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보내는 비겁하고 은근한 마음 <2020.02.27>
그래도 이건 조금 알아줬으면
아무리 둔해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티 내고 보여도 넌 알지 못하고
너무 많이 아는 나는 못마땅해 입이 삐죽
혹시나 알면서 그러는 거라면
비참한 내가 더 비참해 보이지 않게
당신이 일부러 바보가 된 거면
오 이런 어쩌지 미안해요 나 면목없어요
너무 과한 바람일까요?
아니다, 그런 것 같아 애초에 이런 마음 따위 먹지 말아야 했는데
자랑할 수 없는 나는 차마 당당할 수가 없으니
행여나 알 생각이 없다고 해도
비참한 내가 더 비참해 보일 수 있게
당신이 일부러 모른 척했대도
나는 괜찮아요 마음 아픈 건 별 수가 없어도
알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종종 그런 밤이 있습니다
그런 밤이 오게 되면은
사람 참 비겁해지네요
눈을 감으면 그대를 보내곤 하던 날들이었습니다
눈두덩이 밑으로 빛이 고이면
건조 아래 사라지는 그대를
장하게 나는 울지 않고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하늘에 닿은 뒷덜미
땅만 뵈는 그 순간에
그대는 과연 웃도 있을까
차디차고 고까운 미소를 짓지 않을까
궁금해하지 않을 거예요
계절 여럿이 부정당하는 기분은 지울 수 없으나
그마저도 소중한 것을 나는 압니다
이걸 제게 주셔서 고마워요
평생 꽁꽁 잘 간직할게요
들을 리 없고, 볼 리 없을
너무 모르는 것이 많은 당신께
부치지 못할 이 마음과
견고하고 꿋꿋한 몸짓을 보냅니다
나는 괜찮습니다
마음 아픈 것은 별 수 없어도
슬프고 끔찍한 것은 너무 먼 것입니다
저는 앞으로 그리 믿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