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부족함을 내어 보일 수 있는 큰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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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수업 시간에 스스로 발표하고자 하는 아이들은 점점 줄어든다. 유치원 때에는 발표를 못해서 속상해하는 경우가 태반인데 초등학교 중학년만 되어도 발표하라고 할까 봐 선생님이 질문을 할 요량이면 얼른 고개를 숙이는 아이들이 많아진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일 경우 더더욱 이런 경향이 뚜렷해진다. 왜일까?
나 자신을 돌아봐도 그렇다. 대학원에서 자유롭게 토론을 하는 수업 시간에 내 생각과 의견을 자유로이 이야기했다가 수업이 끝난 후 이런저런 뒷이야기를 몇 번 듣고선 가급적 수업 시간에 조용히 있다가 오는 경우가 많았다. 뭐, 이런 경험이 아니어도 나 스스로 틀린 대답을 할까 봐 확신이 서지 않으면 나서서 손들고 답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틀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내면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틀린다는 것, 실수한다는 것, 잘못을 한다는 것. 변명하지 않고 이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드러내는 것은 참으로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 자신의 경우에는 그러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나에겐 내가 알지 못한다는 것은 나의 부족함을 인정한다는 것이고, 내가 부족하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었다. 실수를 하면 누가 알아차릴까 봐 노심초사하며 얼른 수정하려고 했었고, 어떤 일이 주어졌을 땐 그것을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 며칠 밤을 새면서까지라도 노력했다. 마감일 정보다 한참 전에 완성을 하고 두 번 세 번 점검을 하며 틀린 곳은 없나, 실수한 곳은 없나, 부족한 곳은 없나 몇 번씩이나 검토하곤 했었다.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는 것이고, 실수한 것은 수정하면 되는 것인데도 혼자서 완벽하려고 애썼던 것이다. 그 덕분에 어깨는 항상 뭉쳐있었고, 뒷골이 당기다 못해 딱딱한 돌멩이처럼 굳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걸핏하면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가 안되어서 손을 따곤 했다. 열 손가락도 모자라 발가락 열 개까지 모두 따야 했던 적도 많았다.
이 책은 틀려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잘 몰라서 손을 못 드는 것이 아니라 틀릴까 봐 겁내하지 않고 아는 만큼 또 아는 대로 이야기를 하면서 그렇게 하나씩 배워나가도 괜찮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자신이 없는 것에 대해 새가슴이 되어 오그라들기보다는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하면서 조금씩 배워나가는 것이고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것이란 것을 알려주는 책이다. 교실에선 틀려도 괜찮다. 틀린 답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정답을 찾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그림 동화책이다.
인생살이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가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치게 되고, 내가 계획한 대로 펼쳐지지 않는 삶의 일정들을 따라 걷다 보니 세상에는 수많은 답안들이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정답이 아닌 모범답안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 인생이고, 모범 답안을 찾지 못하더라도 그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 삶이며, 이런저런 실수와 잘못을 계속해서 수정해 나가면서 하나씩 이루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일상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런저런 실수를 하기 위해 이런저런 도전을 해본다. 이러저러한 나의 실수와 잘못과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도 괜찮다는 믿음을 갖고 내 앞에 펼쳐진 하루하루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려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