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블리 Jul 13. 2021

엄마가 아닌 나로 살아가는 시간

미라클 모닝



"엄마, 이건 뭐예요?"

"엄마, 이건 왜 이래요?"



언젠가부터 아이에게서 질문이 쏟아진다. 아이의 질문 세례에 멍하니 대답을 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어느 순간 참 바보 같아 보였다. 물론 아이들은 예상치 못한 엉뚱한 질문을 하기 마련이지만, 현명하고 지혜롭게 대처해주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얼렁뚱땅 답을 얼버무리는 엄마를 보며 아이가 실망하지는 않을까 내심 불안해지기도 했다.



아이를 낳고 한동안 참 정신없이 살았다. 처음 해보는 육아는 늘 새로웠고 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아이와 의사소통도 되고 어느 정도 육아에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되자 나는 그제야 나 자신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의 질문에 어버버 거리는 바보 같은 나를 마주하게 되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뭐라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에 영어책을 집어 들었다. 엄마표 영어를 한답시고 아이에게 영어책을 보여주었지만 느닷없이 영어 질문을 받을 때면 당황하기 일쑤였다. 그래, 유창하진 않더라도 당황하는 모습만큼은 보이지 말자고 다짐했다. 나는 초등학생 수준의 영어 챕터북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의 미라클 모닝의 시작이었다.








새벽 6시, 알람을 끄고 일어나 새벽 공기를 들이마셨다. 2년 가까이 지난 오늘까지도 미라클 모닝을 처음 하던 날의 그 공기를 잊을 수 없다. 온전히 내가 누릴 수 있는 그 시간은 나를 나로 살게 만드는 시간이었다. 내가 나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를 도전하고 시간을 내어주었다는 그 느낌은 큰 성취감을 주었다. 조금씩 조금씩 기상 시간을 당겨보기로 했다. 점점 나만의 시간에 욕심이 생겼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벽 기상은 나를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었다. 온라인을 통해 나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었다. 미라클 모닝을 하는 사람들, 책을 읽는 사람들, 필사를 하는 사람들.... 나는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면서 매일 아침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아닌 엄마, 아내, 직장인으로만 살면서 나는 지쳐있었다. 나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은 한없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면서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 끊임없이 무언가에 도전하고 시도했다. 결국은 오랜 시간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꿈인 책 쓰기까지 해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묻는다. 워킹맘으로 살면서 어떻게 매일 새벽 기상을 하고 책까지 쓸 수 있었냐고.  물론 매일 새벽 몸을 일으키고 책까지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고 있나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한 날도 있었다. 하지만 끝내 내가 해낼 수 있었던 것은 '간절함' 덕분이었다. 엄마가 되고 아무런 꿈을 꾸지 못했던 나에게 꿈이 생겼다는 것, 그 자체로도 난 행복했다. 그 꿈을 반드시 이루고 싶었다. 내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런 간절한 나의 바람이 날 끊임없이 일으켜 세웠다. 








엄마로 사는 삶은 지치기 마련이다. 물론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에서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행복감을 느낀다. 하지만 모든 것이 아이 위주로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나를 찾기란 쉽지 않다. 엄마들이 쉽게 지치고 무기력해지는 이유도 나를 잃어버렸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래서 엄마에겐 누구보다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이 단 십 분이 될지라도 나만을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은 나를 살게 한다. 나에겐 그것이 미라클 모닝이었고, 워킹맘으로 살면서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였다.



꼭 미라클 모닝이 아니어도 괜찮다. 나를 위해서 조금만 시간을 내어주는 게 어떨까. 그 시간이 나를 나로 살게 만들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37.5 너를 데리러가야 하는온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