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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본위너 글 날개 May 26. 2023

홍수 났던 근처로 비 오는 날 캠프

그날 엄마와 아이의 마음은 한 뼘 더 자랐다.

시드니의 공립학교 초ㆍ중등 아이들이 학교 캠프를 떠나는 모습  중 가장 신기하고 귀여운 것은 자기의 베개를 챙겨가는 모습이다. 개인 베개는 필수 준비물인데, 마치 인형을 안듯 꼭 껴안고 가는 아이도 있다.


보통 3박 4일 정도 하는 학교 캠프들은 떠나기 몇 달 전부터 신청을 받는다.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우리 아이도 신청을 했다.

침낭이며, 잠옷이며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지 싶던 때, 시드니에 비가 심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내리던 비로 일부지역에 홍수가 났고, 뉴스에서는 집이 잠겨 많은 것들을 잃은 이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안타까움에 뉴스를 보기도 힘든 시기였는데, 또 하나 걱정이 되고 두려웠던 것은 며칠 남지 않은 아이의 첫 캠프로 잡힌 장소가 침수지역과 멀지 않았다는 .


시드니의 Milson Island라는 캠프장소는 학교에서 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강을 건너 들어가야 하는 곳으로, 일단 캠프장에 들어가면 부모와 연락은 일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을 줄 것이라 하니 그 말은 3박 4일 동안 무사히 들어갔는지 알 수도 없고, 전화벨이 울릴 때마다 괜한 긴장을 해야 한단 뜻이 아닌가.


아이 학교의 다른 반 엄마를 길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자기 아이는 캠프를 취소한다고 알려주었다. 아이가 3박 4일 가 있는 동안 많은 비와 천둥번개까지 동반하는 일기예보 때문이며 지리적으로 위험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자기 아이는 외동이라 남편이 반대한다고.


하굣길에 보는 부모들 중 흔쾌히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는 없었다. 캠프출발 날짜는 5일 남았고, 나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 주에 있던 교회 미팅에서도 지인들은 배를 타고 들어가는 곳이라면 지금이라도 취소를 하는 게 어떻겠냐며 조언을 해주었다.


다음 날, 담임 선생님께 편지를 썼다.

솔직한 마음을 담아 취소요청 레터를.


그렇게 마음을 비우니 아쉽지만 편했다.

아이에게 새로운 도전을 마주해 보라고, 타국에서 옆에 엄마도 없이 스스로 짐 싸고 친구들과 협력하며 독립성도 키우고 카약이며 수영이며 스포츠도 해보라고 하고 싶었지만, 자연재해는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터, 혹시 모를 일에 신중해질 필요가 있었다.


오 마이 갓!

그런데 담임 선생님이 받아주지 않으셨다.

아이에게 별일 없을 것이라고 안심을 시키고 가는 것으로 알겠다고 하셨다고 한다.


영어라 전달력이 약했던 건 아닐까,

다시 한호소력 있게 편지를 써서 보냈다.

두 번째에호주인 남자 담임선생님은 괜찮을 테니 네가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아이를 불러 말씀하셨다고 한다. 월요일에 떠나는데 주말까지 생각해 보고 정 아니면 메일을 달라고. 


캠프 떠나기 전 이틀 전, 주말.

시간이 왜 이리 빨리 가는지, 월요일이 곧 다가올 기세였다. 날씨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며 일단 짐은 준비해 놓았는데, 여전히 비가 세차게 왔다. 학교에서 일정 연기를 해주기를 바랐으나 끝내 소식은 없었고, 부모들의 문의가 꽤 있었는지 캔슬의 권한은 학교가 아니며, 캠프장소는 지대상으로 안전하다는 안내가 왔다.


내가 갈등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잘 다녀오면 세상 후회 없을 경험이다. 그 기회를 너무 주고 싶다. 하지만 비가 더 세차게 내리고, 극한 상황에 아이들 련한다고 하다가 만에 하나라도 일이 생긴다면? 문화가 다른 외국인들 사이에서 잘 해결은 될까?

보내도 안 보내도 기분이 좋지 않을 50 대 50, 갈등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아야 할지 아찔했다.


결국 3박 4일 5학년의 비 오는 날 캠프는 보내기로 하였고,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며 마주친 담임 선생님의 걱정 말라고 하는 미소에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미소로 답을 드렸다.




다행히 아이는 별일 없이 다녀왔다.

거친 비를 뚫고 잘 다녀와서 아이 인생에 깊이 남을 경험이 되었다. 하룻밤 더 자고 싶었다는 것을 보면 성공적인 캠프였음에 틀림없다.


그렇게 갈등하는 일이 잘되면, 꼭 생기는 일이 있다. 포기했던 이들의 부러움. 그렇게 궂은 날씨에도 별 탈 없이 다녀올 줄 알았으면 우리 애도 취소하지 말걸..이라는 몇몇 이들의 후회. 이렇게  수 없는 세상은 갈등과 선택의 순간으로 가득 차 있다.


캠프를 갈등하던 순간, 마지막 결정의 포인트는 아이의 마음으로 정했다. 커다란 우비 3개를 챙기면서도 가겠다고 하는 아이의 마음을 존중했다. 알 수 없는 미래 때문에 본인이 그토록 해보고 싶다는 것을 하지 않고 후회로 남길 일을 만들기 싫다는 에 1% 더 마음이 기울어졌다.


웃으며 재미로만 남을 법했던 캠프는 아이도 엄마도 한 뼘 더 성장하게 해 주었다. 예기치 않은 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내 선택에 책임질 마음은 되어 있는지, 비상시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다각도로 생각의 크기를 넓히면서 세상을 바라봤다.


안전지대를 벗어나면 생각지 못한 일들을 많이 만나지만, 그 순간을 잘 넘기면 웬만한 것은 대수롭지 않게 바라볼 수 있는 작은 용기들을 쌓게 된다. 

사소한 용기일지라도 그들 삶의 힘이 되어주기에 감사함을 느낀다.



<사진: NSW office of s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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