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년동안 생긴 일
독립출판사 멤버로 들어와 직원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겨우 1년 남짓이었다. 타이밍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나는 원래 3학년까지 마친 뒤 휴학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거창한 계획이 있는 건 아니었다. 수도권에서의 취업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기껏해야 보증금 마련하기, 해외 여행하기 정도였다.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틈틈이 글을 써서 공모전에 도전하기. 한마디로 정리하면 '돈을 많이 벌어서 많이 놀기'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참으로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다짐이다.
아무튼, 나에게는 1년이라는 시간이 통으로 생긴 셈이었다. 그런데 반 년 정도 활동한 출판 단체 대표님께서 "만약 온요한테 돈을 주면 일할 생각이 있으신가요?"라고 물으시길래 장난 삼아 "돈 주면 뭐든 해야죠!" 답했던 기억이 있다. 이때 말을 조심했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경영진으로 참여하기 시작하고, 대표님과 창업 포럼을 다니고, 회사의 중대사에 관여하고, 내부 사정을 알게 되었다. 얼렁뚱땅 벌어진 일에 내 의지가 조금도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사실 조금은 불만이었다. 나는 여전히 놀고 싶은 휴학생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무실이 생기게 되면서 암묵적으로 출근 시간을 정해 5일 내내 집밖으로 나가는 건 내향인에겐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중간에 2주일 정도 탈주를 감행했으나, 대표님께서 큰 지원사업을 따내면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다른 진지한 태도로 임해야 했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게, 내가 할 줄 아는 거라곤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내는 것뿐인데 휴학을 했고 시간이 많고 진로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로 생전 처음 해보는 업무를 경험해보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이 늘 고민이었던 나에게 스스로 제시한 해결책이 있었는데, 바로 '나 자신을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기'였다. 시작은 항상 어렵다. 하지만 시작을 한 이상 끝이 날 때까지 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겠어? 그리고 출판계에 관심이 있다면서 열성적으로 배우려고도 하지 않으면 도대체 어떻게 꿈을 이루겠다는 거야? 나는 포기와 체념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새로운 일에 대한 무서움을 버려야 한다고 되뇌기 시작했다. 무서움을 버려야 한다는 건 지금 뿐 아니라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게다가 대표님께서 1년밖에 활동하지 않은 내게 고용 제안을 하셨다는 건 내가 보여주었던 모습들에서 어떤 가능성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달리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나는 내달부터 독립출판사의 직원이자 소속 작가로서 월급을 받게 된다. 월급을 받는 작가라니. 기상천외한 일이고 매우 특수한 경우임을 나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다. 그만큼 내 몫의 일을 다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인 글쓰기를 계속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8개월 동안의 회사 생활이 기대된다. 회사라고 하기엔 소소한 규모지만, 마음 맞는 소수의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오히려 만족감과 행복감을 획기적으로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예기치 못한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겠지만 그 어려움도 극복해가며 성장하는 8개월이 되길 바라며, 기록을 시작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