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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변 Jul 27. 2023

원점으로 돌아가서

우당탕탕 변호사 개업일기 2

<우당탕탕 변호사 개업일기 1>에서 소개하였던 법무법인에 합류하는 방안은 결론부터 말하면 고꾸라지고 말았다. 몹시 아쉽 ㅠ


용기내어 연락하기 (brunch.co.kr)


그래서, 다시 출발선 상에 서서 개업 장소부터 알아보아야 하는 단계이다. 새로 사무실을 개업하려는 변호사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 중 가장 흔한 것은 이미 조성되어 있는 법무법인에 '별산제'로 들어가는 것이다. 별산제 법무법인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백화점에 임차료를 주고 매장 운영권을 사는 것과 같다. 많은 의뢰인들이, 변호사가 많고 규모가 크며 인테리어가 위엄 있는 법무법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많은 개업 변호사들은 별산제 법무법인에 합류하는 쪽을 택한다.


그러나 나는 별산제 법무법인은 이제는 배제하였다. 왜냐, 나는 홍대병 말기 환자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개업을 하는 이유는 남들처럼 살기 싫기 때문인데 다른 개업변들이 하는 것처럼 별산제 법무법인으로 들어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어쩐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또 별산제 법무법인에서 다른 변호사들과 생각하는 방향 등이 다르거나 하면 너무 머리가 아플 것이고, 내 혼자 힘으로 해 보다가 나중에 장사가 도저히 너무 안 된다 싶으면 언제건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1편에서 만났던 법무법인은 대표님의 인성이 너무 좋아 보이고 내가 사는 곳에서 너무 가까웠기 때문에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그게 아니고서는 별로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남은 방향은 독립 사무실을 차리는 것인데, 독립 사무실의 유형 역시 크게 3가지가 있다. 1) 임대 사무실 2) 공유 오피스 3) 비상주 오피스. 


1) 임대 오피스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피스이다. 식당이나 일반 사무실처럼, 최소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임대 오피스다. 그런데 정말 최소로 잡아도 월 100만원 정도의 차임이 발생하기 때문에, 변호사업처럼 사무실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특히 창업 초기에는 개미 한마리도 얼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경우라면 이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너무너무 아깝다. 또 임대사무실의 경우에 변호사업에 필수적인 세련된 인테리어라던지 복합기 등을 사용하는 데 차임뿐 아니라 추가적인 비용이 또 든다는 점 역시 문제다. 


2)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공유오피스다. 공유오피스는 월 5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조그마한 1인 사무실(부스 에 가깝다)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다. 많은 사람들에게 차임을 받기 때문에 인테리어나 복합기를 집적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초기 비용에 스트레스를 받는 창업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내가 알아본 곳은 패스트파이브 외에 이 근처 공유오피스 들에 전화를 돌려 보았는데, 세상에 1인실은 거의 다 마감이 되어서 공실이 없단다. 패스트파이브 여의도에 공석이 2개 있다고 하길래 일단 투어를 가 보기로 하긴 했는데, 글쎄... 여의도는 또 상권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내가 생각했던 모습의 변호사 사무실의 방향이랑은 전혀 다르게 갈 수 있어서 조금 고민이 된다. 일단 가 보고 생각해야지.


3) 비상주 오피스


비상주 오피스는 월 10만원(!) 심지어는 10만원 이하의 금액으로, 그야말로 '주소'만 빌려주는 것이다. 비상주 오피스 임차인들은 사업자등록을 위한 별도의 주소 / 의뢰인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큰 빌딩의 주소(명함용) 등을 얻기 위해서 비상주 오피스를 계약한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비상주 오피스 역시 매력적인 대안이다. 특히 나처럼 거의 기존 의뢰인들이나 지인처럼, 내가 어디에 있든 나를 믿는 사람들이라면 굳이 내가 화려한 인테리어나 초고층 마천루의 뷰로 그들을 현혹시켜서 거액의 착수금을 뜯어낼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상주 오피스는 최적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비상주 오피스는 결국에는 미봉책일 뿐이고 언젠가는 규모가 어쩔 수 없이 커지면서 내 사무실을 갖게 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중복투자일 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근 2주일 간 이런저런 고민들 때문에 머릿속이 배배 꼬인 뱀처럼 복잡하고 무거워서, 브런치에다가 내 지금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속이 다 시원하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후배 개업 변호사들이 계시다면,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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