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graduate Advisor at Morton Hall
다트머스의 기숙사 조교는 UGA라고 한다. Undergrauate Advisor의 약자로 다른 대학에서는 대부분 RA (Residential Advisor)라고 불리는데, 하는 일 자체는 거의 비슷다고 보면 된다. 굳이 Residential이 아닌 Undergraduate을 쓰는 이유는 기숙사 관련 일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에 있어 UGA를 멘토처럼 여기고 고민 상담이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찾아가 의논하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RA는 대학원생이 맡는 경우가 많은데, 학부 중심으로 운영되는 다트머스에서는 대학원생 대신 학부 상급생들이 UGA 일을 맡는다. 2학년부터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UGA 아르바이트(?)의 가장 큰 장점은 1인실이 무조건 보장된다는 것이다. UGA는 업무 특성상 자신이 담당하는 기숙사 동에 거주해야 하고, 담당 동은 무작위로 배정되므로 기숙사 위치에 대한 선택권은 없지만 2학년 때 1인실에 사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으므로 나름 굉장히 큰 장점이다. (물론 운이 나쁘면 리버와 같이 캠퍼스 끄트머리에 위치한 기숙사의 UGA로 배정받을 수도 있지만 말이다.) 물론 월급도 별도로 있다! 신규 UGA는 한 학기 (10주)에 2,000달러, 경력직 UGA는 2,100달러를 3분할로 나눠서 받는다. 여기에 추가로 학생 식당에서 이용 가능한 밀플랜과 동일한 금액이 학비 청구서에서 차감되기에 나름 고소득 아르바이트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학생들이 혹할만한 장점이 많기에, UGA 아르바이트는 경쟁률이 꽤 높고 지원서부터 면접까지 선발 과정도 몹시 까다로운 편이다. 지원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채용설명회에 필참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지원서에 작성해야 하는 에세이 항목만 3개에 자신의 이전 UGA 중 한명로부터 추천서까지 받아야 한다. 게다가 커뮤니티 디렉터 (Community Director, CD)와의 면접은 별도로 있으니, 채용 절차가 까다롭기로는 거의 대기업 공채 수준이다. 합격한 후에도 업무를 시작하기 전 캠퍼스 근교의 시설에서 일주일간의 합숙 훈련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아침 8시부터 밤까지 각종 강의와 활동들로 일정이 빼곡한 하드 트레이닝이다.
나는 2학년 봄학기에 차년도 UGA에 지원해 합격하며, 다트머스의 마지막 한 해¹동안 UGA로 근무했다. 지원할 때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이전 UGA로부터 추천서를 받는 것이었다. 나는 1학년 여름학기부터 2학년 겨울학기까지 무려 3학기 동안 캠퍼스 밖에서 자취를 했기에 담당 UGA가 없었고, 2학년 봄학기에 단 한학기 거주했던 노스 페이 (North Fay)의 UGA는 누군지도 모르겠었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결국 1학년 때 담당 UGA였던 미나 선배에게 오랜만에 연락을 드려서 추천서를 부탁했는데, 선배는 내가 자신의 담당 학생이 아닌지 오래임에도 흔쾌히 추천서를 써줘서 너무 감사했던 기억이다.
지원서와 면접에서는 내가 1학년 때부터 기숙사 부엌에서 한국 음식을 만들어 친구들과 나누며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했던 부분, 학생들이 기숙사 내에서 다양한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던 부분을 강조했는데 다행히 긍정적으로 봐주신 것 같다. 나는 이스트 윌록 (East Wheelock)이라는 기숙사의 Morton 건물 1, 2층 담당 UGA로 배정받았다. 이스트 윌록이 캠퍼스 남동쪽 끝에 위치한지라 함께 UGA가 된 친구들은 배정 운이 없다며 놀리기도 했지만, 내가 전공 수업을 듣는 건물이 대부분 캠퍼스 남쪽이라 나한테는 꽤 좋은 위치였다. (게다가 이스트 윌록은 공용 시설이 엄청 좋고, 기숙사 내에 작은 편의점이 있기도 하다!)
나는 고학년 전담 UGA가 되었는데, 고학년 전담 UGA는 특히나 꿀 아르바이트라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신입생과 달리 고학년은 이미 학교 생활이 익숙해서 UGA를 찾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신, 한 UGA가 한개 층만 담당하는 신입생 UGA와 달리, 고학년 UGA는 2개 층씩 담당하므로 담당 학생 인원수가 조금 더 많다.) 신입생 UGA는 매주 한번씩 Floor Meeting을 의무적으로 주최해서 필요한 교육²을 진행해야 했는데, 고학년 UGA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일주일에 한번, 해당 기숙사 클러스터 UGA 전원이 모이는 한시간짜리 회의에 필참해야하는 것을 제외하면 특별히 고정적으로 시간을 뺏기는 일이 없기에, 나는 고학년 UGA가 된 것이 무척 기뻤다.
고학년 UGA인지라 평소에 할 일이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매학기 피해갈 수 없는 UGA 공식 업무가 있었으니, 바로 매 학기 축제 기간 중 담당 기숙사와 기숙사 인근을 순찰하는 라운딩(Rounding)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학생들은 UGA가 이런 일까지 하는 줄은 모를 것이다. 하지만 가을의 홈커밍부터, 겨울의 윈터 카니발, 봄의 그린키까지! 모두가 신나게 파티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이 때, UGA들은 혹시 술이나 약에 취해 쓰러진 학생이 있진 않은지 등을 확인하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밤새 2인 1조로 기숙사 곳곳을 순찰한다. 모두가 잠든 (혹은 파티하는) 새벽 기숙사를 지키는 나이트 워치랄까...!
라운딩은 축제 기간 3일간 저녁 6시부터 새벽 6시까지를 2시간 단위로 쪼개서 모든 UGA들이 나눠서 진행하는데, 기숙사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한 UGA당 3~5타임 (6~10시간)을 맡게 된다. 당연히 밤이 깊은 시간대일수록 아무도 맡고 싶어하지 않으므로, 회의를 통해 최대한 공평한 방법으로 라운딩 타임을 분배한다. 빨리 의무를 다하고 파티에 가서 놀고싶은 UGA들은 최대한 일찍 라운딩을 끝내고 싶어하고, 나는 애초에 그다지 파티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었기에 항상 파티가 피크인 시간대나 깊은 밤의 비인기 타임에 자원해, 동료 UGA들의 감사의 박수를 받곤 했다.
1년 동안 UGA로 일하며 매 축제마다 꽤 많은 라운딩을 했지만, 다행히 한번도 사고를 목격한 적은 없다. 대부분의 경우, 학생들이 파티하러 나가서 텅 빈 기숙사 곳곳을 라운딩 파트너와 함께 무료하게 돌며 잡담을 나누다 보면 2시간이 훌쩍 가있곤 했다. 워낙 별일이 없다보니 라운딩 파트너들 중엔 귀찮게 쓸데없는 일을 한다고 투덜거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UGA들의 노력 덕분에 매 축제 기간 기숙사가 조금은 더 안전했다고 믿고 싶다!
¹ 다트머스는 4년제지만, 내가 12학기를 연속으로 다니고 1년 조기졸업을 한 관계로 나에게는 마지막 해였다
² 이를테면 홈커밍 주간 전에, 모닥불 돌이를 할 때 지켜야할 안전사항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야한다
Written by Ell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