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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변 Jul 09. 2023

용기내어 연락하기

우당탕탕 변호사 개업일기1

변호사 사무실 개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사무실 어디에 낼 거야?'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집 앞 사무실에 연락해 보기로 했다. 나는 2호선과 1호선 신도림역 근처에 사는데, 신도림역 바로 앞 핀포인트 라는 사무실 건물에 변호사 사무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무실이 빈 방이 있는지, 변호사 영입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괜찮다고 생각했다. 가능한 예의를 갖추어서 사무실에 기여할 수 있는 바가 있음을 어필하면 폐가 될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법원에 제출하는 서면보다 꼼꼼히, 두 번 세 번 읽어 보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어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발송을 눌렀다. 답장이 올까? 기분 나쁘시지는 않을까? 상대방이 읽었는지 어땠는지, 프로필 사진이 어떤지 보이지 않으니 이건 꼭 짝사랑하는 여자애에게 문자를 보낸 고등학생으로 돌아간 마음이었다. 



세상에! 역시 두드리면 열리는 것인가. 얼른 약속을 잡았다. 

모처럼의 장대비가 쏟아지는 일요일 점심,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사 들고 가서 변호사님을 만났다. 



변호사님(A라고 하겠다)과 나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잘 통했다. 내가 다짜고짜 보낸 메일에서 A변호사님은 10년 전,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를 전문으로 다루었던 회사에 메일을 보내 같이 일하고 싶다고 한 자신을 보았다고 하셨다. A변호사님이 개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 개업을 하면서 겪었던 웃픈 이야기들은 모두 나에게 현재시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다. 나는 A변호사님을 처음 뵈었지만, 마치 큰형님처럼 따를 수 있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A변호사님은 나를 떠나보내면서, 다른 구성원 변호사님 2명과 충분히 이야기해 보고 다시 연락 주시겠다고 하였다. 잘 좀 부탁드린다면서 연신 고개를 숙이는 나에게 A변호사님은, 그러지 말고 나와 너는 비즈니스 관계니 서로 이기적인 선택을 잘 해보자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고 나는 A변호사님과 한층 더 가까워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기꾼들은 '특별히 잘 해주겠다'고 이야기하지, '나는 이기적인 선택을 할 거다'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A변호사님과 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는, 나도 모른다!


다음 글을 기대하셔도 좋다.


모처럼, 월요일이 기대되는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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