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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글 날개 Jan 01. 2024

시드니의 하늘, 서울의 하늘

이제라도 보는 눈이 생겨서 다행이야

매일 하늘을 바라본다.

조금이라도 환하고 투명한 하늘을 만나면 놓치고 싶지 않아 핸드폰부터 열게 된다. 마음에만 담아 둘 수가 없다. 예쁜 하늘은 오래오래 보고 싶어서.


시드니에 가서 대자연과 드넓은 하늘을 보면서 감탄하다가 생긴 습관이다. 시드니에 가기 전에 내가 왜 한국에서 하늘 한 번을 제대로 안 보고 살았나 싶다.

뭔가 그렇게 바빴던 것인지, 지금보다 젊어서 눈에 들어오는 다른 것들이 많아서였는지, 도심 한복판에서만 살아서 자연을 보는 눈을 못 키웠던 탓인지. 


높다랗게 훤칠한 빌딩 사이가 답답한 것보단 세련된 건축물로서만 보였고, 그 틈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사실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은 그 틈사이로 빛을 내는 색이 있는지를 먼저 찾게 되는데 말이다.


한국에 와, 최근에 바라보는 하늘은 맑지 않았다. 

시드니의 친구들은 눈을 보지 못하고 살고 있으니 눈이 내려 아름다워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하얀 눈을 내리는 회색빛 하늘보다 맑고 푸른 하늘이 그리웠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일찍 영동대교 쪽을 지나다가 우연히 본 하늘. 곧 구름에 가려졌지만, 빛나는 태양과 드넓은 하늘을 마주했다.

2024.1월1일 오전 8시/ 서울

꽤 아름답다. 가슴이 뚫린다.



뒤적뒤적 지난해 시드니에서 1월 초, 이맘때 찍었던 사진을 찾아보았다. 

구름 낀 날씨에는 시드니나 서울이나 내 시야에 들어온 하늘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느낀다.

2023년 1월 4일 오전 6시/ 시드니.



그러다 맑은 날의 시드니의 하늘을 생각해 본다.

시드니에서 금방이라도 만져질 것 같은 하늘을 바라본 후 넉넉해진 가슴을 안고 어떠한 일에 임하면 집중이 잘됬었다.

시드니에서의 어느 날


한국에 와서는 미세먼지로 인한 하늘에 아쉬움이 생겼는데, 그래도 틈나는 대로 보고자 했더니 어느 날 포착된 내 눈에 멋진 하늘.

한국에서 어느 날



이렇게 바라보니 알겠다.

물론 시드니의 하늘은  맑고,

말로 표현할 수 없게 아름답다는 것을 안다.


그렇지만 그동안 내가 보지 않아서였지,

한국의 하늘도 얼마나 예쁠 때가 많았을까.


많은 것들이 사실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겠지.

내가 발견하려고 하는 순간, 관심을 갖는 순간부터 내게 특별함이 시작되는 것일 게다.

2024년에는 그러한 시야를 더 가져보고 싶다.




영동대교에서 바라본 태양과 넓은 하늘 사진을 친구에게 전달하며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 좋은 기운 같이 받자.

원하던 하늘이 새해 첫날 내 눈에 딱 나타났는데,

사진 찍고 난 후 구름에 가려졌어.

다행히 포착해서 너무 기분 좋아."


친구가 덕담을 해준다.

"올해 운수대통 할 거야."


하늘 덕분에 1월 첫날 좋은 날을 맞이했다.

내가 어느 나라에 있던, 어느 장소에 있던,

늘 그 자리에 있어 줄 하늘.


뒤늦게라도 하늘 보는 눈이 생겨서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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