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편안함을 안겨준, 프로의 자세로 들어서게 한 책
내가 가장 편안한 곳은 어디일까? 내가 있어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는 곳은 과연 어느 곳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또 물어보아도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몇 날 며칠을 고민하여도, 줄곧 '나는 편안한 안식처 하나 갖지 못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였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자기 연민에 빠질 무렵 관점을 달리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편안함을 찾는 곳이 꼭 집이나 카페 같은 물리적 공간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나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편안하게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는 일이나 상황 등이어도 나의 편안함을 대표할 수 있을 않을까? 생각이 그렇게 흘러가자 또다시 자기 연민에 휩싸이게 되면서 떠오르는 책이 한 권 있었다.
그 책은 바로 <난 황금알을 낳을 거야>이다. 그림책 치고는 흔하지 않은 흑백 그림이지만 들여다볼수록 매력 있는 책이었다. 금방 눈에 띄지는 않지만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보면 쪽수를 알려주는 숫자에서도 그림 속에 숨어있는 의미에서도 '어쩜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림책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 책 또한 보면 볼수록 볼 거리들이 많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어 여운이 남는 책이다.
나는 어떤 일에 할 때 스스로가 불나방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물불 가리지 않고 매달린다. 내가 가진 에너지의 99% 정도를 일에 쏟아붓기 때문에 어떤 일이 끝날 무렵 또는 끝났을 때 완전히 소진되는 경향이 많다. 아무도 잔소리하는 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끝까지 몰아세우며 최선의 결과, 최고의 결과를 추구하기 때문에 방전되기 일쑤인 것이다. 그랬던 내가 이 책을 보면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아, 반드시 최고가 될 필요는 없구나. 아, 항상 100%로 달리지 않아도 되는구나. 내가 방전되기 전에 멈추어도 괜찮구나. 내가 만족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하구나. 그냥 내 원래 속도대로 가는 것도 좋구나. 그냥 천천히 나의 가능성을 믿고 꾸준히 가면 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자 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그 생각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행동으로 옮기자 아주 편안해졌다.
누군가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프로라는 사람은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천천히 그러나 아주 오랫동안까지 하는 사람이라고, 날마다 꾸준히 계속하는 사람이라고. 100미터 달리기를 하던 내가 42.195킬로미터의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 되어서 천천히 내 속도대로 뛰기 시작하게 되었을 때 이 말의 의미가 온전히 이해가 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