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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젼 Feb 02. 2024

전업주부의 독립일지

'독립'을 해야겠다 고군분투해야겠다.

독립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았다.

독립(獨立) 

1.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상태로 됨

2. 독자적으로 존재함

3. 개인이 한 집안을 이루고 완전히 사권을 행사하는 능력을 가짐


얼마 전에 결혼 8주년이었다. 8주년이 가져다준 의미는 내게 무엇이었을까.

가장 나다운 것이 없는 느낌의 연속이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서 주인공 김지영이 베란다에서 하염없이 멍한 표정으로 있었을 때가 기억이 난다.

결국 선택의 연속이었겠지만 결혼의 무게감이라는 것은 나다운 것과 바꾼 기분이 든다.

억지스럽게 웃어볼 수 있겠지만 재미없다. 사실이다. 

결혼이라는 것은 남녀 한 쌍이 결혼을 하여 한 가정을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게 맞는데 이게 실상은 그런 느낌이 아닌 것 같다. 

왜 그렇게 결혼한 여자들이 '하소연'을 하는지 알 것 같다. 


겉으로 볼 때는 아무 문제가 없다. 문제가 될 것도 없고.

내가 결혼 8년 동안 토끼 같은 예쁜 두 딸을 낳고, 전업주부로 살아오면서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살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게 빠져있다. 바로 '나'


<85년생 김지영>도 영화에서 보면 남편이 무책임하거나 집안을 돌보지 않는 그런 남편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런 남편이면 '고마워'하며 지내야 하는 것인가? 내 행복을 '남편'과 '아이'로만 두고 싶지 않다.

나는 우선 '내'가 행복해야겠다.


대학에서 모든 시간을 라지와 함께 지내다 보니 그녀는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했다. 라지와 힘든 하루를 보내고 그에 관한 비밀을 털어놓거나 지나가는 생각이나 걱정을 나눌 사람이 없었다.
그녀의 부모는 이제 세계의 반대편인 인도에서 살지만, 아무튼 부모님에게 친밀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너무 일찍 결혼하고 그 모든 결혼 생활의 무게에 짓눌렸다.
너무 빨리 아이를 가졌으며, 아이를 보살피고, 우유병을 데우고 아이를 팔에 안고 체온을 재야 했다.
반면에 라지는 스웨터에 코듀로이 바지 차림으로 직장에 나가 학생들에게 암석이나 공룡에 대해 가르쳤다. 첫아이를 가진 다음 그녀는 짜증이 늘고 쩔쩔매게 되고 살이 쪘지만 라지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다.

<축복받은 집>, 줌파라히리


남편이 아이가 나의 '정성'을 알아줄 거라 생각하지 말아야겠다. 그냥 나는 나의 길을 가야겠다.

내 장점 하나 찾아주는 것도 바로 답하지 못하고 생각을 '오래' 해야 핮만 나오는 사이가 과연 서로 잘 아는 사이 일까. 

그래. 왜 나는 내 행복을, 내 꿈을 남에게 들으려 하는가.

내가 찾아야지.


그런데 의외로 나는 시험에 합격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내 방과 매일 폈다 접었다 할 필요 없는 침대와 책상과 필요한 모든 책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수위의 딸인 나 엘레나 그레코는 태어나고 자란 우리 동네를 나폴리를 19세의 나이에 혼자서 떠나게 되었다. 

-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 중 2부'-<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중에서,


어제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책에서 '독립'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진하게 내게 다가왔다.

나는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인간이었다. 이제 아이들도 커가고 나도 같이 다시 시작해야겠다. 

나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나일 텐데 나는 다른 누군가가 내가 내 자리에서 열심히 살면 구원해 줄 거라, 구제해 줄 거라, 스카우트해줄 거라, 알아줄 거라 착각했다.

환상에서 빠져나와 현실에서부터 고군분투해야겠다.


처음에는 <주부의 독립일지>라고 쓰려다가 내가 전업주부고, 전업주부는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독립적이지 못하니 그 부분이 큰데 그 단어를 빼면 안 될 것 같아서 넣었다.

이렇게 쓰고 또 이렇게 '독립'에 대한 열망이 커진다면 이어서 <매거진>으로 글을 쓸까 

<연재>를 해볼까 고민해 봐야겠다.


시도해 보지도 않고 '불만'만 있는 사람이 되기 싫다.

'독립'은 '독립을 염원하고 고군분투하며 시도해야 얻을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를 찾는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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