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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재환 Nov 14. 2021

잊을만하면 다시 꺼내봐야 할 생각

서른다섯

세 아이의 아빠

세 번째 직장

석사 졸업학기


국제개발이란 분야로 처음 기웃거리던 때의 나의 이력서에 적힌 내용이었다

안정적이어야 할 때에 그러지 않은 길을 가려던 나에게 주위 사람들은 질문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반대였다고 생각한다

만약에 내가 아직 젊은 나이에 결혼하지 않은 채였다면 미래를 약속하지 못할 국제개발이라는 분야로 들어갈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오히려 몇 가지가 이미 결정된 이후였기 때문에,

아끼고 살아야 하는 삶에 익숙해진 후였기 때문에,

가족의 희생을 밟고 이곳을 기웃거릴 수 있지 않았을까


국제개발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채로

필리핀 발렌카깅 마을을 처음 갔던 그때

행복했고,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내가 부족했던 만큼

함께 했던 사람들이 채워주었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을 것보다 더 많은 걸 했었구나

생각이 든다


겨우 대여섯 해가 지났을 뿐이지만

그래도 제법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며

내가 걸어온 길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다시 더듬어봤다


내가 원해서 한국에 태어난 것이 아니듯

그들 또한 원해서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생각


불평등은 너무나 선명하게 세상에 존재했고

그건 조금 더 가진 사람이 나누어주라는 뜻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생각


내 삶이 보잘 것 없을지라도

지구 위 어느 마을 어느 누군가에게는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싶다는 생각


그때의 날짜로 저장된 메모된 글을 보며

그 생각과 결심이 지금의 나를 여전히 가던 길 가게 하는 힘이라는 걸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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