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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HARUKI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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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유 Oct 22. 2020

say say say

Michael Jackson, Paul McCartney




하루키 BGM을 시작하며.


일본에서 지낸 6년동안(2005-11) 나를 가장 재밌게 해주었던 사람은 무라카미 하루키이다.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람들이 크게 웃을때면 '방금 웃긴건가?' 서로에게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들은 결코 나를 한번도 웃기지 않았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농담하며 웃을때는 '지금 웃어야되나?' 곤란하게도 그들은 나와 웃는 포인트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무도 웃지 않을 타이밍에 웃어서 "지영, 지금 웃는 타이밍 아니야" 소리는 자주 들었다. 노잼이었던 남자친구들은 농담을 모르는 인간들로 재미라면 말할것도 없었다. 나를 웃게 해주는 인간이 매우 미미했던 그 시절. 나에게 유머 코드가 맞는 친구라고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이 유일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르면 유머 코드를 맞추기란 결코 쉬운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하루키의 문장에서 나오는 유머는 박장대소할만큼 이라기 보다는 갑자기 "풉" 하고 나오는 그리고 여운이 긴 유머이다. 하루키 자신은 웃기려고 쓴 문장이었는지 어땠는지. 일일이 체크해볼수 있는일이 아니니 그가 웃기려고 할때마다 내가 웃었던 것이라고 그렇게 믿으며 살기로.   


여튼 재밌있었음으로 하루키의 글을 자연스럽게 많이 읽게 되었고 소설도 좋았지만 그의 경험담이 나오는 에세이를 더 많이 읽게 되었다. 그의 글에는 유독 음악에 대한 이야기나 이야기속에 음악이 나오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재즈를 유난히 좋아하고 클래식과 롹도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음악 제목이 나오면 나도 궁금한 마음에 찾아서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보니 유투브에 하루키 폴더가 생길 정도가 되었다. 하루키 때문에(덕분에) 재즈를 즐겨 듣게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BGM은 Bill Evans. 하루키가 언급하는 음악들은 나에게 특별하다. 


책 속에 나오는 음악이라. 매니아틱한 이야기가 될것이다. 하루키의 글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면 관심이 0.1도 안생기는 쓸데없는 이야기. 그럼에도 차곡차곡 어딘가에 쌓아보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T (out cover)



요즘 읽고있는 하루키의 책은 무라카미 티 라는 에세이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갖고있는 티셔츠에 얽힌 이야기들이다. 뽀빠이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책 초반부에 음악이 한곡 깔리는데 마이클 잭슨과 폴매카트니의 say say say 라는 pop rock 곡이다. 하루키가 한달정도 하와이에서 아무일도 하지않고 빈둥거리며 서핑할 시절에(1980년대) 라디오에서 자주 나오던 음악이라고 소개하고있다. 음악으로 추억을 소환하는일은 모든사람들에게 익숙한 것이 아닐까 한다. 나 역시도 음악을 들어면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특별히 여행중에 해외에서 듣는 음악은 짙게 남는다. 벚꽃엔딩이나 여수밤바다를 들으면 벚꽃이 흐드러지는 풍경이나 쓸쓸한 밤바다가 떠오르는게 아니라 눈이 쌓인 스톡홀름 거리가 바로 떠오른다. 친구와 호스텔에서 주구장창 만들어 먹었던 파스타의 기억도 함께. 하루키에게도 짙게 남아있을 하와이, 파도, 서핑 그리고 say say say. 들어본적이 있는것도 같은 노래다. 특히 중간 간주때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트럼펫일까) 소리가 익숙하다. 빰빠빠라밤 빰빠빠라 빰빠. 넌 내가 울고있는거 알지 흑흑흑 너 하고싶은거 다하고 가고싶은데 다 가. 그런데 나만 떠나지마. 대충 이런 가사로 대단히 찌질한 사랑을 하는 남자의 이야기이다. 마이클잭슨과 폴매카트니가 핑퐁하듯이 노래를 하는 진귀한 노래로 전혀 찌질하게 들리지는 않지만. 유투브에서 엄청난 뮤직비디오도 찾아보았다. 되레 신선한 옛날 감성.



무라카미 T (in cover)


  

하와이에 있는 마우이섬에서 1달러에 산 토니 타키타니 티셔츠를 제일 귀중하게 생각한다는 하루키. 토니 타키타니는 도대체 어떤사람이길래? 라는 궁금증으로 토니 타키타니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 소설은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라는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한 누구나 알만한(덕후에겐) 굉장히 유명한 소설이다. 이 티셔츠를 산 1달러가 그의 인생에서 최고의 투자였다고 한다. 티셔츠 한장으로 소설을 만들어내는것도 모자라 티셔츠들이 에세이집이 되어 나오기도 하고. 알면 알수록 하루키의 끝이 없는 매력에서 헤어나올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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