
이날은 아침에 PET 스캔을 찍는날이다.
일단 암이라고 알았고, 치료를 정하기 위해서 암이 전이 되었는지 안되었는지 알아야했다.
전날부터 금식을 하고 아침에 물을 많이 먹고 오라고 했다. 물이 많이 마셨는데도 캐뉼라를 한번에 못꽂아 두번 바늘을 찔렀다.
먼저 약물을 투여하고 한시간 정도 기다리다가 스캔을 찍는다고 해서 방안에서 기다렸다.
드디어 한시간정도 지나고 나서 스캔을 찍었다. 스캔은 30분 정도 걸린것 같다. 스캔결과는 2시간뒤에 나온다고 했다.
이날 방사선 의사를 1시에 보기로 했는데 그전에 결과가 나온다니 다행이다.
퀸즈랜드로 올라간 안군이 오늘 온다고 했다. 일이 바쁘지만 지난번 서전을 만나러 갈때도 같이 못가서, 이번에 방사선 의사를 만날때는 같이
가겠다고 해서. 병원 근처 기차역에서 만나 급하게 맥도날드로 점심을 먹고 의사를 만나러 왔다.
내가 일하던곳에 내가 환자로 와서, 지금 체크인을 하고 대기히고 있다.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않아 한쪽 구석에 조용히 앉아 있으면서, 의사가 내이름 부르기만을 기다렸다.
1시에 예약이 되었는데 거의 2시쯤의 의사를 봤다. 방사선 전문의가 아니라 레지스트라였다. 처음보는 레지스트라였다.
이 레지스트라는 PET 스캔 결과를 이야기 하기전에, 일반적인 상담적 질문을 물어본다.
난 마음이 너무 조급했다. 전이가 되었는지 안되었느지 그게 너무 궁금했다.
레지스트라에게 PET scan 결과를 물어보니 아직 안나왔다는둥 나의 간절한 마음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았다.
잠시후 PET 스캔 결과를 이야기 해주는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다행히 전이는 안됬다고 한다. 어제 밤새 한숨도 못자고 지금 이순간까지 엄청 두려움에 떨고 있었는데 전이가 안됬다니 마음이 놓였다.
지금 이 의사는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다.
오후 3시반에 MDT 미팅이 있는데 그때 나의 케이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거라며 그때 다시 오라고 한다.
약간의 시간이 비었고, 병원에 앉아서 기다리기는 지루해서 병원근처 펍에 갔다. 이날은 멜번컵 데이가 있는날이라 펍이 시끌벅쩍하다.
안군은 맥주 한잔을 하고, 나는 음료수를 마시면서 멜번컵 경주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 또 다른 기다림의 시간.
이번에는 방사선 전문의를 만났다. 이 의사는 예전에 암병동에서 일할때부터 알아오던 의사인데 직접적으로 안면이 있지는 않다.
처음 의사를 만났을때 느낌은 별로 였다.
음. 이 의사는 참 오만하군 하는 생각이 첫번째로 들었다.
내가 이병원에서 15년을 일했고, 온콜로지 NP 가 의사들한테 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미리 해두었다고 하던데. 잘 부탁한다고.
내가 너무 기대를 했었나 보다. 예전부터 이 의사는 오만하기로 유명하긴 했었다.
환자에 대한 동정심도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신다.
수술을 했으니 MRI brain을 한번 더 찍고, 방사선과 항암을 하자고 하신다.
그래서 양성자 치료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콧방귀도 안뀌신다. 완전 의견무시.
호주에서 양성자치료를 안해서 양성자 치료에 대해서 몰라서 인지, 아니면 양성자치료의 필요성을 못느껴져서인지.
일단 이 의사도 안구적출수술은 반대한다니 그거 하나 다행이다.
이 의사의 부인이 안과의사라서 이의사도 눈에 관련된 암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의사에게 나의 케이스가 넘어 온거기도 하고
내가 수술한 병원과 내가 치료받을 병원이 다르다. 방사선 의사는 수술을 이 병원에서 하는걸 원하는것 같았지만, 나는 지난번 수술한 의사에게 수술을 받겠다고 했다. 이미 한번 수술을 했던 의사니까 나의 눈 상태에 대해서 알고 있고, 난 이 의사의 따뜻함이 좋았다. 물론 실력도 좋으시다고 들었고.
방사선의사가 나의 서전 에드윈과 통화를 했다.
이 의사는 서전에게 MRI brain을 한번 더 찍고, 혹시 Debulking을 할수 있으면 수술을 한번 더하는걸로 하자고.
방사선의사가 서전에게 이야기 할때 지시하듯이, 무시하듯이 이야기를 해서 전화통화를 듣는데 불편했다.
다시 MRI brain을 찍고 수술 재여부를 확인하는거외에는 별다른 치료방법 논의는 없었다.
아침 일찍부터 오후 늦게까지 병원에서 하루를 보냈다.
다행히 안군이 옆에 있어주어서 엄청 고마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